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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못 알아보게 하는 ‘아이웨어’의 힘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어머니도 못 알아보게 하는 ‘아이웨어’의 힘

어머니도 못 알아보게 하는 ‘아이웨어’의 힘

레이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이 어딘지 밋밋해 보인다면 성형외과에 가기 전 블랙 물소 뿔테 안경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지. 인생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만화경처럼 온 세상이 그려지는 미러 코팅 렌즈에 22K의 금이 도금된 보잉 선글라스를 써보라. 안경과 선글라스는 남성의 마초형 얼굴을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그것만큼이나 지적으로 바꿔놓고, 삼수생처럼 지루한 여성의 표정도 효리처럼 섹시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안경과 선글라스를 ‘아이웨어(eyewear)’라고 부른다. 그것들은 이제 시력보정이나 자외선 차단 같은 기능과 상관없이 팔리기 때문이다.

“‘아이웨어’는 ‘화룡점정’이죠. 특히 남성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인 데다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저항감을 보이지 않고 구입하는 거의 유일한 패션 아이템입니다.”(아이웨어 멀티숍 ‘웨이브’ 이건행 대표)

올해의 트렌드는 남성들이 많이 착용하는 안경의 경우 아세테이트, 셀룰로이드, 나일론 등 흔히 ‘뿔테’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소재에 복고적이고 미니멀하게 각진 디자인. 선글라스는 남녀 모두에게 흔히 잠자리 눈이라 불리는 ‘보잉’ 스타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보잉 혹은 에비에이터(aviator)는 1937년 탄생한 최초의 선글라스 모델이다.

당시 레이밴사는 비행 중 어지럼증을 겪는 공군 조종사들을 위해 이 선글라스를 군납용으로 생산했는데, 이로써 70년 넘게 사랑받는 클래식 선글라스 ‘에비에이터’의 역사가 시작된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애용함으로써 다시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에비에이터는 레이밴사가 진보된 프레임과 특수 렌즈를 사용한 프리미엄 모델을 계속 출시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대부분의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다양한 클래식 ‘보잉’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1조5000억 시장 폭발적 성장세 … 최대 호황 패션산업



어머니도 못 알아보게 하는 ‘아이웨어’의 힘

레이밴의 프리미엄 컬렉션. 티타늄 프레임에 22K 핑크골드를 도금한 ‘에비에이터’디자인. 렌즈에 레이밴사 로고와 함께 음각된 다이아몬드 문양은 일반 렌즈보다 10배 강화된 ‘하드 렌즈’임을 나타낸다. 가격은 40만원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맨 인 블랙’에서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레이밴사의 선글라스 웨이페어러(Wayfarer)도 1952년 처음 선보인 이후 저항적인 록 정신의 아이콘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레이밴사는 올해 다양한 컬러의 프레임을 가진 웨이페어러를 내놓았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복고 경향이 워낙 강세인지라 블랙의 클래식한 매력은 여전히 돋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도 복고형 아이웨어들이 강세다.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적 아이마켓 MIDO에 다녀온 ‘웨이브’의 이건행 대표는 “샤넬, 프라다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193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를 반복하면서 일제히 복고풍 아이웨어 디자인을 내놓았다”며 “소재는 단연 첨단적, 친환경적인 것이 강세”라고 설명했다.

즉 프레임에 티타늄, 메타티타늄, 알루미늄 등 재활용할 수 있는 고급 메탈과 플라스틱을 매치함으로써 ‘뿔테’ 느낌을 주는 메탈프레임이 등장했고, 인공혈관에 쓰이는 독소 제거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도 선보였다. 또한 도금이 아닌 순금, 버펄로 혼(물소 뿔), 구갑(거북 등), 나무 등 고가의 자연소재들이 럭셔리 마켓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천연소재들이 아토피와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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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의 ‘신상’ 아이웨어들. 페라가모, 돌체 앤 가바나, 티파니,프라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는 복고풍 트렌드에 맞춰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의 안경과 선글라스 및 렌즈 시장은 1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그중 고가의 럭셔리 마켓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다국적 아이웨어 제조 및 유통업체인 룩소티카와 사필로가 한국 진출을 완료하면서 마케팅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룩소티카는 레이밴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샤넬, 프라다, 돌체 앤 가바나, 불가리, 티파니 등 26개 럭셔리 브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아이웨어를 생산함으로써 세계 아이웨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미지, 가격 정책, 매 시즌 컬렉션 콘셉트 등을 결정하고 공동 프로모션 및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브랜드의 DNA를 가진 아이웨어가 탄생한다. 전문 업체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 20만~30만원대를 유지하던 아이웨어 가격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50만~6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넘쳐나는 가짜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나사 하나도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고, 디테일과 소재를 ‘오트쿠튀르’화함으로써 고가시대를 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이 고가의 아이웨어에 더 열광했다.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의 옷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로고를 다른 곳도 아닌 얼굴에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웨어의 템플(다리 관자놀이)에 선명하게 새겨진 샤넬과 불가리의 로고처럼 럭셔리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그래서 사넬 같은 브랜드는 샤넬의 로고 ‘C’를 붙인 아이웨어를 한정 생산하는 이미지 방어책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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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찌의 디렉터인 톰 포드도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한국에 먼저 런칭했다. 사진은 얼굴의 반을 가리는 대담하고 복고적인 스타일(왼). 이미지 제공 웨이브.‘레트로스펙스’의 아이웨어들. 변색이나 마모되지 않고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물소 뿔 소재에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남성들에게 인기 있다. 아시아인의 평면적인 얼굴에 맞춰 노스패드(코에 닿는 부분)를 높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70만원대(오른쪽).

“올해는 온 국민이 럭셔리 아이웨어를 쇼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이웨어는 지금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패션산업이죠.”

톱스타들의 아이웨어 스타일링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의 말처럼 명품 아이웨어가 대중 마켓으로 확대되자, ‘남다른 것’에 목숨을 건 트렌드세터들은 독자적 역사와 소량 생산을 고집하는 작은 ‘하우스 브랜드’의 아이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이웨어 디자이너 린다 패로의 유산을 이어받은 ‘린다 패로 빈티지’, ‘커틀러 앤 글로스’, ‘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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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웨어를 착용한 해외 셀러브리티들.

스펙스’ 등이 이미 국내 셀러브리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 특히 ‘레트로스펙스’는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장인’들에 의해 생산된 아름다운 프레임들을 당시의 기법과 소재로 그대로 재현해 오리지널 제품으로 만들거나 고객 취향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어 마치 아이웨어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웨어가 만들어진 1930~60년대 레이밴 프레임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레트로스펙스’ 아이웨어의 가격은 최저 50만원대에서 1천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데, 소비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보면 마치 국내에서는 안경테나 렌즈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도 경주남석을 연마한 렌즈는 최고의 품질로 평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의 안경 장인들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섬유를 일찌감치 사양산업으로 진단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중국산과 경쟁하게 된 것과 같은 현상이 아이웨어 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8.07.22 645호 (p50~52)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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