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7

2007.03.20

중년의 그대, 아름다움을 꿈꾸는가

‘사랑’은 인간 삶의 기본 … ‘미중년’은 사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 김정일 정신과 전문의 e727@paran.com

    입력2007-03-14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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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그대, 아름다움을 꿈꾸는가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해온 인류는 21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이 위협을 이겨낸다면 계속 자손을 퍼뜨릴 수 있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인류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 위협이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평균수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미중년(美中年)이다.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려면 연애가 아니더라도 사랑이나 사랑을 승화한 문화활동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만화 ‘시마’ 시리즈를 보면 나이 든 남자들이 바람 피우거나 배신한 애인 앞에 무릎을 꿇고 빌면서 매달리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당신은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야. 날 버리지 말아줘!” 하면서. 중년과 노년에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먹는 것과 사랑하는 것,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나이가 들면 먹고사는 문제보다 사랑으로 관심이 옮아간다. 먹는 것이야 하루 세 끼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사랑은 끝없이 우리 에너지를 소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양전자(+)와 음전자(-)가 만나면 폭발하면서 사라지듯,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눈앞이 하얘지듯, 사랑은 우리 에너지가 자유로워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사랑에는 이성과의 만남뿐 아니라 성욕을 승화하는 문화, 놀이 등이 포함된다. 쾌락, 감동, 즐거움, 안정감, 영혼의 충만감, 신뢰성 있는 어울림 등이 모두 사랑에 포함되는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호감을 보여야 한다. 이성에게 좋은 ‘씨’를 줄 수 있으며 책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은 건강과 잠재된 강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미소년, 미소녀, 아름다운 처녀 청년들이 열렬한 사랑의 대상이 돼온 것이다. 젊은이들이야 노력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저절로 얻는다. 그래서 젊은이의 아름다움은 ‘신이 일시적으로 빌려준 축복’이라 불린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이 이 아름다움을 거둬간다.



    완성된 미중년, 젊은 층에게도 폭넓은 사랑

    그러나 아름답지 않으면 사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늘어난 인간은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아름다움을 꿈꾸는 중년 남성, 즉 미중년은 사랑하기 위한, 행복하기 위한 생명의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미중년은 나이가 들어서도 꿈과 희망, 사랑, 멋지게 살려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은 그저 현실에 안주한 채 미래에 대한 꿈을 접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한평생 돈 벌고 사랑하며 살아왔다. 이는 인간의 본능인 공격성과 성욕을 충족하는 행위다. 이 행위가 나이가 든다고 바뀔 수는 없다. 살날도 많이 남아 있고 기력도 옛 어른들처럼 빨리 쇠하지 않는 현대의 중년은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미중년을 좋아하는 세대는 아이들부터 젊은 처녀 총각들까지 다양하다. 미중년은 쿨하고 여유롭고 세련되며 풍요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은 ‘제조과정’에 있는 남자보다 ‘완성품’을 선호한다. 덕분에 감성과 문화감각 등 여러 면에서 성숙된 미중년은 폭넓게 환영받는다. 57세의 임채무, 59세의 백윤식 그리고 47세의 영국배우 휴 그랜트가 대표적인 예다.

    미중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삶이 더욱 여유로워지고 평균수명이 더 늘어난다면 미중년을 넘어 ‘미노년(美老年)’ 또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 김정일 전문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김정일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가장을 위한 변명’(2006) 등이 있으며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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