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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 필 평양 공연’ 추진한 배경환 씨

“핵으로 빚은 북-미 갈등 음악으로 풀 수 있을 것”

“양국 모두 적극적 반응 … 관건은 돈”

  •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핵으로 빚은 북-미 갈등 음악으로 풀 수 있을 것”

“핵으로 빚은 북-미 갈등 음악으로 풀 수 있을 것”

‘뉴욕 필 하모닉’ 공연 모습.

미국 뉴욕 필하모닉(이하 뉴욕 필) 교향악단이 북한으로부터 평양 연주회 초청을 받았다는 워싱턴발(發) 보도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뉴욕 필 평양 공연’ 보도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 직전의 ‘핑퐁 외교’ 같은 구실을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온갖 복병과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북한과의 교류 사업은 마지막 공연이 이뤄지기 전까지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북한과의 교류 사업은 대부분 베일에 싸인 채 진행된다. 이번에도 AFP 통신이 ‘뉴욕 필의 평양 초청 공연 검토’를 보도했지만,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이 비밀 프로젝트를 조용히 추진해온 인사가 바로 공연기획 전문가 배경환(57) 씨다. 그는 2000년 남북 국립교향악단의 평양과 서울 합동 연주회를 추진했다 실패한 경험도 갖고 있다.

8월14일 그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는 한눈에 봐도 예술가 타입이었다. 베이지색 중절모와 레이스 달린 안경, 서리가 하얗게 내린 머리카락과 짙고도 검은 눈썹이 묘한 신비감을 풍겼다.

당초 8월 공연 목표 … 확인서 발급 등 절차 문제로 늦어져



그는 인터뷰에 앞서 부탁이 있다고 했다. 인터뷰하러 나오기 전 북한 측에 “그동안 비공개로 추진해왔지만 이미 미 국무부에서 언론에 공표한 만큼, 이번 기회에 내용을 공개해 엉뚱한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며 언론과 인터뷰를 하겠다고 통보했더니, 저쪽(북한)에서도 “해도 좋다. 단, 우리(북한) 쪽 입장도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또 “이 사업을 개인 자격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에 본사를 둔 대풍국제투자그룹의 부총재 자격으로 하는 것이니, 이 점을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 어떻게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나.

“2006년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이다. 이 공연이 성사된다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국과 미국도 외교관계 수립 직전 핑퐁 외교를 했는데, 현재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북한이 뉴욕 필을 초청하고 미국이 이에 응한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을 통해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북한 측에 타진했다.”

“핵으로 빚은 북-미 갈등 음악으로 풀 수 있을 것”
-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뉴욕 필을 평양에 초청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나.

“북한에 대한 나의 견해는 일반적인 남쪽 주류의 생각과 다르다. 나는 북한의 핵실험이 핵을 보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차원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핵실험을 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경제적 발전도, 인민 생활수준의 향상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과연 공연이 성사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공연이 이뤄진다면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북미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다.”

- 그 말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무대로 들어오리라 본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틀과 룰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줄곧 노력해왔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 이번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어땠나.

“한 달 반쯤 지난 1월 중순경 북한에서 답변이 왔다. 조선노동당 측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보자’며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베이징에서 만나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더니 저쪽(북한)에서 ‘그럼 빨리 하자. 혹시 4, 5월경에 할 수 없나’라며 서둘렀다. 하지만 공연을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 그래서 아무리 일러도 8월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측에서도 나의 일정 계획을 이해했다.”

- 초청 대상을 뉴욕 필로 정한 이유는?

“처음부터 뉴욕 필로 정하려 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5대 교향악단이 있다. 뉴욕·시카고·보스턴·샌프란시스코·필라델피아 필하모닉이 유명하다. 또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필하모닉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일정을 알아보니, 뉴욕 필이 8월 말경이 휴가기간이며 이때 해외공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뉴욕 필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 벌써 8월이다. 추진이 늦어진 이유는?

