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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서울시 창의시정 1년 공무원 능동적 변화 시민들 행복 디자인 이제부터 시작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6월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의시정 1주년 창의 우수사례 발표회’. 서울시의 창의시정 시행 1주년을 맞아 우수 아이디어 중 왕중왕을 가리는 승부가 벌어졌다.

출전 선수는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을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 수도요금 고지서를 개선한 상수도사업본부, ‘피크전력 경보시스템’을 개발한 도시철도공사, 건설현장 알리미 시스템을 구축한 건설안전본부, ‘고객 중심 지하철 건설’을 실천하는 지하철건설본부, 교통요금 소득공제 시스템을 구축한 행정국 등 모두 7팀. 이 행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와 시민 대표, 시의원, 자치구청장, 기관별 창의 담당자, 투자·출연기관장 등 350여 명이 관객으로 참여했다.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 일으켜

‘애교형’부터 ‘강의형’까지, 각 팀을 대표하는 발제자들의 프레젠테이션엔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발표도 내용도 창의적으로 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킨다.

“여권발급 기간, 4일이면 늦습니다. 기계가 있는 구청이라면 하루 안에 여권을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발제자 송파구청 김성택 여권과장이 ‘여권 즉시 발급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과거 5~10일 걸리던 여권발급 시간을 짧게는 3시간, 길게는 48시간으로 줄인 ‘송파구의 여권발급 혁명’에 대해 찬사를 보낸 것.

드디어 평가의 순간!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90명의 평가단이 일제히 버튼을 눌렀다. 회의장 앞에 마련된 전광판에 합산 점수 96점이 떴다. 이날 송파구의 ‘여권 즉시 발급제’는 6팀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직원들이 야근, 특근을 하며 누적된 여권 신청분 2500여 건을 처리하고, ‘민원인의 편의’를 우선시한 결과였다. 이 제도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인천 경기 등 타 시도에 확산될 방침이다.

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6월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의시정 1주년 창의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1등을 차지한 김성택 송파구청 여권과장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오 시장이 화두로 내건 창의시정이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창의시정이란, 업무를 쇄신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공무원을 장려하는 정책. 오 시장은 창의시정을 통해 무사안일로 상징되던 공무원 조직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이디어를 쥐어짜내느라 죽을 맛”이라며 투덜거리는 공무원도 있지만, 내부에서 “조직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며 변화를 반기는 목소리도 높다. “변화를 위해선 진통이 따르지만, 이는 발전을 위한 통과의례”라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열어놓았다. 매달 각국 부서 단위의 ‘창의 아이디어 및 사례 발표회’를 여는가 하면, 직원 개인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상상뱅크’도 운영 중이다. 7월2일까지 ‘상상뱅크’에 등록된 아이디어는 무려 3만7441건에 이른다.

‘상상용광로’가 각 국실 단위로 직원들이 관련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라면, 포털사이트 ‘천만상상 오아시스’(www. seouloasis.net)는 시민, 공무원, 전문가 모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아이디어 마법 같은 힘

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6월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천원의 행복’ 공연(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에 마련된 다산플라자는 시민이 담당공무원을 만나 원스톱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민원서비스 공간이다. 다산플라자 역시 창의시정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지난 1년간 이렇듯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렴된 아이디어들은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전기료 절감 방안을 고안했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열차 운행 횟수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연료 대비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속도도 찾아낸 것. 피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를 개발함으로써 전력 낭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6년 한 해 13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창의경영으로 절약한 전기요금은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재투자한다니 시민에겐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민의 불만을 해소한 경우도 있었다. 행정국 박영래 씨가 제안한 ‘교통요금도 소득공제를 받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 교통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달라는 민원을 자주 듣던 그는 곧 해결방안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은 시청 업무가 아니라 국세청 업무이기 때문. 1회 교통요금이 5000원 미만이고 교통카드는 상품권에 해당돼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와 법률자문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수차례 합의를 거쳐 교통카드 소득공제 근거를 마련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5월부터 지하철 정기권이나 티머니, 유패스 등의 선불교통카드 이용객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민들은 이로써 연 300억원의 연말 세금환급 혜택을 받게 됐다.

