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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시골의사’의 책장

위기의 시대, ‘공진화’를 믿어라!

마이클 셔머 ‘진화경제학’

위기의 시대, ‘공진화’를 믿어라!

위기의 시대, ‘공진화’를 믿어라!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 9만년은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단위의 무리로 구성된 수렵채집경제 시기였다. 때문에 그와 함께 진화한 인간의 심리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적합치 않은 부분도 있었다. 오늘날에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형태로 보이는 것들도 10만년 전에는 합리적인 것들이었을 수 있다. 이런 진화론적 관점을 떠나서는 경제적 인간,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가정을 이해할 수 없다.

한 예로 경제적 이익 대 공정성의 심리를 들어본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실험을 들어 말하려고 한다. 누군가가 100달러를 받아서 그의 게임 상대와 나눠야 한다. 어떻게 나누든 상관없지만, 상대가 그것을 수락하기만 하면 둘 다 그만큼 돈을 벌게 된다. 그는 어떻게 나눌까? 그가 90대 10 배분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왜일까?

게임 상대가 합리적이고 자기 화폐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사람이라면,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정의에 부합하는 표준모델이라면 공짜로 생긴 10달러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게임 상대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많이 가져가는 쪽이 70달러를 넘는 경우 상대는 대부분 그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왜일까? 공정한 배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주마’라는 원칙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형평성이 보장될 때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경제학’(한국경제신문 펴냄) 본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 마이클 셔머는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적인 존재이며, 자신을 위하기도 하지만 원래 서로 협력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반(反)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각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가정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늘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공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경쟁지향적이라고만 알고 있다. 왜 그럴까. 저자는 이에 대해 “진화는 오로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진행된다는 신화, 모든 유기체는 배타적 탐욕에 사로잡혀 있고 자기밖에 모르며 경쟁지향적이라는 신화가 있는 것처럼, 경제도 이기적인 의도에 의해 추진되고, 사람들은 배타적인 탐욕에 사로잡혀 있으며, 경쟁지향적이라는 신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기적인 동시에 자기희생적이고, 협력지향적이면서도 경쟁지향적이며,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호전적이고, 사회적인가 하면 반사회적이다. 삶과 경제, 모두 그 안에는 상호 투쟁과 상호 협조가 공존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우리의 천성은 악보다 선에 더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인간이 소비 교역자로 살아온 것은 기껏해야 1000~2000년이지만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인간은 수렵 채집자였고, 이 당시는 경쟁보다 협동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속성이 지금도 지배하기에 우리는 공평함을 더 추구하는 것이다. 만일 인간이 정말 합리적이라면 사촌이 논을 사도 배 아플 이유가 없다. 이 경우 내가 쌀이라도 한 되 얻어먹을 수 있는데도 평등지향의 인간 속성이 배가 아프게 만드는 것인 셈이다. 따라서 저자는 건강한 시장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와 개방성, 그리고 아래로부터 시작된 자율성이라고 말한다. 모든 진화가 위로부터 설계된 것이 아닌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아래로부터 위로 진화된 것이므로 위에서 간섭하거나(공산주의) 서로 유착하면(천민자본주의)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신뢰하자, 약속을 지키자, 공정하게 배분하자, 합리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하지만, 누구라도 먼저 배신하면 그 약속은 깨지게 된다. 결국 건강한 시장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알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구글의 윤리강령을 든다.

위기의 시대, ‘공진화’를 믿어라!

박경철
의사

“사악해지지 마라, 우리는 경쟁하고자 하는 것이지 속임수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책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의 가능성을 믿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이 관념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런 목소리를 발견하는 기쁨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아울러 이 책에선 ‘생각의 역사’를 번역한 바 있는 역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12.22 716호 (p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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