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7

2008.01.01

民心 우향우… 정계개편 쓰나미 온다

18대 총선 정국으로 모드 급전환 … 득표 결과 분석 ‘헤쳐 모여’ 가속도

  • 윤경주 폴컴 대표 ceo@polcom.co.kr

    입력2007-12-26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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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民心 우향우… 정계개편 쓰나미 온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2월 20일 아침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17대 대선은 역대 대선 가운데 1, 2위 간 표차가 가장 컸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기존 대선과는 달리 유권자 이념지형의 보수화, 이념-세대 변수의 약화 등 구조적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정책대결보다는 ‘경제’라는 단일 이슈와 도덕성 검증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바로 그 산물이다.

    그렇다면 역대 대선 중 가장 많은 후보가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치러질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 실제 대선을 끝낸 정치권의 관심은 18대 총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이번 대선에서의 득표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을 수반하는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대적 숙청 or 신당 창당 가능성

    이명박 후보의 압승은 한나라당의 내부 결속력을 높이고 결집을 강화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불투명하지만, 만일 이명박 특검이 무산되거나 특검수사 결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뒤집지 못할 경우 이 당선자는 이를 국면전환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카드는 신당 창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제하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여당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과 함께 행정부의 국정이념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바탕으로 대통령 정당을 창당하거나 공천을 통한 숙청을 단행해왔다.



    이 당선자의 경우도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천을 통한 숙청이나 신당 창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숙청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내에 박근혜 전 대표가 건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지배력 확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당 창당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명박 신당’의 창당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대선 막판, 이 당선자가 반수를 넘는 압도적 지지로의 당선을 강조했던 점이나 이명박 특검을 수용하면서 여의도 정치판의 변화를 거론한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박 전 대표 진영의 반발로 이재오 의원이 퇴진한 것도 신당 창당 구상과 관련 있다는 설이 있다.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합류도 당내 차기 구도가 경쟁 국면으로 돌입했다는 의미뿐 아니라, 박근혜 진영의 전통보수 노선에 대해 ‘이명박-정몽준’의 실용보수 노선 강화로 당내 노선경쟁이 구체화됐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명박 지지선언 직후 정몽준 의원의 “대선 이후 당에서 할 역할이 있다”는 발언은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기보다는 창당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박희태 선대위원장이 당청관계를 거론하며 참여정부의 당청분리 폐해를 지적한 것도 무심코 흘릴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이 당선자가 신당을 만들 경우 어떤 변화가 올까? 박근혜 진영과 이회창 진영이 전통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연대하거나 한나라당으로의 재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중도보수 정당인 집권 여당과 전통보수 정당인 박근혜-이회창 신당으로 양분됨을 의미한다.

    물론 이 당선자가 내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공천을 통한 숙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 일성은 이명박식 개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개혁의 주된 방향은 인적 쇄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 경선 직후 구성된 한나라당 선대위에 정치권 출신 인사보다 정치권 외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한 것에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야당 생활을 해오면서 전투형 정당모델에서 탈피해 정책조정 기능 중심의 효율적인 여당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과 맞물린다.

    아직까지 공천 개혁의 범위와 폭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親)박 계열 의원들의 태도에 따라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도 있다. 당 외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회창 신당도 한나라당 내분 과정에 개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2선 후퇴냐 공멸이냐

    民心 우향우… 정계개편 쓰나미 온다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이 12월20일 오전 당산동 당사에서 정동영 후보와 오충일, 손학규, 김근태 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침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개혁 진영의 재편과정과 신당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왔다. 민주개혁 진영의 구심점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이 유지되기 위한 심리적 마지노선은 득표율 30% 선으로 예측돼왔다. 하지만 대선 결과 정 후보의 득표율은 26%에 그쳤다. 역대 대선과 비교할 때 1, 2위 간 표차도 최대다. 결국 신당이 민주개혁 진영의 구심점으로서 정치적 기능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신당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거나 타 정당과의 통합 등 정치 재편을 통한 위기극복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신당의 진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당내 최대 계보의 수장이자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진영의 선택이다. 정동영 진영이 2선으로 퇴진하거나 타 정파와의 연대 또는 동의를 통해 새로운 당의 리더를 합의 추대할 경우 신당은 새로운 당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개혁 진영의 통합작업에 집중하며 총선준비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동영 진영이 정 후보 본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당권경쟁에 나설 경우 1월 전당대회는 각 정파의 원심력이 작용하면서 창당 6개월 만에 분화과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대선 결과를 정 후보나 지도부의 책임보다는 민주개혁 진영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때문에 당분간 내부 결속과 갈등 봉합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은 신당이 집단지도 체제나 임시지도부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이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한계를 지닌다.

    현재 민주개혁 진영의 패배는 당내 리더십의 교체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민주개혁세력 복원 차원에서의 통합이라는 정계개편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민주개혁 진영의 복원이라는 과제는 이번 대선의 득표 결과를 통해 볼 때 18대 총선에서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자칫하면 신당이 1987년 평민당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인식이다.

    현재 신당 내부에는 이 같은 상황인식에는 동의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하나는 단일화 협상에서 나타났듯 창조한국당과 민주당이 독자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민주개혁 진영의 재편이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세력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정동영 진영, 친노(親盧) 진영, 민주당계 등 기존 세력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조건에서 보면, 민주개혁 진영의 새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은 ‘수도권-40대-개혁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손학규 진영과 문국현 진영 정도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세력이 재편과정을 주도할 만한 정치력과 조직력이 없다는 점이다. 또 민주개혁 진영의 적자(嫡子)가 아니라는 점도 타 정파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한계다.

    한편 민주개혁 진영의 재편과정에서 인적 쇄신에는 리더십의 교체뿐 아니라 17대 현역 의원들의 일부 정리 및 신진 인사들의 합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새 정당의 창당이나 공천 탈락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은 신당의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17대 현역 의원들이 타 정치세력으로 이탈해 총선에 출마하는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창조한국당과 민주당] 정치세력으로 존립 불분명?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은 대선과정에서 민주개혁 진영과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하고 단일화를 거부함으로써 대선 패배의 책임과 함께 정치세력으로서 존립이 불분명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문 후보가 5%대의 낮은 득표율을 거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창조한국당의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할 후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는 창조한국당의 정치적 몰락을 의미한다. 문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창조한국당의 총선 독자노선을 밝혔음에도 정계개편으로 귀결될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후보단일화 거부와 대선 막판 탈당사태로 정치세력으로서의 의미를 거의 상실했다. 특히 호남·충청지역에서도 6위에 그치는 득표를 보여 내년 총선에서 독자 정치세력으로 기능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의 진로는 통합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회창 진영] 파괴력은 충청과 심대평 하기 나름

    전통보수 진영을 지지기반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는 대선 완주 이후 신당 창당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회창 신당 창당의 파괴력은 총선구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이회창 신당의 파괴력에 따라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총선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15% 정도 득표에 머물면서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충청과 영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파괴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회창 신당의 일차적 장래는 이 후보가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린 충청지역에 연고가 있는 심대평 의원과 국민중심당이 과연 이 후보와 함께 총선 전에 새 정당을 창당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2차적 장래는 이명박 특검의 수사 결과, 이명박 신당의 창당, 박근혜 의원의 합류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회창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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