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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살리기’ 울진군의 유쾌한 실험

고교생 학비 100% 지원하고 대학 진학 땐 장학금 100만원씩

  • 울진=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교육 살리기’ 울진군의 유쾌한 실험

‘교육 살리기’ 울진군의 유쾌한 실험

미군 장병들에게 영어수업을 받고 있는 울진지역 중학생들.

한국의 대표적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 국내 최대 생태보전지역인 왕피천, 궁궐 건축에 쓰이는 금강송, 전국 최대 대게 생산지, 국내 첫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개최…. 경북 울진군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울진은 행정구역상 경북에 속하지만 강원도 삼척과 접경지여서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서도 오지에 속한다.

그런 울진군에서 지금 새로운 실험이 한창이다. 바로 울진군을 ‘교육의 고장’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제아무리 친환경 고장으로 친환경적 생활기반을 마련한다 해도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울진을 등진다면 모두 헛일이라는 자각 때문이다.

울진군이 최근 펼치고 있는 교육 살리기는 전방위적이다. 머지않아 ‘울진’ 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이미지는 ‘교육하기 좋은 군(郡)’이 될지도 모른다.

미군 장병 초청해 중학생 대상 영어캠프

전국의 많은 농어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교육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울진의 파격은 남다른 데가 있다. 우선 올해 3월부터 울진의 6개 고등학교 전체 학생 1400여 명은 연간 110만원가량인 학비(등록금)를 내지 않아도 된다. 울진군이 울진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정부지원금 중 일부를 활용해 학비를 100% 지급하기 때문이다.



울진원전 주변 지역(원전 소재지인 북면 부구리에서 반경 5km 이내)의 3개 읍면 고교생들은 원전지원금 덕분에 수년 전부터 학비를 내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이 예산을 늘려 울진 전역의 10개 읍면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법률’에 따른 사업시행 권한이 울진군으로 넘어오자 바로 교육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올해의 경우 원전지원금 400억원 가운데 법령에 따라 울진군이 육영사업에 쓸 수 있는 거의 최고액인 25억원을 책정했다. 그만큼 교육문제가 군의 존립과 맞물려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8개교 1800명)은 연간 20만원가량 학교에 내야 하는 학교운영비(육성회비)를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받는다.

‘교육 살리기’ 울진군의 유쾌한 실험

울진의 학생들은 친환경 재배 쌀로 지은 밥을 급식으로 먹는다.

재학생이 540여 명으로 울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울진고의 곽상배 교감은 “중학교 졸업생 중 우수학생이 외지로 진학해도 그동안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며 “이제 울진으로 전근해 오는 교사들이 마음놓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숙소 등이 보완되면 상당한 활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고의 경우 생활보호대상자와 공무원 자녀 등을 제외한 200여 명이 이번 학기부터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교직원의 ‘등록금 독촉’도 사라지게 됐다.

군내 전체 고교생이 등록금을 면제받게 되면서 여유가 생긴 군 장학기금 등은 대학생 장학금으로 돌려진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울진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경우 대부분 1인당 1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졸업 때까지 매년 받게 될 전망이다. 울진 출신 대학생은 현재 1000여 명. 이 가운데 기존 장학금 수혜자를 제외한 700여 명이 새로 장학금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 울진의 중학교에서는 대구에 있는 미8군 장병들이 참여하는 영어수업 및 캠프가 매월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원어민 교사를 구경하기 어려운 울진이어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군 가운데 대학을 졸업했고 학생 지도에 적합한 장병 18명을 선발해 학생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한다. 미군 선생님들은 수업이 있는 날 대구에서 울진까지 3시간 반 동안 차로 이동해 1박2일간 가르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미8군 측은 2005년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때 울진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영어교육의 인연까지 맺게 됐다.

미군 원어민 교육이 이뤄지도록 다리를 놓은 김용수 울진군수는 “군내 모든 학생에게 미군들의 영어수업을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영어공부에 대한 자극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오지이지만 교육 여건만 확실하면 연어가 왕피천으로 돌아오듯, 울진에서 교육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먼 훗날 고향을 잊지 않고 짊어질 것”이라고 했다.

울진의 29개 학교 학생 7400여 명은 점심시간에 안심할 수 있는 좋은 쌀로 지은 밥을 먹는다. 군이 2005년부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생토미’를 학교 급식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 예전에 먹던 정부미가 20kg당 1만9000원 선인 데 비해 생토미는 6만원. 학교는 정부미 가격으로 좋은 쌀을 먹고, 군은 연간 2억6000여 만원인 차액을 부담한다. 학생들이 먹는 고급쌀은 연간 110여 t. 시중에 팔기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우수한 농산물을 먹이는 것이 ‘실속 있는 투자’라는 것이다.

학교급식엔 값비싼 친환경쌀 공급

울진군이 이처럼 교육 살리기를 군정(郡政)의 주요 목표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우수한 청소년마저 울진을 외면하면 자치단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1960년대 10만명이 넘던 주민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어 5만5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1994년에는 80개 학교에 학생이 1만3000여 명이었지만 지금은 51개 학교(유치원 21개 포함)로 크게 줄었다.

울진군 김응재 기획감사실장은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를 비롯해 울진종합레저타운, 요트 계류장, 바다낚시공원 등 울진을 먹여 살릴 여러 가지 사업들이 순조롭게 추진돼 후대에까지 지역 발전의 힘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도 울진에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기대도 크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성길(50) 울진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협의회장은 “우수학생이 도시의 고교로 빠져나가는 게 울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며 “교육 기반을 다지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명문고를 육성할 수 있도록 군민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76호 (p48~49)

울진=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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