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성장과 분배’ 두 토끼 다 놓치고는…

  •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2-05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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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과 분배’ 두 토끼 다 놓치고는…
    1월23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공중파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신년연설 중 약 50분은 경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여정부가 이룬 경제적 업적을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가 민생부문을 제외하고는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이번 연설을 통해 드러난 대통령의 경제인식을 접한 시청자들은 순간 의아해했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좋다고 하면서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에 해당하며, 수출은 3000억 달러가 넘었고, 종합주가지수도 많이 올랐다는 점을 적시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의 6%대에서 2000년대에 4%대로 주저앉았으며, 최근에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참여정부 4년 동안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의 평균 경제성장률(IMF 기준)보다도 낮았다. 수출은 증가했지만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종합주가지수와는 별도로 코스닥지수는 지리멸렬했다. 한 마디로 겉모습만 중시한 채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한국경제의 실상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생문제를 걱정했다. 실제로 참여정부 기간 중 소득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됐으며, 빈곤층은 더욱 늘었다. 절대적 기준으로든 상대적 기준으로든 동반성장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 대안은 별로 없고, 사회투자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양극화에 대해서는 더욱 종합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산업 간, 기업 간 구조조정이 있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기업은 승자가 되고, 실패한 기업은 패자가 된다. 더욱 효율적인 기업이 생존하고 더 유망한 산업 분야가 부상하는 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단순화해 오직 승자와 패자의 양극화 현상으로만 이해할 경우, 경제의 성장은 양극화를 낳는 원인이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제의 지속 성장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기본적인 경제성장의 중요성은 간과한 채 사회정책이나 사회투자를 강조할 경우, 이는 지속가능한 양극화 해소정책이 되지 못한다.

    노 대통령 신년연설 통해 “우리 경제 좋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중 국민들이 가장 큰 불만을 느끼는 것은 부동산 정책이다.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어 보인다. 정부 정책은 옳지만 일부 언론의 왜곡 때문에 가시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원리와 싸우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은 혁신을 수차례 강조했다. 양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각종 규제의 완화나 교육시스템의 혁신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단지 구호에 그치는 혁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구호는 있으나, 동시에 정부 부문과 사회투자도 확대하겠다고 하니 향후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참여정부는 한국경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일했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의 오류와 시장경제 원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공허한 자신감으로 인해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도 잡지 못하는 정부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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