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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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국 “내 안에 로비스트 기질 있다”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7-10-15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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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국 “내 안에 로비스트 기질 있다”
    송일국은 말수가 적은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속도도 한두 박자 느린 것이 특징. 그런데 그가 요즘 달라졌다. 일단 대화의 속도가 빨라졌고 ‘입심’도 좋아졌다. MBC ‘주몽’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최근 ‘주몽’ 때문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매일 10차례 넘는 인터뷰를 소화한 것이 큰 힘이 됐단다. 대부분 한 문장으로 답을 끝내던 송일국이 두세 문장의 부연설명을 해가며 이야기를 구사하는 모습에 기자들도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다. “언제까지 제가 어리버리하겠어요. 이젠 나아져야죠”라며 웃는 그의 모습에선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여유를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주인공을 맡았던 대작드라마 ‘주몽’은 시청률 50%를 넘나들며 경쟁사들을 초토화했다. ‘주몽’과 더불어 경쟁한 SBS KBS 미니시리즈들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특히 SBS의 광고 손실은 엄청났다.

    그런 그가 경쟁사인 SBS로 옮겨갔다. 1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드라마 ‘로비스트’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해신’ ‘주몽’으로 각인된 사극 이미지를 벗으려던 차에 그가 만난 작품이 바로 ‘로비스트’였던 것이다. 자연스레 ‘광개토대왕’을 다룬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와의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송일국이 맡은 역할은 국제적 무기 로비스트인 ‘해리’다. 언제나처럼 송일국은 작품과 ‘운명’처럼 만났다. 그를 스타덤으로 이끈 KBS ‘해신’의 염장 역도 사실 처음엔 그의 것이 아니었다. ‘로비스트’에서 입을 맞추게 된 한재석이 병역 비리로 캐스팅에서 제외되고 허준호도 사정상 맡지 못하게 돼 찾아온 역할이었다. 그래서일까. ‘로비스트’에서 만난 이 세 명을 두고 주위 사람들은 “드라마 로비스트에는 세 명의 ‘염장’이 있다”고 농담을 던진다.

    ‘주몽’ 촬영에 들어가기 전 송일국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외증조부 김좌진 장군 기념관에서 활을 샀다. 그리고 얼마 후 ‘주몽’의 캐스팅 제의가 왔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이란 뜻의 ‘주몽’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다. 드라마에서 송일국은 그 활을 사용했고 드라마는 대박을 쳤다.



    송일국은 드라마 ‘로비스트’에서도 ‘주몽’ 때 못지않은 인연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름 일국(一國)이 국군의 날인 10월1일 태어났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므로 군사 무기 거래를 둘러싼 로비 등을 다루는 이번 드라마와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로비스트 대본을 읽고 역할을 연구하는 틈틈이 그는 독서를 통해 군사 상식도 보충했다. 인터뷰하는 자리 옆 책상에는 그가 촬영 중간중간 읽는 군사 관련 서적이 예닐곱 권 쌓여 있었다. 그는 유명한 로비스트 린다 김이나 로버트 김,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절 이름을 날렸던 박동선 씨 등에 대한 자료도 다수 독파했다.

    ‘태왕사신기’와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

    이미 ‘주몽’을 시작하기 전 송일국은 피부과에서 턱수염이 나지 않게 하는 영구 제모수술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사실감을 높이려는 시도. 나이가 엇비슷한 오연수가 어머니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어머니 역할보다 젊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남자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그는 작품에 대해 미련할 정도의 우직함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린다 김 뉴스에 대해 물었더니 파일을 펼쳐든다. ‘몇년도에 무슨 일로 인해 어떻게 됐다’는 사실을 자료를 보면서 꼼꼼히 읽어준다. 박동선 씨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현재 무슨 무슨 일로 어떻게 됐다”고 다시 자료를 확인하며 답했다. 국회에서 로비스트 법안이 계류 중이라는 것도 자료를 찾으면서 알게 됐다는 그는 제법 군사 전문가처럼 말했다.

    “최완규 작가가 인물을 워낙 잘 그려주셔서 대본 안에 정답이 있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잘 알고 싶어서 ‘로비스트’에 대해 좀더 공부하려고 책을 읽었는데 이거 아주 대단하네요.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 방위시스템, 안보문제, 통일문제, 남북문제 같은 많은 것들이 얽혀 있네요.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우러나던데요.”(웃음)

    그는 ‘주몽’이 그랬듯 ‘로비스트’도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군사 문제와 얽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혹시 시작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4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선 경쟁작 ‘태왕사신기’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드라마가 늦게 들어가서 혹시나 걱정하시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장르가 다르잖아요. 그리고 ‘태왕사신기’가 갖지 못한 또 다른 볼거리와 이야기가 오히려 이 시간대 시청자를 더 많이 불러모을 거라 생각해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직한 송일국의 황소걸음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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