“2월 말경 북한 외무성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대표단이 조만간 미국에 가는데, 그들에게 당신이 진짜 이 공연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좋다고 했다. 대신 이 일을 추진하는 책임기관의 확인서를 달라고 했다. 그래야 내가 이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 확인서가 나오는 데 무려 2개월이 넘게 걸렸다. 8월 말에 하려면 적어도 4월엔 이 문서가 와야 하는데, 6월18일에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화성’ 문화상 강능수 명의로 문서가 왔다.

평양 이어 서울 공연도 추진 … 교향악단은 뉴욕 필 아닐 수도

- 그럼 8월 공연은 불가능하게 된 것인가.

“북한 문화성에서 받은 확인서를 6월29일에야 미국 에이전트를 통해 뉴욕 필에 보냈다. 이번에 미 국무부와 뉴욕 필이 북한 측에서 받았다는 초청장은 내가 보낸 확인서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래서 북한 측에 ‘이 시간표로는 물리적으로 공연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나는 이제 손을 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북한 측에서 ‘뉴욕 필이 아니어도 괜찮다’면서 ‘되도록 연말 안으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핵으로 빚은 북-미 갈등 음악으로 풀 수 있을 것”

2000년 2월 지휘자 금난새 씨와 평양 모란봉극장 앞에서(오른쪽이 배씨).

- 공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대략 150명 규모로, 교향악단의 인원은 100명 정도다. 여기에 협연자 10명과 스태프 15명, 그리고 이와 별도로 초청할 세계 저명인사 15명 정도를 생각 중이다. 방북단 규모는 이미 북한과 합의했다. 다만 언론매체 기자와 방송요원은 150명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 공연 일정은?

“먼저 평양에서 2회 정도 공연한 뒤 서울에서 추가 공연을 할 계획이다. 평양에서는 분단 이전부터 있었던 유서 깊은 모란봉 극장에서 할 예정이다. 1200명 객석 규모로 그다지 크진 않지만, 올해 이 극장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북한 측이 이곳에서의 공연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또 관객 10만명을 끌어모을 수 있는 5·1경기장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 150명의 공연단 규모라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텐데….

“평양 공연의 전체 소요경비는 400만 달러(약 37억32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서울 공연까지 포함하면 약 500만 달러가 들 전망이다. 뉴욕 필을 한 번 초청하는 데 보통 150만 달러가 들어간다. 수입은 공연 중계방송사의 중계료가 대부분이다. 북한 측에 표를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지만, 입장료 수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서울 공연이 함께 성사되면 입장료 수입도 꽤 괜찮을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장한나 같은 세계적인 연주자를 함께 초청할까 한다. 또한 북한 측은 이번 공연단에 미국의 유력 정치인을 포함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 미국에서 나오는 말로는 내년 2월 공연설이 유력하다. 올해 안에 할 수 있나.

“공연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의미가 없어진다. 사실 이 공연은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된 6자회담의 ‘2·13합의’ 이전에 추진되기 시작한 것으로, 북미 간 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공연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런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만일 뉴욕 필이 올해 안으로 어렵다면, 다른 교향악단과 교섭할 것이다. 북한도 굳이 뉴욕 필을 고집하지 않는다. 확인서에 명시된 ‘뉴욕 필’은 예시된 이름에 불과하다.”

- 공연에 대한 미 당국의 반응은 어떤가.

“미 국무부에서 이 사실을 먼저 발표했다는 것은 미국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또 실제로 먼저 초청장을 보낸 것은 북한이지만, 이에 대해 더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친 쪽은 미국이다. 올 6, 7월 평양과 베이징에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빨리 추진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또 8월13일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힐과 김 부상의 회동에서도 ‘이를 빨리 추진하자’며 두 번이나 거론했다고 들었다.”

- 그럼 이번엔 아무 차질 없이 공연이 이뤄질 것 같은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 공연이 함께 성사돼야 한다. 북한 측은, 서울 공연은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서울 공연이 안 되면 비용 문제로 전체 공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한국 정부의 지지와 후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주간동아 600호 (p34~38)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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