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2007.08.14

“제발 보내달라” 피마르는 나날들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8-08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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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희생자 심성민(30) 씨의 시신이 귀국한 8월2일, 피랍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분당 샘물교회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건 발생 이후 가족들이 피랍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낭독도 없었다.

    심씨의 시신은 오후 4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분향소가 차려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고, 피랍자 가족들은 저녁 7시경 분향소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죽은 아들의 귀국을 전날부터 기다려온 심진표 경남 도의원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지난 15일간 뜬눈으로 지샌 피랍자 가족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이어지는 비보(悲報)에 절망은 깊이를 더해간다. 정부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앞장서 언론에 자제요청까지 했던 차분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일부 가족들은 이제 ‘직접 해결’을 주장한다. “아프간이건 미국이건 직접 찾아가서 농성도 하고 협상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타들어가는 이들의 속을 헤아려보면 무조건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가족들은 8월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면담에서도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전 시장이 “저도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해결 노력을 하고 있으며…”라고 말을 이었지만 귀를 기울이는 가족들은 별로 없었다.



    피랍자 차혜진(31) 씨의 동생 차성민(30) 씨는 피랍자 가족을 대표한다. 언론과의 접촉도 그가 도맡는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자칫 가족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가 탈레반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 사무실 바깥에서 안쪽의 가족들을 쳐다보는 기자들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쓸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피랍자들은 간호사, 피아노학원 원장, 회사원, 가수 지망생, 주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삼이사(張三李四)’다. “왜 위험한 곳에 들어가 이런 일을 당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범한 이들에게 아프간은 그저 봉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들의 안전한 귀가를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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