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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모델) ‘BM특허’ 봄날은 다시 오려나

10년 전 인터넷사업 아이디어로 화려한 탄생 … 실제 수익과 직결 안 돼 출원 급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사업모델) ‘BM특허’ 봄날은 다시 오려나

(사업모델) ‘BM특허’ 봄날은 다시 오려나

특허청 로고. BM특허 심사는 특허청 전자상거래국 소관이다.

10년 전인 1997년 7월1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인터넷 자유무역’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기존 경제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 질서, 이른바 전 세계적인 ‘디지털경제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지금은 큰 의미가 사라졌지만 당시 ‘지구촌 전자상거래 기본 계획’으로 명명된 ‘클린턴 구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인터넷 웹사이트와 전자상거래의 80% 이상을 미국계 인터넷 기업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적재산권 분야인 ‘BM특허’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

‘BM(Business Model·사업모델)특허’란 우리에게 ‘비즈니스모델 특허’ 또는 ‘인터넷 관련 발명’으로 불리며 인터넷도 돈이 될 수 있음을 알린 1등 공신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업상 아이디어’는 발명의 범주에서 제외됐지만,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이를 활용한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그 아이디어까지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2000년 9800여 건 … 2006년 5700여 건

새로운 산업인 뉴미디어 영역에 적용된 BM특허는 관련 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 인터넷 기업에 BM특허를 다 빼앗길지 모른다”는 ‘BM특허 대란설’에 전전긍긍했고, “벤처사업을 시작하려면 BM특허가 필요하다”는 격언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BM특허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사업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BM특허 유무는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기술 유무를 가르는 중요한 가늠자가 됐다.



이처럼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과 새로운 사업방법(business method)이 결합된 ‘BM특허’가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BM특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어가고 있어 흥미롭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뉴밀레니엄 시대의 총아’로 불리던 BM특허가 침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BM특허의 거품이 꺼졌다는 사실은 관련 특허출원 통계를 통해 쉽게 확인된다. 2000년 9800여 건에 이르던 BM특허 출원 건수는 2006년 5700여 건으로 감소했다. 국내 개인출원 건수 역시 2000년 5214건에서 2005년 1370건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개인출원 대비 기업들의 출원 비율은 2000년 85%에서 2005년 207%로 급증했다. 이는 BM특허의 중심이 개인과 벤처가 아닌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의미다.

프라이스라인, 오버추어, 이베이, 아마존, 구글…. 한때 전 세계에 ‘BM특허’ 열풍을 몰고 왔던 인터넷 기업들의 명단이다. 1990년대 후반 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통했던 이들은 전례 없던 비즈니스 방법(역경매, 키워드 검색광고, 경매, 원클릭 쇼핑 등)을 발판으로 전자상거래 영역을 벗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공모델 또한 인터넷 초창기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했다.

BM특허 도입 당시 전문가들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무한정의 BM특허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새로운 영업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BM특허의 고갈이 우려되기도 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영업은 대체로 그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미국 등 인터넷 선진국이 후진국의 사업 기회를 강탈하려는 의도에서 BM특허라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사업모델) ‘BM특허’ 봄날은 다시 오려나
무엇보다 ‘BM특허’가 특허의 장점인 독점력을 행사하지 못한 이유는 교묘하게 특허를 피해갈 수 있는 다양한 편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BM특허 자체가 돈이 되거나 사업 아이디어를 지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간 적잖은 BM특허가 양산됐고 관련 분쟁도 증가했지만, 기존 특허시장에서 보여줬던 빅딜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BM특허’라는 명칭이 대중의 오해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다. 변리사 업계나 특허청 관계자들은 “BM특허에 대해 오해가 크기 때문에 BM특허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용어가 닷컴 붐과 함께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곡해됐다는 것.

“앞으로 중요성 커질 것” 기대론도 만만찮아

특허청 관계자는 “초기 기업이 아닌 일반인들에 의한 BM특허 출원이 많았던 이유는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라도 BM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특허법에 따르면 기술적인 요소가 없는 영업 방법, 즉 아이디어 자체는 특허를 받을 수 없고 비즈니스 프로세스상의 명확한 혁신과 기술적 방법론을 요구한다. 최근 학계에서는 ‘BM’이란 용어를 ‘비즈니스 모델(BM)’의 약자가 아닌 ‘영업방법’을 강조하는 ‘Business Method’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예 BM특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희대 법대 이상정 교수는 “BM특허는 기존 특허 법률의 근간을 해칠 뿐 아니라, 굳이 법이 나서서 보호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며 비관론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20년까지 인정되는 BM특허의 효력이 지나치게 길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평가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BM특허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예측이다. 특허법무법인 ‘이지’의 이형국 변리사는 “BM특허를 활용해 큰돈을 번 기업은 없지만 국내에서 성공한 IT기업들은 적잖은 BM특허 보유 업체들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정상을 달리는 NHN이나 엠파스, 넥슨 등은 국내에서 정상을 다투는 BM특허 보유 기업이다.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을 이뤄낸 다수의 벤처기업들 역시 “알게 모르게 BM특허가 기업가치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토로한다.

이정숙 특허청 전자상거래심사팀 서기관은 “비즈니스모델 특허는 블루오션 전략”이라며 BM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신산업의 핵심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진입장벽을 만드는 방법이 비즈니스모델 특허”라며 “이 제도가 없다면 아이디어보다 자본력과 영업력을 갖춘 업체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지적재산권 보호가 화두로 자리잡은 시대, BM특허는 앞으로도 태풍의 눈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BM특허 인정 10년



BM특허가 처음 인정된 계기는 199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특허청은 개정 특허법의 705 분류 조항을 신설해, 이른바 사업 아이디어와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BM특허’를 인정했다. BM특허의 기원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다.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BM특허가 처음으로 인정된 96년을 기원으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고, BM특허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 연방법원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 소송 사건’ 결정에서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97년의 특허법 개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당하다는 평가다. 이를 발판으로 97년 9월 아마존의 ‘원클릭(one-click) 특허’가 출원됐고, 결국 그 여세를 몰아 98년 연방법원의 BM특허 인정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40~4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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