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7

2007.03.20

‘주부답지’ 않은 주부들, 앵글 속으로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7-03-14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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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답지’ 않은 주부들, 앵글 속으로
    안옥현의 작품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돌아본다. 그것은 마치 거울 속의 나를 뚫어지게 보는 체험과 비슷하다. 평범한 사진 속 주인공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처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낯섦, 부끄러움, 당혹스러움, 열망과 매혹 등의 다양한 차원들과 조우한다.

    안옥현의 이번 뉴욕 개인전에서 사진작품의 모델은 모두 평범한 주부다. 그런데 그들은 평소 입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자신의 집 거실에 비스듬히 누워 카메라를 응시한다. 사진 자체는 마치 여성 잡지에 흔히 나오는 소파 광고나 인테리어 광고처럼 보인다. 사진 속 여자들은 ‘주부답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비스듬히 누워 카메라(관객)를 무표정하게, 혹은 무엇인가 원하는 것처럼 응시한다.

    그들을 일대일로 만나는 순간 우리는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들이 표출해내는 강렬함, 그것에 대한 이끌림 속에서 우리는 어떤 복합적인 정서에 시달린다. 무엇인가 우울하기도 하고 강하게 염원하는 듯하고, 초라하면서 한편으론 보는 사람을 단번에 매혹하는 듯한 어떤 느낌들에 사로잡힌다.

    이런 느낌들은 사진에서 설정들(평범한 주부들이 연출한 옷, 포즈 등)이 조금씩 어긋나 있음에도 그들의 표정이 지극히 실재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사진들은 무엇인가 어긋나 있는 듯하지만, 그 어긋남 자체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삶을 지속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시달리거나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옥현의 작품에서 우리는 현실과 인간의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그리고 결코 메워지지 않을 우리 삶의 틈을 발견한다. 안옥현의 사진들은 바로 그 어긋난 틈 사이에서 우리가 살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3월28일까지, 뉴욕 월터 위카이저 갤러리(Walter Wickiser Gallery, 210 11th Ave. Suite 303,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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