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2007.05.15

미술품 투자와 부동산

신선함 떨어지면 전세살이(모방) 의심!

  • 최광진 理美知연구소장·미술평론가

    입력2007-05-14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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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 투자와 부동산

    서울 종로구 삼청동 K옥션 미술품 경매 현장.

    그동안 최고 투자처로 여겨졌던 부동산이 최근 각종 악재로 주춤하는 사이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은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난해하고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이든 미술품이든 현재 가치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안목에 따라 투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현대미술을 순수한 작품성이나 미술사로 이해하기보다 투자 대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작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모색하는 것은 새로운 땅을 개척해 집을 짓는 작업과 다르지 않다. 집을 살 때 먼저 집 소유자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듯, 작품 양식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어떤 작품이 좋아 보여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 집(양식)이 아니라 전세살이(모방)일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 한 작가의 작품이 일관성 없이 왔다 갔다 하면 그것은 떠돌이 월세살이와 다르지 않다.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아름다움보다 독창성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가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은 이미 지어진 집(양식)들의 주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개발이 끝난 도시는 땅값이 비싸고 집을 지을 곳이 별로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도시는 노화되어 생명력을 잃어간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한다 해도 기존 집들을 철거하기가 쉽지 않고 길도 확장하기 어렵다. 차라리 분당이나 판교처럼 주변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을 찾아 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수월할 것이다. 이것이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양식을 모색하는 이유다. 아카데믹한 제도권 안에서는 차별화된 자기 세계를 확보하기 어려운 탓이다. 보수적인 작가들은 약간 수리해서 안정을 추구하지만, 도전적인 작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개발된 땅을 기웃거린다.



    미술품 투자와 부동산

    미술품과 부동산 투자는 닮은 점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의 투자갤러리.

    그러나 아무 땅이나 개발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동산은 교통이나 환경, 교육 같은 조건을 충족할 때 성공할 수 있듯, 미술품도 작가의 역량이나 개성, 시대성 등이 요구된다.

    작가의 역량은 재능이나 기술뿐 아니라 개척정신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 성실성, 건강까지 포괄한다. 개성은 선천적인 기질과 성장배경, 철학적 사유능력을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시대성은 미래를 보는 직관적 안목과 통찰력으로 미래의 수요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부동산에서 땅은 작품의 개념에 속하고 집은 양식에 비유된다. 신도시 대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많은 건물이 들어설 수 있듯, 새로운 개념(이즘)이 나오면 그것으로 인해 많은 양식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더는 양식이 나오기 어려울 때 새로운 개념에 주도권을 넘겨준다. 이것은 부동산에서 도시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다수 지역은 중심과 상관없이 몇십 년 지나도록 별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의 중심이다. 미술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양식을 만들고 있지만, 평론가와 투자가들은 중심을 찾는다. 중심의 힘은 효용성과 실용가치를 훨씬 넘어선다. 중심에 의해 주변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집의 가치는 크기나 건축양식보다 어느 지역에 자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듯, 작품의 가치는 아름다움보다 개념의 여력과 그 시대의 중심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전문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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