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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특파원의 天安門에서

올림픽 축제까지 ‘짝퉁 불감증’

  •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올림픽 축제까지 ‘짝퉁 불감증’

올림픽  축제까지 ‘짝퉁 불감증’

상하이(上海)의 한 시장에 전시된 모조품 운동화.

“노래는 미리 녹음한 것입니다. 이는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해 한 일입니다. 저는 (이런 결정이) 어떤 잘못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닷새 뒤인 8월13일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왕웨이(王偉) 집행부주석은 개막식에서의 ‘립싱크’ 사실이 드러나자 기자들에게 경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는 8월8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일명 냐오차오·鳥巢)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오성홍기를 바라보며 ‘거창주궈(歌唱祖國·조국찬가)’를 부른 예쁘장한 어린이 린먀오커(林妙可·9)의 목소리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방송으로 내보내도록 했다. 린양이 예쁘긴 하지만 노래는 두 살 어린 양페이이(楊沛宜·7) 양이 더 잘 불렀던 것이다. 결국 린양의 얼굴과 양양의 목소리를 합성해 최대 효과를 노리려 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조직위는 특히 이 결정은 개막식의 방송 중계상들이 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직접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직위의 정직하지 못한 행태는 이것뿐이 아니다. 개막식에서 전 세계 시청자가 보는 가운데 베이징 도심 남쪽의 융딩먼(永定門)에서 국가체육장까지 베이징의 용맥(龍脈)을 따라 12km에 걸쳐 ‘거인의 발자국’으로 연출된 불꽃놀이 역시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 개막식 1년 전부터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었다. 조직위 측은 헬리콥터가 현장에서 바로 찍은 것처럼 보이도록 화면을 약간 흔들리게 조정했고, 심지어 베이징의 뿌연 하늘을 고려해 불꽃색깔까지 조정했다.



가짜 화면에 립싱크 … 세계 일류 국가 목표 발목 잡을 듯

조직위가 ‘가짜 화면’을 만들거나 립싱크를 한 것은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꼭 잘못됐다고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작업을 거쳤다면 화면을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게 정직한 태도였을 것이다.

중국엔 사실 가짜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가 쇼핑을 즐긴 베이징의 유명 쇼핑 장소 ‘슈수이제(秀水街)’도 사실은 ‘짝퉁 상품’이 즐비한 곳이다. 훙차오(紅橋)시장이나 골동품 시장인 판자위안(潘家園)도 마찬가지다.

일반 시장은 물론 백화점에서도 가짜 상표가 판치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세금계산서나 신분증, 관공서 허가증까지도 가짜가 나돈다.

‘짝퉁’에 대한 관념도 그리 나쁘지 않다. 기능이나 효과만 비슷하다면 값이 싸면서도 제 기능을 다하는 것으로 여긴다. ‘별 차이 없다’는 뜻의 ‘차부둬(差不多)’라는 말이 중국인들 사이에 생활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중국의 정부기관, 특히 66억 세계인을 상대로 국제경기를 펼치는 조직위가 이런 ‘짝퉁 화면’을 만들어서야 어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고 나아가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주간동아 2008.09.02 651호 (p59~59)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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