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그놈의 연예인이 뭐기에 회초리 맞고 스타킹 벗고

  • 한상진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1-07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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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놈의 연예인이 뭐기에 회초리 맞고 스타킹 벗고

    ‘올해의 사건’을 선정, 발표한 검찰 블로그(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

    대검찰청이 2008년 한 해 전국에서 처리한 사건 중 ‘황당사건’ ‘엽기사기’ 5건씩을 선정해 검찰 블로그(blog.naver.com/ spogood)에 발표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사건들을 접한 누리꾼(네티즌)의 반응이 뜨거웠다.

    ‘황당사건’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해 젊은 여성들의 종아리를 때린 30대 남성들’ 사건.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최모(31) 씨 등 2명은 영화 출연을 미끼로 19∼22세 여성들을 꾀어 미리 빌려둔 스튜디오에서 ‘상궁에게서 회초리 맞는 무수리 연기’라며 여성들의 종아리를 50∼70대씩 때렸다. 여성들은 촬영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매 맞기를 포기하면 계약금(20만원)의 3배를 물어야 한다는 약정서를 썼다. 여성들은 매를 맞는 동안 “잘못했습니다, 마마님”이라는 대사를 반복해야 했다. 피해 여성들의 상당수는 6개월이 지나도록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만큼 큰 고통을 당했다.

    여성의 종아리,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증(페티시즘)에 빠져 있던 피의자들은 가공의 기획사까지 차려 범죄를 준비했고 나이트클럽 등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겠다며 접근, 오디션을 통해 대상을 선정해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 2008년 5대 황당 엽기사건 선정

    수사 과정에서, 회초리를 맞은 여성들 외에도 다리에 촛농을 떨어뜨리는 피해를 입은 여성도 다수 있었고 망사 스타킹을 신고 벗는 행위를 강요당한 여성도 여러 명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당한 여성은 100명이 넘었다. 피의자들은 평소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상류층 행세를 하며 여성들을 유혹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젊은 여성들의 기대감을 이용한 사건이다. 엽기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도 문제지만, 연예인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이처럼 터무니없는 범죄에 빠져든 여성들도 문제가 있다”며 혀를 찼다.



    다섯 살 난 딸에게 은행절도를 시킨 비정한 엄마도 누리꾼들을 분노하게 했다. 사건은 2008년 3월 제주시에서 벌어졌다. 피의자 강모(33) 씨는 딸을 시켜 은행 VIP 상담실의 철제 금고에서 100만원권 수표 100장과 50만원권 수표 83장, 재래시장 상품권 등 1억4000만원어치를 훔쳐냈다.

    CCTV에 범행 장면이 찍혀 붙잡힌 강씨는 “딸에게 그런 짓을 시킨 적 없다”며 범죄를 부인했다. 확인결과 강씨는 한 사람에게 둘 이상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해리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검찰은 ‘목숨을 건 내기 장기’를 둔 무속인들 사건,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자신을 찍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동료 의원들에게 짝퉁 명품가방과 지갑 22개를 돌린 부산시의회 천모 의원 사건, “가수 이효리를 닮은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속여 5명의 남자에게서 150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뜯어낸 사기사건 등을 ‘2008년 올해의 사건’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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