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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오른 꿈, 모두에게 나눠줄래요”

고산·이소연 씨 “ 날이 갈수록 우주 짝사랑, 서로 경쟁하지만 힘을 주는 동반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우주로 날아오른 꿈, 모두에게 나눠줄래요”

“우주로 날아오른 꿈, 모두에게 나눠줄래요”

이소연(위), 고산

우주인 후보 고산(31), 이소연(29) 씨가 국내에서 실시되는 우주과학실험을 위해 러시아에서 잠시 귀국했다. 9월 초, 둘 중 한 명이 프라이머리(정·正) 우주인으로 선정된다. 8월16일 대전 유성구 과학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평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이 최기혁 KARI 우주인사업단장의 설명이다.

- 1년 전과 비교해 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불편한 점은 없나요?

소연 = 앞으로는 어디 가서 나쁜 짓 못할 것 같아요, 하하. 저는 매우 감정적이고 우발적인 성격이에요. 하고 싶으면 해야 하고, 궁금하면 직접 봐야 하죠. 그런데 요즘에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일까 해서요. 친구들도 “명색이 우주인인데~”라고 그래요. 불편한 만큼 얻은 것도 많으니 이런 변화가 싫지는 않아요.

고산 = 저는 유명세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 사업이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아닌, 유인우주사업을 시작하는 한국의 첫걸음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이번 사업은 영웅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니까요.

진중한 성격의 고산, 씩씩하고 활발한 소연



-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은척하지 않나요?

고산 = 며칠 전 가가린 훈련센터의 러시아 군인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용산에 갔습니다. 자기 계급과 같은 한국 군대 계급장을 사다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요. 가게 주인이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물건을 판 다음 “그런데 언제 (우주에) 올라가?”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를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 어릴 때 우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소연 = 글쎄요. 초등학생 때 누구나 그런 꿈 한 번씩은 꾸잖아요. 저도 우주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영화나 만화 보면서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우주선이 만화 속에서처럼 무척 크고, 안도 넓고, 맘만 먹으면 붕~ 뜰 줄 알았죠.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얼마나 좁은지 몰라요. 어릴 때 꿈이요? 웃지 마세요. 대통령이 되고 싶었어요. 대통령이 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죠. 나라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링컨이나 케네디를 상상하면서 그런 꿈을 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꿈 버린 지 오래됐으니까요, 하하.

고산 = 저는 중학생 때인가, 커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이 과연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가 있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그 당시부터 많이 했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 호구(糊口)를 위해 살더라도 꿈은 계속 꿔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꿈을 놓아버리면 인생을 반만 사는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몇 살이 되든, 무슨 일을 하든 꿈을 꾸며 살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같은 일정표에 따라 생활한다. 그런데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 이소연 씨는 러시아 우주센터 우주인들의 초청 0순위일 만큼 활발하다. 마당발로 통한단다. 외국인 우주인들에게 비빔국수도 만들어줬다고 한다. 반면 고산 씨는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이다. 한마디로 고산 씨는 ‘진중했고’, 이소연 씨는 ‘씩씩했다’.

- 두 사람은 참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앞에 돌다리가 있으면 어떻게 하는 성격인가요?(참고로 고산 씨의 e메일 아이디는 ‘hardtodecide’이고 이소연 씨는 ‘gobicky’다.)

고산 = 일단 두들겨보고, 모르겠으면 한참 생각해보는 스타일입니다.

소연 = “이거 돌다리 맞아?” “응, 맞아.” 그럼 “믿는다~” 그러고 건너는 스타일이에요, 하하.

- 소연 씨는 지금 딱 ‘골드미스’네요.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소연 = 저는 돈이 없어서 ‘골드미스’가 아니에요(^^). 저는 늘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은 깊은 남자요. 이런 저한테 엄마는 뭐라 그러시지만요.

- 아버지와 전화통화는 하루에 몇 번 정도 하는데요?

소연 = 아…. 실은 1년에 몇 번 안 해요.

- 어떤 누리꾼이 웹에 글을 올렸는데, 두 분이 결혼하면 좋겠다더군요.

고산 = 저는 사귀는 친구가 따로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고요. 자주 연락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지 않는 편입니다. 원래 올해 결혼하려 했는데 미뤘습니다. 훈련받는 중간에 결혼하는 것은 아닌 듯해서요.

고산 씨는 등산 축구 권투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러시아에서도 공식적인 체력훈련 외에 별도로 헬스와 수영을 했다. 이소연 씨도 일주일에 세 번씩 800m 수영과 4km 달리기를 소화했다. 또한 이들은 7월 말 흑해에서 생존 훈련을 받았다. 태양은 고산 씨의 피부를 까맣게 그을어놓았다.

“우리 결혼하라고요? 저 여친 있어요”

- 우주에서는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소연 씨는 여성이니까 피부 문제에 신경 쓰이진 않나요?

소연 = 흑해에서 해양훈련할 때 선크림을 엄청 많이 발랐어요. 그런데 우주에 6개월 다녀온 선배 우주인들이 “팍삭 늙었다”는 말은 안 하시던데요. 저희는 열흘간(우주정거장에 머무는 기간은 8일) 다녀오는 거니까 별문제 없을 거예요.

한국인 우주인이 탑승할 소유즈호는 2008년 4월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D-데이 하루 전부터 우주인은 외부와 격리된다. 비행팀을 태우고 발사장으로 가는 버스는 바퀴에 ‘오줌을 싸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중간에 잠시 멈춰 선다. 우주선이 발사돼 우주정거장에 도킹할 때까지 48시간 동안 화장실에 못 가기 때문이다.

