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2007.05.15

일본에선 기온 급상승 때 ‘운동 중지’ 경보

지구촌 무더위 대책 마련 안간힘 … 미국·유럽선 고온건강경보시스템 운영

  • 김지영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팀 연구사 jykim@metri.re.kr

    입력2007-05-09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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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선 기온 급상승 때 ‘운동 중지’ 경보

    폭염의 빈발은 지구촌의 공통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2월 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실무그룹 I(기후변화과학 분야)이 발표한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년(1995~2006년) 중 11년이 전 지구적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가장 더웠던 12년 가운데 속했다. 즉, 최근 지구촌이 산업혁명 이후 어느 때보다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산업활동으로 인한 화석연료(주로 석탄과 석유)의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방출 등 인위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대부분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지난 100년 동안의 전 지구적 기온 증가율은 0.74℃(그 범위는 0.56~0.92℃)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50년간의 기온 증가율은 10년당 0.13℃로 과거 100년간 증가율의 2배에 해당한다. 이 같은 급격한 기온 상승은 다양한 형태로 자연생태계와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가 하면, 계절 변화의 시기가 달라져 동식물의 이동과 분포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폭염이나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은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중요한 자연환경의 변화다.

    4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IPCC 실무그룹 II(기후변화 영향·적응, 취약성 분야) 회의에서 발표된 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엔 지구의 육상지역 대부분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발생의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가까운 장래에 예상되는 폭염의 증가는 적절한 주거시설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피해에서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폭염 대응 정책을 살펴보자.

    중국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 국가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 중국의 평균기온은 1.1~2.1℃ 증가하며 중국 북부지역에서는 수자원의 결핍과 더불어 극한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북부와 남부지역 간 수자원의 차이가 심화돼 농업생산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한편, 지역적 가뭄 현상은 폭염 상황의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 노력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원칙 아래 기후변화 국가전략을 실시해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해나간다는 대응전략을 세우고 적극 실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1년 상하이를 대상으로 ‘종관기단’(따뜻하거나 차가운 성질 또는 습하고 건조한 성질 등 비슷한 성질을 가진 거대한 공기덩어리를 의미) 분류방법을 바탕으로 한 고온건강경보시스템을 도입해 시험운영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뒤 미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선 기온 급상승 때 ‘운동 중지’ 경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촬영한 2004년 7월 당시 일본의 지표기온 분포.

    미국 지자체별로 폭염대응시스템 다르게 운영

    일본 일본은 2004년 7월20일 도쿄의 낮 최고기온이 39.5℃까지 치솟아 1923년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2004년 7월11일부터 18일까지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평균 지표기온의 분포(그림 참조)를 보면, 도쿄를 비롯해 혼슈 나고야 오사카 등 주요 대도시 지역이 노란색으로 나타나 주변 지역보다 높은 기온 분포를 보였다.

    일본은 폭염에 대한 안전대책으로 일본체육협회가 1994년 제정한 ‘열중증(熱中症) 예방을 위한 운동지침’에 제시된 WBGT

    (습구흑구온도·濕球黑球溫度)를 사용하고 있다. 열중증 발생은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 풍속, 복사열 등과 관계가 있으므로 실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열적 스트레스를 나타내기 위해 이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WBGT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본기상협회와 환경성에서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해 WBGT 범위에 따라 5단계(약간안전, 주의, 경계, 엄중경계, 운동중지)로 나뉜 일본체육협회의 지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 지역도 폭염 피해가 매년 보고되고 있다. 2002년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본부 자료에 따르면, 1979년부터 99년 사이에 8015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통계보고에서도 폭염이 호우나 태풍 등 다른 기상재해보다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은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NOAA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로 각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폭염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다. 이는 도시별로 국지적인 특성과 주거환경이 다르고, 각 지역 거주민의 폭염에 대한 기후 적응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고온건강경보시스템은 1990년대 중반 미국 델라웨어대학의 칼크스타인 교수가 개발해 현재 세계 여러 도시에서 사용된다. 이 시스템은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시범사업으로 추천하는 방법으로, 종관적으로 분류된 기단 종류에 따른 초과사망자 수를 예측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유럽 지금까지 전 세계적 폭염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본 지역에 속한다. 2003년 여름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은 프랑스에서 1만5000명, 유럽 전체로는 약 3만5000명의 인명 피해를 불러왔다. 유럽연합(EU)은 폭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유럽 기상조건에 따른 건강영향평가와 예방사업’을 수행하며, ‘고온건강경보시스템 운영 전문가팀’을 구성해 체계적인 폭염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폭염 발생의 메커니즘과 피해 특성은 세계 각 도시나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과 대응 시스템은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외국의 폭염 대응 시스템 구축에 대한 상호협력적 노력,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 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우리나라의 폭염 대응책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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