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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교조 정진화 위원장

“학부모가 공감할 학교개혁운동 집중”

“대선 통해 21세기 교육비전 널리 알릴 터”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학부모가 공감할 학교개혁운동 집중”

“학부모가 공감할 학교개혁운동 집중”
변화의 신호탄인가. 과도한 이념·정치 투쟁으로 비판받아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최근 “정치색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월26일 열린 전교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격렬한 논의 끝에 대의원들은 학생 및 학부모 중심의 교육운동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교조는 그간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다. 빈번한 집단 연가(年暇)투쟁과 반미, 친북 성향의 이념 교육은 큰 논란거리였다. ‘같은 편’인 진보진영과 전직 전교조 인사들도 전교조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전교조 간부 출신인 학교자치연대 김대유(서문여중 교사) 공동대표는 최근 전교조에 대해 “정치조직의 길을 선택해 현장의 절실한 요구보다 교육감 선거 등에 다 걸기(올인)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전교조 정진화(47) 위원장은 사면초가에 처한 전교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위원장 선거에 나설 때부터 “강력한 투쟁 위주의 사업방식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던 정 위원장을 만나 전교조의 향후 행보에 대해 들었다.

“실익 못 챙기는데 어째서 이익집단인가”

-최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전교조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특히 ‘정치조직화, 이익집단화됐다’는 비판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세상에 정치가 아닌 것은 없다. 전교조는 이익집단으로서의 실익도 챙기지 못했다. 실익이란 경제적 이익의 향상을 의미하는데, 전교조는 실리를 얻으려는 구체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성과급제를 반대한 이유도 돈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학교에 끼칠 문제점을 염려해서다. 전교조는 실익도, 정책 성과도 못 거둔 채 비난만 받았다.”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도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진다.

“전교조는 교원평가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교원에 대한 평가는 이미 근무평정이라는 제도로 존재하고 있다. 교사의 승진·전보 등 인사관리 자료로만 활용되는 기존 근무평정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교원평가제가 법제화되고 성과급제까지 함께 가면 3중 평가가 된다. 이는 교원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잡무만 늘릴 뿐이다.”

-학부모는 대개 교원평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원평가제 대신 국민을 설득할 대안은 있나.

“교원 평가의 목표 중 하나는 ‘수업의 질 개선’이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교사들이 스스로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이미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발적인 의견수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올해 1학기, 2학기 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학급 및 수업 운영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학부모가 공감할 학교개혁운동 집중”

2월14일 김신일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만난 정진화 위원장. 김 장관은 정 위원장의 대학 은사이며,

-교사가 스스로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도, 제도로 규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교원평가제의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정부 예산 및 행정 지원을 받아 평가 주체와 내용을 안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은 모든 의견이 수렴돼 마지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교원평가제 시행보다 시급한 일은 공교육의 제반 여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보다 훨씬 많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교육재정을 GDP(국내총생산)의 6%로 약속했는데, 현재 4.2%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시범 도입된 교원평가제의 효과에 대한 분석도 없이 법제화부터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83년 교사생활을 시작한 정 위원장은 89년 전교조 출범 당시 해직됐다가 4년 만에 복직했다. 이어 전교조 여성국장, 부대변인을 거쳐 서울지부장을 지냈다. 정 위원장은 “해직됐던 시절보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요즘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4000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지난해 전교조를 떠난 것도 그에겐 가슴 아픈 대목이다.

“해직됐을 때 경제적 대책은 없었지만, 여러 사람들과 만나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며 행복했다. 그러나 요즘은 조합원들이 참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전교조가 교육문제의 주범인 것처럼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 안타깝다.”

최근 검찰은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만세’라는 문구가 적힌 북한 포스터 사진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전교조 교사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언론에 이번 사건이 ‘선군정치 찬양 교사 기소’라는 타이틀로 보도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 국가보안법에 걸린 교사들이 기소된 이유는 이적 출판물을 소지하고 탐독한 것이다. 하지만 통일에 대해 가르치는 도덕, 사회 교사가 북한 사회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읽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더욱이 학생들은 해당 교사로부터 선군정치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EI(국제교원노조총연맹)에 알렸더니, EI 측에서 청와대에 ‘두 교사를 석방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전교조는 정치화된 단체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미(反美) 등 쟁점 이슈에 대한 교사의 일방적인 생각을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인가.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교사들은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사가 ‘이것만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요즘 많은 교사들은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에 대해 아이들이 토론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전교조의 ‘2007년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전교조는 주요 시민단체, 교육단체, 사회운동단체와 연대해 진보적인 교육개혁안을 만들어 이를 대선후보가 수용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전교조가 정치집단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교조가 ‘정치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각 단체와의 연대를 주장한 것은 21세기 교육비전 전략 수립을 위한 범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했해서다. 경쟁, 평가 중심의 교육을 넘어 모두가 자긍심을 갖는 교육 방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이번 대선에 우리의 의견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을 뿐이다.”

-전교조는 2009년 출범 2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교조의 공(功)과 과(過)를 평가한다면?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전교조 교사들을 위해 희생당한 학생과 시민의 발자취를 되새겨볼 것이다. 상명하달식 교육행정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한 것,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학교운영위원회를 설립한 것이 전교조의 공로라고 본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실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정 위원장은 출범 당시 “연가 투쟁을 지양하겠다”고 말했지만, 2월24일 전교조는 사학법 재개정과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원평가제 법제화 저지, 차등 성과급제 폐지, 교장선출 보직제 도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도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집회를 벌이는 까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다만 투쟁 일변도로만 가지 않겠다는 것이 집행부의 생각이다.”

전교조는 올해 ‘학생·학부모 밀착형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사가 자발적으로 반납한 성과급으로 사회기금을 조성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금하고, 부교재 값 인하, 교복 공동구매 운동, 촌지·불법 찬조금 추방 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 정 위원장은 “교사와 학부모가 공감할 만한 이슈를 갖고 학교개혁운동, 참교육실천운동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576호 (p46~47)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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