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풍만한 장미의 감촉 ‘2006 게부르츠트라미너’

  • 조정용 ㈜비노킴즈 고문·고려대 강사

    입력2009-12-03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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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만한 장미의 감촉 ‘2006 게부르츠트라미너’
    알자스는 독일 향기가 풍기는 프랑스 와인이다. 라벨에 원산지만 표시하는 보르도, 부르고뉴와는 달리 독일처럼 품종을 라벨에 표시한다. 병 모양도 플루트처럼 독일과 비슷하다. 그리고 화이트가 대세를 이루는 점 또한 독일과 닮았다.

    보주 산맥 왼쪽에 발달한 알자스는 산맥을 넘으면 바로 독일 라인강의 포도밭이 나타날 만큼 독일과 가깝다. 여러 차례 프랑스와 독일에 속했던 질곡의 역사 한복판에 자리잡은 알자스의 화이트는 맑고 순수한 맛이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알자스의 무수한 양조장 중 도멘 진트훔브레히트(Domaine Zind-Humbrecht)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곳이다. 양조장 대표 올리비에 훔브레히트는 그 어렵다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자격을 프랑스인 중에서 가장 먼저 취득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 양조장의 철학은 우선 포도밭에서 저수확으로 결실을 본다는 것이다. 포도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그루당 열리는 송이 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포도밭 재배는 산업화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리려 한다. 이른바 ‘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을 그대로 따른다. 달의 주기를 따라 작업하고, 쇠뿔을 땅에 묻어 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땅이 건실하고 튼튼해져야 좋은 포도를 얻고, 그래야 좋은 와인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가파른 언덕배기 밭에서는 말이 쟁기를 끌게 한다. 어찌 보면 요란할 정도로 특이한 농법이지만, 와인의 품질만큼은 뛰어나다.

    2006년산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를 맛본다. 투르크하임 마을의 하임부르크 포도밭에서 키운 것이다. 라벨을 보면 14.5%의 알코올 도수 아래 ‘인덱스 2’라는 표기가 있다. 인덱스는 단맛의 정도를 설명하기 위해 붙인 양조장의 섬세한 배려다. ‘인덱스 5’가 가장 단맛이다. 그러니 ‘인덱스 2’는 드라이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단맛이 입안에서 두드러지진 않는다.



    이 와인의 가치는 식탁에서 드러난다. 중국요리 마지막에 디저트로 나오는 열대과일 리치의 향내가 풍기는 가운데 장미향, 패션 프루트 향, 꽃향기가 피어난다. 오스트리아 남부 슈티리아 지방에서는 오븐에 구운 토종 닭요리와 이 와인을 좋은 궁합으로 여긴다. 도수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대신 고(高)알코올에서 오는 풍만한 감촉이 두드러져 풀보디의 화이트를 기대하는 애호가들에게 늘 선택되는 단골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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