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GSK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아보다트’ 이중효과 … 전립선암 예방효과도 밝혀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2-03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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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자동차 판매업자 정영수(가명·49) 씨는 지난여름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다. 의사가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약을 처방받으면서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성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걱정이 생겼다. 다행히 아직까진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곤란과 그에 따른 실적부진 스트레스로 한동안 심했던 탈모증상이 한결 나아진 것이다. 듬성듬성하던 머리가 눈에 띄게 까매진 것 같아 자꾸 거울을 보게 된다.

    지상특명, DHT 생성을 줄여라!

    이렇듯 전립선비대증으로 남몰래 눈물 흘렸던 남성 중 일부가 뜻밖의 ‘선물’에 웃음 짓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의 남성탈모 방지효과 때문이다. 일찍이 그 놀라운 효과를 알아챈 이들 중엔 전립선비대증 치료가 끝난 뒤에도 머리털을 위해 남은 약을 쪼개서 먹곤 했다. 그런데 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아보다트’가 탈모치료제로도 정식 승인을 받아 전립선비대증과 탈모에 시달리던 남성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은 크게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로 나뉜다. 알파차단제는 전립선과 방광경부에 분포해 소변이 새지 않게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는 알파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즉 요도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곤란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잠긴 꼭지를 틀어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배뇨제 기능을 한다. 테라조신, 독사조신, 탐술로신, 알푸조신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전립선 성장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전립선 크기 자체를 줄인다. 전립선의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특히 전립선이 30g 이상으로 커진 환자에게 효과가 크다. 따라서 비뇨기과에선 소변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방광에 소변이 가득 찼는데도 갑자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응급상황), 방광결석 등 수술이 필요한 경우 외엔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의 단독 및 병용요법을 치료방법으로 권장한다. 이 가운데 남성탈모와 관련 있는 것은 남성호르몬 억제제이고, 피나스테리드(일명 ‘프로스카’)와 두타스테리드(일명 ‘아보다트’)가 여기에 속한다.



    신체 내에서 주도적으로 기능하는 남성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지만, 전립선이 성장하고 기능하는 데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조직 내에서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 변화된 것으로 테스토스테론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작용을 한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5알파환원효소를 차단함으로써 DHT의 생성을 줄이는 원리다.

    그런데 전립선 성장에 관여하는 DHT가 모낭의 크기를 줄이고 머리카락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따라서 DHT 생성이 줄면 전립선의 성장뿐 아니라 탈모 억제도 기대할 수 있는 것.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이미 탈모치료제로 사용돼왔다. 유명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의 일종인 피나스테리드 성분이다.

    ‘프로스카’를 처방받아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머리털이 나는 사람이 발견되자 탈모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 1997년 하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대한 약효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적절하게 용량을 줄인 ‘프로페시아’로 출고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치료제 가격에 부담을 느낀 남성들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처방받은 뒤 약을 쪼개서 먹는 위험을 감행한다. 전문가들은 허가받은 내용이 아닌 용법·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효과 및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전립선 크기 27% 감소

    일각에서 프로스카를 탈모 치료를 위해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아보다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탈모 남성이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에 대한 만족도를 비교해왔을 정도. 아보다트가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탈모치료제 적응증(어떤 약제나 수술 등에 의해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이나 증상)을 공식적으로 추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보다트는 성인 남성(만 18~41세)의 남성형 탈모 치료에 대한 효능·효과를 승인받았다. 탈모 치료를 위한 아보다트 권장량은 하루 한 번 1캡슐(0.5mg)이며,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이라면 하루 한 알의 아보다트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 다만 여성과 소아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배우자가 임신을 계획하는 남성 등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요구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은 교감신경 차단제인 알파차단제와 항(抗)남성호르몬요법을 통틀어 1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중 아보다트가 주목을 받는 것은 남성호르몬을 DHT로 전환시키는 5알파환원효소 1형과 2형 모두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5알파환원효소에는 피부와 간 조직, 전립선 등 여러 장기와 모낭에 존재하는 1형, 전립선을 포함한 요로생식기에 주로 존재하는 2형이 있다. 기존의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2형에만 작용하는 데 비해 아보다트는 1형과 2형 모두에 작용해 DHT 수치를 크게,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형 5알파환원효소 억제력이 다른 약제보다 60배 정도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내에 빨리 흡수되며, 대부분 간에서 대사돼 대변으로 배설되는 것도 강점.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양이 미미해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도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기존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비교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각각 12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투여한 후 국제전립선비대증 증상점수를 비교한 연구에선 두타스테리드가 초기 투여에서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아직은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아보다트가 최근까지 전립선비대증 치료, 전립선비대증 증상 개선, 급성 요저류 위험성 감소, 전립선비대증과 관련된 수술 필요성 감소 등의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점. 임상실험 결과 아보다트를 복용한 환자는 DHT 농도가 평균 94% 감소했으며 그 효과가 4년 넘게 지속됐다. 전립선 크기를 4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전체적인 감소율은 약 27%에 달했다. 소변의 속도 면에서도 아보다트는 빠르면 치료 1개월 만에 효과를 보였다. 아보다트는 급성 요폐 위험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보다트와 알파차단제 탐술로신을 함께 복용할 경우 더 뛰어난 효과를 보여 병용처방 요법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도 “앞으로는 알파차단제와 아보다트를 함께 쓰는 것이 전립선비대증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김성득(가명·69) 씨는 지난해 초부터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아진 데다, 특히 밤에 4번 이상 소변이 마려워 잠을 설치자 비뇨기과를 찾았다. 국제전립선 증상점수(0~35점, 낮을수록 증상이 경미하다)를 측정해본 결과 22점, 중증(0~7 : 경증, 8~19 : 중등증, 20~35 : 중증)으로 판명됐다. 삶의 질 조사(0~6점, 높을수록 삶의 질 낮음)에서도 6점이 나왔다.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5알파환원효소제 ‘아보다트’는 최근 탈모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남성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복병

    경직장초음파로 전립선 크기를 살펴보니 57.4g(정상치는 20g)으로 심각한 전립선비대가 발견됐다. 수술까지 고려할 상황이었지만 우선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증상 개선과 근본적 치료를 위해 알파차단제와 아보다트를 병용 투여했다. 6개월 후 김씨의 전립선 상태는 몰라보게 변했다. 전립선 크기가 37.6g으로 크게 줄어든 것. 환자가 느끼는 증상에서도 국제전립선증상점수가 22점에서 8점으로 낮아졌고, 삶의 질도 4점으로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21쪽 기사 참조).

    한편 지난 4월24일~5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REDUCE’ 연구에 따르면, 두타스테리드가 전립선암 고위험군 환자의 전립선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보다트는 전립선암 예방효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전립선암은 미국인의 남성암 중 부동의 1위에 올라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995년 269명에서 2005년 909명으로 약 3.4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보험금도 2000년 80억원에서 2006년 521억원으로 6.5배 늘어나 사회적 부담도 커졌다(39쪽 기사 참조).

    이런 현실에서 아보다트의 전립선암 예방효과는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서 드러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전립선암 예방제로서도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의 주요 원인이 노화와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만큼, 남성에게 전립선질환은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복병인지 모른다. 여기에다 머리카락까지 빠지면 그들은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보다트는 그들에게 ‘해피 드러그(Happy Drug)’가 돼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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