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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 (25) 베트남 냐짱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 글·사진 김동운 http : //dogguli.com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베트남 중부에 있는 작은 도시 호이안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휴양지 냐짱의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6시30분. 이날 냐짱의 하늘은 성난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짐과 사람들로 가득 차 좁디좁은 야간버스에서 12시간이나 보내야 하는 불편을 무릅쓰고 이곳에 온 이유는 섬 투어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아 큰일이었다. 호텔 리셉션에 오늘 투어가 있는지 물어보자 1시간은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별수 없이 짐만 맡겨놓고 아침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임에도 노천카페와 식당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열대지방이 그렇듯, 베트남의 아침도 이른 시각부터 시작된다. 베트남 사람들이 부지런하다기보다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주로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호텔과 좀 떨어진 길 안쪽 노천식당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까이서 보니 여러 종류의 고기가 검은색 철제그릇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마치 중국에서 먹던 티에반니우러우(쇠고기 철판볶음)와 흡사했다. 이 음식은 소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양이나 맛이 티에반니우러우와 비슷하다. 다만 프랑스 식민지 시절 영향 탓인지 바게트가 나오는 점이 조금 색다르다.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갑판 무대에서 댄스파티를 즐기는 관광객들.

식사를 마치고 인근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카페 직원들은 식사 중인 손님들을 위해 천막을 치고, 손님 중 일부는 직원들을 도왔다. 우리라면 바지에 빗물이라도 튈까봐 피할 곳을 찾기 바쁠 텐데 베트남 사람들은 비를 삶의 일부로 여기는 듯했다. 천막 아래 앉아 환한 웃음으로 비 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억수같이 퍼붓던 비가 멈추고 하늘이 갰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리셉션에 오늘 섬 투어가 있는지 다시 물어봤다. 다행스럽게도 섬 투어가 진행된다고 했다. 비에 젖은 옷만 갈아입고 오전 8시30분에 여행사 버스를 탄 뒤 부두로 이동했다. 부두에는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배를 탈 사람들은 모두 40명 정도. 나는 20명의 베트남 현지인, 15명의 백인,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스태프 5명과 함께 배에 승선했다.



베트남 국기를 펄럭이며 배가 잠시 후 출발했다. 뱃머리 앞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던 것도 잠시, 섬 인근에 도착하자 갑판 위에 놓여 있던 의자들이 무대로 변했다. 조금 전까지 선장, 조타수, 조리장 역할을 해오던 스태프들이 양철 드럼을 두드리고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악단으로 변신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영어와 베트남어에 능숙한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됐다.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선장, 조타수, 조리장은 선상에서 악단으로 변신해 흥겨운 음악을 연주했다.

먼저 각국을 소개하는 시간. 사회자가 지명한 사람의 국적에 따라 해당 국가 유명 가수의 노래를 다 함께 불렀다. 영국인이면 비틀스, 미국인이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기타 반주에 맞춰 함께 부르는 식이다.

스노클링, 장기자랑 등 포함된 섬 투어 최고의 즐거움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갑자기 ‘아리랑’ 반주가 나온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선창을 하자 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여행 중 찾아온 고국에 대한 진한 향수에 하마터면 울음이 나올 뻔했다.

구명튜브 끼고 바다 속에서 와인 한 잔

베트남 노천식당에서 파는 고기요리(좌).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냐짱의 해변.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자기소개가 끝날 즈음, 갑자기 옆에 있던 베트남인이 사회자를 향해 말한다. “여기 베트남계 미국인도 있습니다!” 외국인 위주의 진행이 불만스러웠는지, 베트남 현지인들 앞에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임을 나타내고 싶었는지, 아니면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그는 한참 동안 마이크를 잡고 미국에서 이룩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들려줬다.

자기소개가 대충 끝나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댄스파티였다. 주위가 환한 한낮에, 그것도 공간이 협소한 배 위에서 즐기는 댄스파티라니…. 하지만 사회자의 “레츠 댄스(Let’s dance)”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인들은 의자를 붙여 만든 무대 위에 올라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상승하자 동양인들도 하나 둘씩 무대에 올라가 서로 어깨동무한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 안에서 한참을 즐기던 중 스태프들이 갑자기 무대를 바다로 옮기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와인 바를 차린 것. 대형 튜브 위에 맥주와 와인을 넣은 박스를 올리고 사회자는 그 위에 올라탄 채 사람들에게 술을 나눠주고 있었다.

술과 춤으로 한층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구명튜브를 낀 채 바다로 들어갔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바다 위에 마련된 만찬(?)을 즐기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 돌아보면 비록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술을 마시면서 물 속으로 들어간 건 위험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바다 위에서의 음주가무와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섬에 도착했다. 얼큰하게 취한 몇 명은 계속 술을 마시기 위해 배 지붕 위에 앉아 있고, 나는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섬 안으로 들어섰다. 선상에서 친해진 베트남인 커플과 해변을 걷고 식사도 함께 하며 베트남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어 다른 섬에 있는 수족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섬 투어는 끝을 맺었다.

섬 투어에서의 흥겨웠던 분위기는 호텔로 향하는 미니버스 안에서도 이어졌다. 버스 안에서 국적 불명, 나이 불명의 사람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계속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급기야 유럽에서 온 여행객의 제안으로 각자 숙소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시내에 있는 ‘크레이지 카페(crazy cafe)’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숙소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 섬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 어울리고 싶었지만, 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음 목적지인 호치민으로 이동해야 할 상황이었다.

붉게 물든 저녁 바다는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냐짱 기차역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Tips
베트남 최고의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한 냐짱(Nha Trang). 깨끗한 해변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즐거움은 바로 섬 투어다. 마마한(Ma Ma Hanh)이란 여행사에서 처음 섬 투어를 기획했기에 ‘마마한 투어’라고도 불린다. 여행사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5~10달러면 몇 곳의 섬을 방문하고 바다에서 스노클링, 장기자랑, 댄스 경연대회 등 각종 레크리에이션도 즐길 수 있다. 단, 음료와 각종 시설 입장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호텔이나 시내 곳곳에 있는 여행사에서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주간동아 576호 (p80~81)

글·사진 김동운 http : //doggu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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