직원들의 창의와 상상력이 모여 문제가 더 쉽게 풀리기도 했다. 상수도사업본부 서경모 씨는 시민들이 딱딱한 기존 수도요금 고지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고지서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 그의 고민을 덜어준 것은 ‘아리수 상상코너’에 올라온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였다. ‘변상위약금이라는 용어가 어려우니 쉽게 계량기 교체대금으로 바꾸자’ ‘관리번호는 색깔을 달리해 구별을 쉽게 하자’ ‘수전번호는 시민들에게 불필요하니 삭제하자’ 등 창의적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것.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으로 3월 새로운 수도요금 안내서가 첫선을 보였다. 시민들은 “고지서가 예쁘고 보기 쉬워 좋다”며 찬사를 보냈다.

시민들 참여·독려도 중요 성과

세종문화회관이 추진하는 ‘천원의 행복’ 공연은 저소득층의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원의 행복’은 인터넷 신청에서 당첨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관람료 1000원으로 한 달에 한 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지금까지 5차례 열린 공연에 10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다녀갔다. 문화 소외계층을 우선적으로 초청한 것은 물론이다. 저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계급론’도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에선 통하지 않는 셈이다.

공사 현장에 버려지던 보차도 경계석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예산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 효과까지 얻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경인지하차도보수공사에서 1700개의 경계석을 재활용해 2400만원의 공사비를 절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보도블록이나 기타 건설 재활용 자재를 사회복지 시설에 무상 공급·시공까지 해주는 나눔을 실천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를 독려한 것도 창의시정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된 것 중 심사를 거쳐 분기마다 ‘서울 창의상’을 수여한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200만원이 주어진다. 올해 1·4분기 ‘서울 창의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민은 “교통카드로 지하철역에서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문성진 씨(최우수상), 청계광장에 ‘청혼의 벽’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정용화 씨(우수상), ‘옥의 티를 찾아라 코너 신설’을 제안한 양희순 씨(우수상) 등 5명. 서울시는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보완 발전시켜 시정에 반영했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업에 매달린 전임 이명박 시장과 반대로, 오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성을 현실과 접목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거창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더 나은 것을 찾는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민선4기 서울시의 창의시정 1년 실험은 서울시 공무원 1만6000명에게 ‘창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기간이었다. ‘행복 디자이너’로 변신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에게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가. 앞으로 창의시정이 가져다줄 ‘깜짝 선물’에 서울시민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뷰 오세훈 시장

“변화 진통 딛고 업무개선 아이디어에 집중”


복지부동 땅에 창의성 싹이 텄다
7월1일로 출범 1주년을 맞은 서울시 민선4기 오세훈 호(號)가 순항하고 있다. 오세훈(46·사진) 서울시장은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초반 우려를 씻고 무능·태만 공무원 3% 퇴출, 장기전세주택 도입 등 파격적인 정책을 실행에 옮기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그는 중앙정부와 담판을 벌여 용산 미군기지의 온전한 공원화를 추진하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오 시장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시도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년간 서울시장으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오 시장을 7월4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 시장의 정책 가운데 시민이 꼽은 최고 뉴스는 ‘무능·태만 공무원 3% 퇴출’이었다. 불성실한 5급 하위직 공무원을 추려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하는 이 제도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시장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제도 도입을 말리는 참모가 많았다. 하지만 이미지보다는 일을 일답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현장시정추진단’에 소속된 분들을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0% 이상이 ‘이런 기회가 주어져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현장시정추진단’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서울시는 3년 이내 본청 직원을 1300명(13%) 정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오 시장은 ‘13% 감축 계획안’에 대해 “있는 사람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년퇴직 등으로 생기는 결원은 덜 채우고 기존 인력은 교육·훈련을 통해 재배치하는 제도이기 때문.


오 시장은 취임 초부터 내세운 창의시정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업무 패턴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창의시정이 시행되면서 현실성 없는 제안이 남발돼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주간동아’ 588호 보도)도 나왔다. 이 비판에 대해 오 시장은 반론을 제기했다.

“초기 1등급을 받았으나 현실화되지 못한 ‘남산 위에 인공달을 띄우자’는 제안은 극단적인 경우다. 그 아이디어에 좋은 점수를 준 이유는 이렇게 재미있는 생각도 채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재미를 붙일 수 있게 일부러 흥미 있는 주제를 내세워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아마 처음부터 일거리와 관련된 아이디어만 내라고 했다면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다. 지금은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절반 정도 싼 임대보증금을 내고 입주하는 장기전세주택 아파트 공급 정책은 오 시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주택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꾼 획기적 정책인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차기 정부가 꼭 채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46~48)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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