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6

2007.10.16

미래형 무기 레일건 “핵 빼고 다 꿇어”

활주레일 이용한 전자포로 美·英 개발 중…파괴력·정확도 등 타의 추종 불허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10-10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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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형 무기 레일건 “핵 빼고 다 꿇어”

    레일건이 탑재될 예정인 스텔스 구축함 DDG1000.

    9월11일 러시아가 ‘모든 폭탄의 아버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미국의 공중폭발대형폭탄(MOAB·Massive Ordnance Air Blast)보다 폭발력이 4배 강하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이 폭탄은 폭발 때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폐와 기관을 손상시켜 죽이는 무기로, 폭발력이 44t에 이른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현존 ‘최악(最惡)의 무기’다.

    미국과 영국은 한 걸음 나아가 이 ‘최악의 무기’를 뛰어넘는 ‘극악(極惡)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0~2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레일건이 그 주인공. 레일건은 활주(滑走) 레일을 이용한 전자포(電磁砲)로, 두 레일(전선) 틈에 전류를 흘려보낸 뒤 그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으로 레일 사이의 포탄을 발사한다. 이 무기가 개발되면 19세기 러시아 화학자 N.I. 키바르치치가 암살용으로 처음 개발한 ‘폭탄’의 시대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된다.

    영국 군사전문 주간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 해군기지에서 지름 90mm의 레일건 발사에 성공했다. 미 해군은 2010년까지 100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3300만J(줄·1뉴턴의 힘으로 1m를 움직이는 힘)의 발사대를 시험 운용할 예정이다.

    시험 발사에서 레일건의 총구 에너지는 740만J, 속도는 마하 7.5였다. 한국군의 개인화기인 K2소총의 운동에너지가 1700~1800J임을 고려하면 ‘건(gun)’이라는 이름은 이 무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2020~2025년 실전 배치 목표 … ‘폭탄’시대의 종언

    영화 ‘스타워즈’에서 로봇들이 쏘는 총이 바로 레일건. 척 러셀의 영화 ‘이레이저’에 나오는 무기를 떠올려도 된다. 레일건은 가스폭발로 추진력을 얻는 화학식 포의 한계를 전자기력으로 극복한 것으로, 입자가속총 또는 전자장 발사기라고도 불린다. 자기부상열차가 레일을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탄환이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따라 ‘울트라 메가 스피드’로 발사되는 것이다.

    레일건을 만드는 일은 ‘이론적으로’ 어렵지 않다. 1800년대의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로선 레일건 1문을 발사하려면 준항공모함급 선박을 운용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요구된다고 한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반동도 커서 영화에서처럼 레일건을 개인화기로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선 공상과학(SF)의 영역이다.

    미국의 목표는 2020년대 레일건을 전함에 장착하는 것이다. 미 해군의 단기 목표는 550km 떨어진 전함에서 해안의 목표물을 빠른 속도와 가공할 위력으로 정확하게 연속 타격하는 것이다. 레일건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탄(彈)이 날아갈 때 강한 소음이 발생하지만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덕에 적국은 발사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다(소리가 전해지는 속도보다 탄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

    2. 속도가 빠른 데다 에너지가 커서 파괴력이 엄청나다.

    3. 야간에 발사해도 빛이 발생하지 않아 시각만으로는 적이 발사 여부를 알 수 없다.

    4.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위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5. 포탄에 장약을 넣을 필요가 없어 운반이 쉽다.

    6. 발사에 필요한 추진체를 따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

    미래형 무기 레일건 “핵 빼고 다 꿇어”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한 무기도일종의 레일건이다.

    레일건은 ‘별들의 전쟁(스타워즈)’이라고 불리는 1983년 미국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에서 비롯됐다. 초기 연구는 1986~99년 맥스웰기술협회에 의해 진행됐고, 2001년 이후 미 첨단기술연구소(IAT)가 실용화 연구를 맡았다.

    미 해군의 레일건 개발자 로저 엘리스는 2006년 12월 런던에서 개최된 ‘다음 세대 무기로서의 원동력(Engine as a Weapon 2)’이라는 이름의 세미나에서 “레일건은 통합 파워시스템 선박인 DDG1000의 탑재무기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일건이 탑재될 DDG1000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구축함. 줌발트(ZUMWALT)라고도 불린다. 노스롭그루먼과 제너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DDG1000은 미식축구 경기장 2배 크기로, 가격이 2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초음속 비행으로 적국은 발사 사실 알 수 없어

    미래형 무기 레일건 “핵 빼고 다 꿇어”
    레일건이 실전 배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탄을 발사시키는 자기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기력이 레일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레일에 전류가 흐르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포열을 녹일 수도 있는 것.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016년 6400만J의 시험 발사대가 개발된 뒤 2020~25년 레일건이 실전 배치될 것”이라면서 “기술적 어려움이 있지만 레일건이 차원이 다른 무기로서 미래전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폭탄의 아버지’라는 러시아의 신형 폭탄은 현존하는 폭탄 중 으뜸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개발 중인 레일건은 ‘차원이 다른’ 무기다. ‘폭탄 다음의 무기’ 레일건은 50년, 10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1981년 출간된 ‘시뮬라시옹’에서 “약소국들도 핵 공격력을 얻는다고 여기면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핵 공격을 막는) 저지 바이러스다. 따라서 모든 폭발 위험이 제거된다”고 예견했다.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핵무기의 증가 및 확산은 강대국 간의 대량살상 전쟁을 막아준 측면이 있으며 핵 사용 자체를 터부시하게 만들었다. 레일건은 핵무기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의 도구로서 ‘파멸’을 불러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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