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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육시장 패권싸움 불붙었다

회화 중심의 새 평가시험 도입으로 일대 지각변동 예고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중국어 교육시장 패권싸움 불붙었다

중국어 교육시장 패권싸움 불붙었다

BCT 도입을 알리는 중국어학원의 선전물.

영어의 토익(TOEIC)과 유사한 실용중국어 시험이 올해부터 본격 도입된다. 신설되는 시험은 회화 중심의 비즈니스 중국어를 평가하는 ‘상무한어고시(BCT·Business Chinese Test)’와 15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아한어고시(YCT·Young Chinese Test).’ 중국정부가 공인하는 시험 2종이 추가됨에 따라 기존 HSK(중국한어수평고시)가 주류이던 중국어 교육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그간 영어의 토플(TOEFL)에 비교되는 HSK 중심 교육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HSK는 원래 대학입시 사정이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개발된 시험. 그러나 중국정부 유일의 공인시험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중국어 능력평가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도 인력채용 때 HSK 성적을 반영해왔다.

중국유학 전문가 조창완 씨는 “국내뿐만 아니라 베이징의 한인밀집 지역인 우다커우(五道口)나 왕징(望京)도 HSK를 준비하는 조기유학생들로 넘쳐난다”며 “기초학습이나 중국 전반에 대한 선행학습 없이 HSK 성적에만 연연하느라 유학이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상열기는 ‘HSK 거품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HSK 고득점자를 배출한다는 한국이 정작 중국 현지에선 불신을 받는다는 것. 베이징대학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명문대들이 자체 시험을 통해 외국 학생의 어학실력을 재평가하는 게 단적인 예다.

시험 대행기관 공모에 10여 업체 경합

더 본질적인 문제는 문법 위주의 중국어 학습열기가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SK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어 전공자 가운데 HSK 9급 이상의 고득점자를 중심으로 선발했지만 중국어 활용능력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HSK 성적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했다.



새로 도입되는 시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술시험’의 강화다. 이는 중국어 교육을 ‘독해 및 어법 중심’에서 ‘말하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중국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얼싼어학원의 왕필명 대표강사는 “BCT는 실질적인 중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므로 향후 중국어 학습을 회화 중심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SK 역시 올 하반기부터는 회화와 작문시험이 전 등급에 걸쳐 도입될 예정이다.

중국교육부 산하 한어판공실은 1월 말, 신설되는 시험의 국내 대행기관으로 이얼싼 어학원(BCT)과 ㈜대교(YCT)를 선정했다. 대행기관 공모에 국내 중국어 관련 교육기관 10여 개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얼싼어학원은 국내 최대 중국어학원이며 ‘대교 차이홍’은 5만여 어린이 중국어 학습지 회원을 보유한 교육기업. 이들 두 회사는 토익시험을 통해 ‘영어교육 제국’을 일군 YBM처럼 중국어 교육의 패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현재 중국어 사교육시장은 영어시장의 10%인 3000억~4000억원 수준. 하지만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중·고등학교가 급증하는 등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기업들이 중국어 및 중국 진출에 맞춰 미래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정부 역시 중국어를 자국의 대표 문화산업으로 육성할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공자학원’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당국이 중심이 돼 준비 중인 BCT 등장에 즈음해 대한민국 교육당국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판의 골자는 중국어 교육시장이 확대될수록 중국 교육부만 돈을 버는 구조가 된다는 것. 이들은 영어시장에서 토익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점을 비춰볼 때 교육부나 EBS가 먼저 ‘중국어 TEPS’를 만들어 보급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중국어 시험 도입은 국내 학습자들의 중국어 실력에 일조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정부의 돈벌이 사업으로 그칠 것인가. 중국어 교육시장은 지금 폭풍 전야에 놓여 있다.



주간동아 576호 (p50~50)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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