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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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경제 대전망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2-30 16: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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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박규호 외 경제추격연구소 지음/ 21세기북스/ 420쪽/ 1만8000원

    한국의 논점 2017
    윤태곤 외 지음/ 북바이북/ 520쪽/ 2만 원



    △첫째, 불평등과 기본소득 △둘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모색 △셋째, 중·미 갈등과 중국 경제 △넷째, 4차 산업혁명.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경제추격연구소 연구진 43명이 공동집필한 ‘2017 한국경제 대전망’에서 2017년 한국과 세계 경제의 공통 키워드로 꼽은 4가지다.

    한국 상황부터 점검해보자. 저자들은 2016년을 “추경으로 간신히 버틴 한 해”라고 말한다.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 데다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국내 금융산업은 미국발(發) 금리 변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때 정부는 또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대내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 근본 방안은 구조개혁과 산업 경쟁력 제고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신성장동력 창출과 혁신, 산업별로 전개되는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구고령화, 성장 잠재력 약화, 일자리 창출, 복지, 미래 통일 준비 등 당장 재원을 필요로 하는 일이 산적해 있다. 결국 2017년 이후 재정정책의 주요 쟁점은 분야별 재원 배분 방향, 중부담-중복지 담론, 재정 건전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재벌개혁, 경제적 약자 보호,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 등 ‘경제민주화’ 이슈가 다시 부각될 것이다.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은 현 위기의 원인이 시장의 실패도, 정부의 실패도 아닌 총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 보고 이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경제 트렌드를 세계, 중국, 국내로 구분해 살펴보고(1~3장) 국내외 산업 및 경제·경영 트렌드와 경제정책 트렌드를 각각 별개의 장(4, 5장)으로 분석했다. 책 도입부에서 저자들이 던진 질문 ‘2017년 한국경제,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도 이미 나와 있다. 시스템 실패를 치유할 구조개혁을 누가 하느냐에 달렸다.

    “2016년 말 촛불민심은 기어이 탄핵정국을 만들어냈지만 앞으로 열릴 세상은, 우리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실정이다.” 42명이 집필에 참여한 ‘한국의 논점 2017’은 시계 제로(0) 상태에서 2017년을 진단해보는 기획이다. 이 책에서 ‘2017 한국의 쟁점 10’으로 꼽은 것은 개헌, 저출산·고령화, 언론개혁, 경제민주주의, 4대강, 중국, 사회적 트라우마, 불평등, 노후 원전, 가족이다. 그 밖에 정치·외교, 경제·과학·환경, 사회·문화, 언론·교육·역사 분야별로 쟁점을 선정했다. 특히 2017년 대선에 맞춰 ‘기본소득’이 주요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고 필자 6명이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몸에 병이 있으면 ‘아프다’고 밝히고 의사를 찾아가 치료해야 한다. 이 책이 제시한 ‘한국의 쟁점 42’는 한국 경제에 산적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 단초를 찾는 시작일 뿐이다.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
    마르테 셰르 갈퉁·스티그 스텐슬리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352쪽/ 1만6000원


    2016년 1월 중국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자 ‘미국의 자존심’을 뺏겼다며 차이나머니의 공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과연 21세기는 중국 시대가 될 것인가. 노르웨이 국방부 소속 중국 연구자들이 중국에 대한 비판과 낙관, 희망과 절망 사이에 존재하는 49가지 진실을 정리했다. 특히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한 대목도 흥미롭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298쪽/ 1만5000원


    재벌의 경영세습, 천문학적 적자를 내는 공기업, 낙하산 ‘관피아’,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성과주의, 민영화, 국제수지와 국민소득의 관계 등 한국 경제 전반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국적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7장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서는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재벌체제가 해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적 자본주의 폐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언을 담았다.




    한영용의 접빈
    한영용 지음/ 티웰/ 290쪽/ 2만3000원


    늘 있는 예사로운 일을 가리켜 다반사(茶飯事)라 하듯,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은 공기와 물처럼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최근 ‘미쉐린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아 더욱 유명해진 한식당 ‘큰기와집’ 주인인 저자가 사회 각계 어른을 찾아가 직접 음식과 차를 대접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울러 각 접빈(接賓) 자리에 어울리는 향(香), 화(花), 반(飯), 주(酒), 다(茶), 과(菓)를 소개했다.




    도올 만화 맹자 1, 2
    맹자 지음/ 도올 옮김/ 보현·안승희 그림/ 통나무/ 각 권 280쪽/ 각 권 1만4500원

    ‘민위귀(民爲貴) 사직차지(社稷次之) 군위경(君爲輕).’ 민이 가장 귀하고 다음이 사직, 임금이 가장 가벼운 존재라는 뜻의 이 말은 ‘맹자’ 진심 편에 나온다. 2300년 전 나온 말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도올 김용옥의 ‘맹자 사람의 길’을 원본 삼아 제작한 이 만화 해설서는 ‘맹자’의 핵심 장구를 엄선하고 오십보백보, 농단, 도탄 등 자주 사용하는 말의 연원을 설명했다.




    한양도성, 서울을 흐르다
    신희권 지음/ 북촌/ 352쪽/ 2만3000원


    백제 전공자인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1997년부터 풍납토성 발굴 작업에 참여해 그곳이 백제 첫 도읍지인 위례성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발굴하고, 한양도성 정문인 숭례문을 최초로 발굴하면서 사적 제10호인 한양도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 책은 서울을 백악, 낙산, 흥인지문, 남산, 숭례문, 인왕산 등 6개 구간으로 나누고 성벽을 중심으로 직접 답사한 뒤 역사 현장을 해설해놓은 것이다.




    법정에 선 문학
    채형복 지음/ 한티재/ 288쪽/ 1만5000원

    남정현 소설 ‘분지’, 김지하 시 ‘오적’, 양성우 시 ‘노예수첩’, 이산하 시 ‘한라산’은 이른바 용공이적 혐의를 받았고 염재만 소설 ‘반노’, 마광수 소설 ‘즐거운 사라’, 장정일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음란성 시비에 휘말렸다. 법학자이자 시인인 저자가   7건의 필화사건을 통해 ‘국가’와 ‘정의’에 대해 물었다. 한 작품마다 사건의 원인과 경과, 작품 줄거리, 법적 쟁점과 판단, 문학으로 법 읽기, 법으로 문학 읽기 순으로 정리했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이상희·최현미·한미화·김지은 지음/ 이봄/ 316쪽/ 1만5800원


    그림책 읽는 어른 4명이 고른 마흔네 권의 그림책.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안나의 빨간 외투’ ‘눈 오는 날의 생일’ ‘심야 이동도서관’ 등 각자 고른 그림책도, 그 안에 담긴 사연도 제각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림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짚어야 하는 지점을, 잠시 머물렀으면 좋을 것 같은 풍경을, 간직하고 싶은 내면의 고백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림책은 어른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 




    더 이상 무엇이 : 이외수 연애시첩
    이외수 지음/ 김영사/ 100쪽/ 1만2500원


    ‘죽을 때 죽더라도/ 한평생 흙수저로/ 개털로 살아온 인생/ 그놈의 사랑이나/ 실컷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네.’(‘죽을 때 죽더라도’에서) 신이 그대의 입김 모아 안개꽃을 만들지 않았을까의 설렘, 손톱 밑에 박힌 가시 같은 아픔, 먼저 버림받게 될 거라는 예감, 곁에만 있어도 좋은 이 감정의 밑바닥에 사랑이 있다. 이외수가 들려주는 연애편지 48편.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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