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 신흥 블루칩 전북대

감동 주고 미래 여는 대학 탈바꿈 … 2020년 세계 100大 대학 진입 힘찬 발걸음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12-17 22: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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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 신흥 블루칩 전북대
    10대 거점국립대학 중 하나인 전북대는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1948년 문을 열어 올해 개교 6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간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다른 지방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침하를 거듭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온 것. 지역 인재들이 해마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캠퍼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2006년 말 취임한 서거석(54)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극심한 취업난에 빠져 있는 졸업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학교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변신에 성공했다.

    11월14일 일본능률협회가 주최하고 글로벌 경영위원회(위원장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서 선정한 ‘2008 글로벌 경영대상’ 대학경영부문에서 전북대가 대상을 차지한 것이 그 결과물의 하나다. 그동안 전북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2008 글로벌 경영대상’ 경영부문 대상

    2007년 봄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서 총장이 꺼내든 카드는 교수평가제를 기초로 한 교수직급정년제였다. 직급별로 정해진 기간 동안 승진하지 못할 경우 교수직에서 강제 퇴출하겠다는 초강경 정책이었다.



    첫해 정교수 승진요건은 4년 안에 500% 이상의 연구실적을 올리는 것. 학교에서 제시한 기준을 보면 이공 및 자연계는 SCI(국제논문인용색인)급, 인문계는 학술진흥재단 등재지급 이상에 논문 1편을 단독으로 등재했을 때 인정받는 연구실적이 100%다. 2인 이상의 연구자가 참가한 공저의 경우 그에 해당하는 연구실적 인정기준이 있는데, 이를 다 합친 것이 500% 이상이 돼야 한다.

    올해 들어 학교 측은 각 단과대학 또는 일부 학부별로 교수평가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공과대 고분자·나노공학과는 전임강사에서 조교수로 승진하려면 800%, 조교수에서 부교수는 1600%, 부교수에서 정교수는 2000%에 해당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학교 측은 교수들이 능동적으로 교수평가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3대 과학잡지에 주저자로 표지논문이나 단독논문을 게재할 경우 포상금 1억원을 받고, 연구실적에 관계없이 한 계단 승진할 수 있다. 공동연구 주저자(제1저자 또는 교신저자)도 포상금 7000만원과 함께 승진이 가능하다. 공동저자일 때는 1억원을 저자 수로 나눈 금액을 지급받는다. 6월과 9월 두 차례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등재해 화제를 모았던 최희욱 교수(과학기술학부)가 이 제도의 첫 수혜자로 1억4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학교 측은 또 연구교수로 선정된 교수에게는 연간 18학점인 책임강의시간 중 SCI 등재논문 1편당 3학점씩, 최대 6학점을 경감받을 수 있게 했다. 내실 있는 강의를 위해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서 총장은 “처음에는 교수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단과대학별로 순회 간담회를 열고 교수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설득해 이제는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또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평생지도교수제’를 바탕으로 한 ‘큰사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매년 취업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지방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찾은 것.

    평생지도교수제는 사제 간의 신뢰 조성과 학생들의 진로설계 지도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학생들은 반드시 지도교수와 일정 시간 이상 상담을 해야 하고, 교수들은 그 내용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 신흥 블루칩 전북대
    ‘큰사람 프로젝트’ 학교 안팎 큰 호응

    이 상담내용을 토대로 1, 2학년은 심리적성검사와 자기개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3, 4학년은 진로 및 취업캠프 등 취업경쟁력 강화프로그램과 선후배 간 멘토링프로그램을 받는다.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개인경력 관리프로그램은 학년별로 진행된다. 이것이 ‘큰사람 프로젝트’다.

    현재 졸업 예정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연간 10회 가까이 열리는 계열별 맞춤형 취업캠프다. 학생들의 취업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면접캠프, 대기업 모의 직무능력 검사, 채용설명회 등도 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14.9%포인트 상승한 63.8%를 기록해 전국 거점국립대 중 취업률 2위를 차지했다.

    서 총장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현재 29개국 191개 대학과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한 전북대는 올해부터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다. 학기마다 100여 명씩 필리핀과 중국 등 외국 자매결연 대학에서 언어, 문화 등을 체험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학교 측은 또 해외 유명 대학들과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국제 복수학위제를 비롯, 교비유학생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감동을 주는 대학, 미래를 여는 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전북대의 중장기 계획 ‘비전 2020’은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는 것이다. 전북대는 그 미래를 향해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인터뷰 | 서거석 총장

    “경쟁력 향상 시스템 구축 … 명문대로 도약 가능”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 신흥 블루칩 전북대
    12월14일은 서거석(사진) 총장이 취임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 2년 동안 서 총장은 대학 숙원사업 중 하나인 익산대와의 통합을 이끌어냈고, 로스쿨을 유치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 총장으로서 그의 목표는 전북대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문대로 키우는 것이다. 다음은 서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2년을 평가한다면?

    “그동안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전 직원이 전국 주요 대학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벤치마킹한 결과다. 그 덕에 교수나 학생이나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이다.”

    -지방국립대가 안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지방국립대가 한때 위상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수한 학생들이 대부분 서울 등지로 빠져나간다.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학벌 위주 사회여서 그렇다. 기업들이 서울지역 대학생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학생들이 서울로 가려는 것 아닌가. 이런 병리현상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비전 2020’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2010년까지 국내 10대 대학, 2015년까지 세계 200대 대학,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전북대는 무한한 가능성과 저력을 지닌 대학이다.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은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정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는 서울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탈피해 지방 대학을 배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대학입시제도 중 복수지원은 결국 서울과 지방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지방 대학을 고사시키는 편입학제도도 문제다.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도에 일류 대학이 집중돼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런 기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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