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해피뉴이어증후군

  • 김민경 holden@donga.com

    입력2009-01-07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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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뉴이어증후군

    순백의 슬로프에서도 도심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스키웨어입니다. 새해에는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해피뉴이어증후군’이나 어디서든 패션에 신경 쓰는 ‘신경 써라 증후군’에 걸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셀린의 2008 스키컬렉션입니다.

    현대인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연속된 자신의 삶을 연월일시분초로 쪼개고 구획 지으며 산다는 것이 아닐까요? 억지로 ‘윤초’도 만들고요. 그래서 오늘과 내일이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건만 12월31일과 1월1일을 앞에 두고 비감에 젖어 ‘송년회’ 혹은 ‘망년회’를 열고, 문자메시지로 ‘해피뉴이어’를 찍어 날리며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하여 각종 ‘해피뉴이어증후군’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는 12월31일과 1월1일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가장 전형적인 증세로는 현대의 신흥종교로 등극한 다이어트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케이트 모스처럼 심하게 마른 모델을 우상 숭배해 냉장고 문에 사진을 붙이고 1월2일 헬스클럽 및 수영장에 신도로 등록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습니다. 이날 헬스클럽 탈의실은 신입사원 면접장처럼 우왕좌왕하며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러닝머신(트레드밀) 위에 20분 이상 있으면 ‘내 뒤엔 줄 서지 말라’는 신종 ‘님비’족인 듯 정초부터 욕을 먹습니다. ‘해피뉴이어증후군’은 12월에 시작돼 ‘작심삼일’도 아니 한 것보다 낫다는 1월1일 정점에 이르렀다가 송년회와 신년회에서 마신 술이 하복부의 지방으로 봉긋하게 올라오는 1월 중순까지 지속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해피뉴이어증후군’을 앓게 되면서 ‘신경 써라 헬스클럽에도 보는 눈이 많다 증후군’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헬스클럽에 문제적 체형을 가진 사람들보다 S라인의 여성들과 식스팩 초콜릿 복근을 가진 남성들이 더 많아지면서 새벽부터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를 하고 러닝머신 위를 상큼하게 달리는 여성을 보거나, 100 C컵임을 드러내는 ‘보디 컨셔스’ 티셔츠를 입고 벤치프레스를 하는 남성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헬스클럽에 비치된 목 늘어진 운동복 따위는 결코 입지 않습니다. ‘신경 써라 증후군’에 걸린 여성들은 예외 없이 주이시 쿠튀르의 벨벳 트레이닝을 입어요. 남성들은 컬러풀한 반소매 셔츠를 이너웨어로, 아래 위가 다른 트레이닝복을 레이어드하고 스포츠센터를 나섭니다. 그들이 입은 패딩 재킷 혹은 패딩 베스트는 이번 겨울의 ‘핫’ 아이템으로 ‘시이이크’(chic)하다는 감탄사를 억누를 수 없게 합니다.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었는데도 자신은 ‘백수룩’이라면 한 사이즈 작게, 아래 위를 다르게 레이어드해 보세요.

    ‘신경 써라 증후군’이 처음 시작된 곳은 아시다시피 스키장(요즘은 스노보드장)입니다. 스키복, 모자, 고글로 자신의 외피를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스키장은 진정 신경 쓸 가치가 있는 곳이죠. 그래서 각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해피뉴이어증후군’과 ‘신경 써라 증후군’을 노리고 스키웨어를 내놓는데, 이번 시즌의 특징은 고기능성 소재를 이용하면서 일상적인 시티룩으로도 적당하다는 점입니다. 요란한 원색은 사라지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많아졌어요. 또 무릎과 팔 부분에 페크를 대서 보드복의 특징을 살렸으니, 스키 타면 좀 민망하겠죠? 무엇보다,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가 개발되면서 스포츠웨어들도 1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직하게 몸을 드러냅니다. ‘해피뉴이어증후군’도 점점 더 독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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