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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미니드레스 아찔한 유혹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검정 미니드레스 아찔한 유혹

검정 미니드레스 아찔한 유혹

‘팔레 루아얄’의 블랙 미니드레스 숍

파리 루브르박물관 근처에 ‘팔레 루아얄’이라는 작은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각종 앤티크 전문점과 패션 매장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라 프티트 로브 누아르(La petite robe noire·검정 미니드레스)’라는 이름의 의상실은 이곳의 터줏대감 중 하나다. 다루는 옷은 가게 이름 그대로 치맛단이 주로 무릎 언저리에 닿는 원피스형 검정 드레스.

빈티지 수집상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디디에 르도 씨가 운영하는 이 상점에서는 새 드레스뿐 아니라 1960년대 만들어진 입생 로랑의 드레스나 70년대에 태어난 지방시의 드레스처럼 고급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된 빈티지 의류도 판매한다.

패션에 까다로운 스타들 만족 … 언론도 관심 집중

검정 미니드레스 아찔한 유혹

‘라 프티트 로브 누아르’의 의상.

이곳에서 멀지 않은 마크 제이콥스나 피에르 하디 매장을 용감하게 지나친 여성들도 유독 이 매장 쇼윈도 앞에서는 좀처럼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나 역시 빈티지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아(혹은 디자인을 모방해) 만든 새 검정 드레스의 유혹에 늘 군침을 흘리곤 한다. 보란 듯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가격표의 ‘압박’으로 직접 입어볼 용기는 내지 못했지만….



지난 연말부터 파리의 여성지와 TV 패션 프로그램들은 새삼 검정 미니드레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시즌, 검은색이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데다 각종 행사에 검정 미니드레스를 입은 스타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드리 헵번이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입었던 검정 드레스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46만7200파운드(약 8억5000만원)에 팔린 직후 롱드레스에까지 관심이 이어졌다. 이 드레스는 미니드레스는 아니지만 허벅지까지 섹시하게 찢어진 절개선 덕택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니스커트 이상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검정 미니드레스의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 지난해가 바로 코코 샤넬이 실용적인 ‘라 프티트 로브 누아르’를 선보인 지 80주년이 되는 해였다.

길이가 한결 짧아진 데다 색깔마저 검은 이 생소한 드레스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이를 영어로 바꾼 ‘리틀 블랙 드레스’가 뉴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조신한 여성이라면 차 마실 때, 저녁 모임 때 등 장소에 따라 옷차림을 달리해야 했다. 이때의 옷들이란 대부분 치렁치렁하고 무거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입을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이런 배경에서 장례식에나 입던 검정 드레스가 숙녀들 사이에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의상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1926년 11월에 발간된 패션잡지 ‘보그’의 프랑스판은 “앞으로 이 드레스가 현대 여성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달치 미국판 ‘보그’는 포드 자동차가 양산차 모델로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것에 빗대 “샤넬이 만든 포드와 같다”고 했다.

프랑스 패션 역사가인 플로랑스 뮐러는 이렇게 설명한다. “디자이너 샤넬이 발명한 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여성들이 하루 종일 하나의 옷으로 버틸 수 있도록 한, 또한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게 한 드레스의 실용성이다.”

서울의 한 연예인 스타일리스트가 한 말도 잊을 수 없다. 당시 그는 바싹 마른 ‘I라인’의 여배우와 전체적으로 육감적인 ‘S라인’형 여배우의 코디네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한 시상식을 앞두고 비슷한 느낌의 검정 미니드레스를 입혀본 결과 I라인은 섹시하게, S라인은 우아하게 이미지 보형 효과를 내더라는 것이다.

1983년부터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아온 노련한 칼 라거펠트조차 이렇게 말한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누구라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믿을 수 있는 친구와 같다”고. 물론 ‘라 프티트 로브 누아르’나 샤넬 쇼윈도에 내걸린 그들과 친구가 되자면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주간동아 2007.02.06 572호 (p53~53)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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