- 소연 씨에게 물어볼게요. 우주에서 ‘마법’에 걸리면 어떻게 돼요?

소연 = 마법요? 하하. 지상하고 똑같대요. 집에서 사용하던 걸 우주에서 그대로 쓰면 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우주에 짧게 머무니까 마법을 피할 수도 있고요. 여러 달씩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여성 우주인들은 지구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하던데요.”

- 우주는 많이 춥다던데….

고산 = 우주정거장 안은 약간 더운 정도라고 합니다. 사진에서 봐서 아시겠지만,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입고 생활하잖아요. 러시아 우주인들이 “미국인 우주인은 우주정거장에서 지내기 어렵다”고 농담하곤 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 유인우주비행센터에선 에어컨으로 실내온도를 18℃로 고정해놓았더군요, 하하.

- 외계인이 있다고 믿나요?

고산 =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소연 = 저는…. 글쎄요, 있는데도 안 보이면 없다고 하니까…. 우주를 다 뒤져보진 않았잖아요. 발견 안 했으니 있다고 못하는 것 아닌가요. 까짓것 한번 뒤져보죠, 뭐.

- 좁은 공간에 갇히면 공포가 느껴질 것 같아요. 시뮬레이션 때 어땠나요?

고산 = 공포는 전혀 못 느꼈습니다.

소연 = 진짜 불편하겠다, 도망가고 싶다 같은 생각은 안 해봤어요. 실제로 위험하다거나 갑갑하다거나 하는 두려움은 없어요. 그런데 우주에선 머리를 못 감는대요. 샴푸 살짝 뿌려서 닦기만 한다는데, 무척 불편할 것 같아요. 머리카락을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고요.

- 만의 하나 생존해서 귀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봤나요?

소연 = 전 별로 안 해봤어요.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두려움도 없고‘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안 해요. 짜릿한 스릴을 더 느끼는 편이죠. 그리고 그 문제(생존 여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산 = 대학 때 선배 한 명이 “미래 또는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가족을 다 버리고 가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는 그 선배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러시아에서 훈련받으면서 점점 그 선배 마음이 이해됐습니다. 점점 우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 그런 마음을 여자친구에게 얘기했나요?

고산 = 아니요. 섭섭해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니까 지지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자친구는 늘 제 편이거든요.

항공우주연구원 호봉에 맞춰 월급 수령

두 우주인 후보는 참 반듯한 청년들이다. 고산 씨는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인지공학 석사를 받았으며,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우주인 후보로 발탁됐다. 1978년 광주에서 태어난 이소연 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학사 및 석사를 받았으며 동대학 바이오시스템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 우주인 후보로 선발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죠?

고산 =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회사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했습니다. 앞으론 평생 우주인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땅히 그렇게 할 거고요. 굉장히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줄 수도 있고 유인우주사업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도 있잖아요. 현재 소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소속 연구원입니다.

소연 = 저도 KARI 소속이에요. 학위를 계속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KAIST에서 박사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죠. 월급요? KARI 호봉에 맞춰서 받고 있어요.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만난 베테랑 우주인들의 우주에 대한 태도는 어떻던가요?

소연 = 어떤 때는 우주가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해요. 지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수 있는 곳처럼 말이죠. 어떤 때는 반대로 대단한 곳이라고도 말해요. 그럴 때면 호기심이 더 생기고 ‘궁금하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요. 어떤 우주인이 저에게 우주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해줬는데, 머릿속으로 또렷하게 옮겨지지가 않더라고요. 답답해 죽겠어요. 그래서 개인 돈으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200억원이 아깝지 않던?”이라고요. 그 사람은 절대 무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너도 갔다 오면 그 이유를 알 거라면서 말이죠. 제가 “프라이머리가 안 되면 200억원을 모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래, 열심히 일해서 꼭 모으라”며 웃더군요. 우주에 다녀오면 인생관도 바뀐대요.

고산 = 인생관이 바뀌는 건 당연한 일 같습니다. 우주인들 중에서 환경운동에 투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땅과 물의 경계만 있지, 나라 간 경계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자연히 모든 일을 지구 전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 두 사람이 대화 중에 은근히 ‘각을 세워’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왜 둘이나 뽑아서 이렇게 경쟁시키나 야속할 때는 없었나요?

고산 = 우주선에도 만약을 대비한 백업 장치가 있듯, 두 명을 선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후보든 부후보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이미 우주인 후보가 됨으로써 얻은 것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그래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백업 인원 어쩔 수 없는 일 … 한국 우주산업 밀알 되고파”

소연 =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죠. 혼자였으면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러시아에서 훈련할 때 이것저것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럴 때 산이 오빠도 힘들다고 하면 반갑더라고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서 말이죠.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도 무섭게 경쟁하던 친구와 더 친해지지 않나요? 힘겹게 산을 넘고 나면 같은 경험을 나눈 사이가 되니까 서로에게 더 큰 힘을 주게 되잖아요.

- 어떤 우주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소연 = 영국기자 한 분이 “어떤 컨셉트의 우주인이 될 거냐”고 묻더군요. 그때 ‘woman next door’, 이웃집 여자라고 대답했어요. 제가 박혁거세처럼 알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 점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이웃에 사는 우주인’이 되고 싶어요.

고산 = 아이들 가슴속에 꿈을 채워주는 우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어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저희는 한국 우주사업의 주축이 돼야 합니다. 우주인 후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고산, 이소연 씨는 8월26일 러시아로 다시 떠난다. 프라이머리와 백업을 결정하기 위한 평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젊은 한국’은 2008년 4월8일 우주로 꿈★을 쏜다.



주간동아 600호 (p68~7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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