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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사회학

‘의미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의미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가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소비의 흐름을 ‘가치소비’라고 한다. 가치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원래 갖고 있는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 이미지 등 감성적인 영역에서도 높은 품격과 차별성을 원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명품에 무분별하게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포함해 따질 것은 다 따지면서 철저히 실용적인 소비감각을 유지한다. 다만 이전 소비자들보다 자신의 ‘구매만족도’를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지닐 뿐이다.

웰빙이라는 현상의 이면에는 가치소비의 흐름이 에너지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웰빙에 도전장을 던지는 새로운 유형의 두 가지 가치소비가 있다. 웰빙이 ‘자신’을 가치의 중심에 놓는 반면, 자신 이외의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소비와 연결하려는 태도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反환경적·노동력 착취로 만들어진 제품은 구매 거부

하나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로 2, 3년 전부터 이야기되고 있는데,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염두에 두는 소비유형이다. 쉽게 말해 구매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환경을 해치는 요소가 있는지, 혹시 있다면 그것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로하스 소비자다. 환경과 사회를 염두에 둔 이 같은 소비유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찌감치 태동한 것으로, 소비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의 등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구호로만 요란할 뿐 소비자들의 자기중심적 태도를 바꾸는 데까지 이르진 못했다.

또 하나의 소비유형은 ‘페어 트레이드(Fair Trade)’에서 촉발됐다. 말 그대로 공정무역이라는 뜻인데,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상품들을 추방하고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에 소비자들이 관여하자는 것이다. 이 운동의 중심지인 영국에는 커피, 설탕, 와인 등 무려 2000가지가 넘는 상품들이 페어 트레이드 항목에 올라 있다. 소비자는 커피 한 잔에 몇천 원을 지불하지만, 정작 커피를 재배하고 채취하는 제3세계 노동자에게는 10원도 채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다. 소비자의 작은 행동 하나로 착취-피착취의 글로벌 경제구도에 영향을 끼쳐보자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도 페어 트레이드 운동협회가 생겨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소비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자 또는 용역(用役)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구는 대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최우선시한다. 내가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을 애먼 데 허투루 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원봉사가 그렇듯 남을 위하는 것이 곧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임을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로하스나 페어 트레이드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타자나 사회를 위한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유형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구매활동인 소비를 통해 의미를 추구하는 ‘의미소비’가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문제는 의미소비의 취지에 누구나 동의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얼마나 옮겨질지 하는 점이다. 한층 높은 차원의 욕구, 즉 자기실현의 욕구를 일상적인 소비행위와 연결하는 일은 자원봉사에 힘을 쏟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제쳐두고, 혹은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 제3세계의 노동자나 후세대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실천이 아니다. 따라서 로하스나 페어 트레이드가 구호나 운동 차원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유형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주간동아 2007.03.20 577호 (p85~85)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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