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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특집|변화된 도시생태계

철 모르는 겨울 모기 지상 대공습

사계절 서식 도시 지하 공간 ‘모기 천국’ … 모기 대량 사육장 된 간척지 ‘질병 공포’

  • 신이현/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

철 모르는 겨울 모기 지상 대공습

철 모르는 겨울 모기 지상 대공습

고치에서 나오는 모기(왼쪽)와 도시에 가장 잘 적응해 우점종이 된 빨간 집모기.

옛 속담에 ‘처서(處暑)가 되면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고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모기가 점차 사라져 모기에 물릴 염려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11월이 되어도 모기에 시달린다. 대형 쇼핑센터나 놀이공간 등에서는 엄동설한에도 모기의 공격을 받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간척지에서는 모기 떼가 극성을 부려 가축에 피해를 주고 사람들도 살 수가 없어 이사를 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요즘엔 왜 자주 일어나게 된 것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행해진 환경 변화가 동식물 생태에 영향을 주고, 그리하여 생태계가 변화해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 결과로 최근 도시의 지하 공간이 ‘모기 천국’이 되었고, 드넓은 간척지가 모기의 대량 사육장이 돼버렸다.

산업 발달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살면서 도시가 만들어지고, 경쟁이 일어난다. 이것이 유입 요인으로 작용해 도시로 가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난다. 도시의 수용 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사람은 계속 늘어나니 건물을 수직으로 올려 대형화하고 하천은 복개되고 땅은 포장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보내는 분변(糞便)은 어두운 지하 공간인 커다란 정화조에 모아 정화시킨다.

어느 누가 이러한 곳에서 모기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하겠는가?

16년 전인 1989년 12월, 나는 서울 잠실에 있는 대형건물 관리자에게서 모기가 극성을 부려서 못 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에 모기가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터라 ‘겨울에 웬 모기?’라며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형 정화조 앞 작은 문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모기의 시체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날아다니고 있던 모기 떼. 지하집모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흡혈하지 않아도 산란 … 환경에 빠르게 적응

당시만 해도 난방시설이 잘돼 있고 정화조가 있는 일부 건물에만 이 모기가 발생했으나 지금은 도시 지하 전체로 확산되었다. 가을철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발생한 모기가 지상으로 올라온 경우.

그렇다면 모기들은 어떻게 한정되고 어두운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모기는 알을 낳으려면 반드시 흡혈을 통해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외부로부터 차단돼 쥐도 들어올 수 없는 지하공간에서 무엇을 흡혈하며 생존하는 것일까?

철 모르는 겨울 모기 지상 대공습

경남 진해시 준설토 투기장 주변에서 집단 번식한 깔따구의 시체를 주민들이 그릇에 담아와 항의하고 있다.

이 의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기는 손가락 굵기 정도의 어두운 실험관 안에서도 교미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흡혈하지 않아도 산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어떤 진화학자는 “이 모기는, 지하공간으로 날아 들어간 빨간집모기(Culex pipiens)가 2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환경에 적응하며 매우 빠르게 진화한 탓”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다른 학자들은 이 모기가 자연계에서는 낮은 밀도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그들에게 매우 적합한 환경, 즉 배설물이 정화돼 유기물이 풍부한 유충 서식처와 높은 온도 덕분에 생존할 수 있는 지하철과 지하실, 그리고 정화조와 같은 공간이 크게 늘어나자 생태적으로 우점종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간척지에서 발생하는 모기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해양국가다. 국토는 좁고 인구가 많아서 땅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래서 갯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대단위 간척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전 5월쯤 해남의 간척지에 모기 떼가 극성을 부린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간 적이 있었다. 갈 때는 ‘그렇게 대단할까?’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낮에도 풀숲에 있으면 1분도 안 돼 100여 마리의 모기가 달라붙어 피를 빨아 등골이 오싹했다. 그 후 울산, 영종도 등 간척지를 만들어놓은 곳에서는 여지없이 모기 떼가 등장했다.

사람에게 패해 주는 모기 인간의 힘으로 조절해야

간척지에서 집단으로 발생하는 모기는 주로 이나도미집모기와 등줄숲모기이다. 이들은 염분이 약간 섞인 물에서만 한정돼 발생하므로 원래는 발생 밀도가 낮고 매우 드문 종이었다. 그런 모기가 어떻게 공포스러울 정도로 많이 번식할 수 있었을까?

간척을 위해 제방을 쌓아 바닷물을 차단하면 처음에는 바닷물만 있던 곳에 빗물과 민물이 유입돼 점차 염도가 낮아진다. 이곳이 이 모기에게는 천혜의 서식지가 된다. 지하집모기처럼 흡혈을 하지 않아도 산란할 수 있는 이나도미집모기와 등줄숲모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모기는 첫 산란을 한 다음부터는 산란을 위해 피가 필요하므로 가축과 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그곳에 살고 있는 파충류나 양서류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원래 발생 밀도가 낮아서 사람을 흡혈할 기회가 낮았던 종들이 대량으로 발생해 다양한 동물을 흡혈하면 병원체의 감염 기회가 그만큼 높아진다. 사람과는 접촉이 적었던 만큼 이 모기종이 갖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전파 능력을 알지 못하므로 이 모기가 어떤 질병을 만연시킬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모기와 인간의 투쟁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됐을 것이다. 농업의 발달로 인한 광활한 논의 생성은 모기의 발생을 도왔다. 그리고 이제는 도시화와 간척사업으로 인해 모기의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철 모르는 겨울 모기 지상 대공습

겨울 모기가 극성을 떨자 때 아닌 가을 방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기를 모두 잡아 없애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의뢰해온다. 그러나 모기를 완전히 피할 수도 없고, 모두 없애려고 해서도 안 된다. 모기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만 물속에서 생활하는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는 물고기와 많은 수생동물에게 꼭 필요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성충이 된 모기는 새나 거미, 그리고 잠자리의 먹이도 된다.

하지만 생태계의 연결고리에서 빠져나와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지하집모기나 이나도미집모기와 등줄숲모기 등은 인간의 힘으로 조절해야 한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화조처럼 자연이 치유할 수 없는 장소가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화조는 말 그대로 오물을 정화시켜서 자연으로 내보내는 장치다. 또 간척지는 모기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서식하며 철새들의 터전인지라 함부로 살충제를 사용할 수가 없다.

자연의 치유력을 활용할 수 없기에 나의 고민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기 퇴치는 인위가 아닌 자연으로 이뤄야 한다. 요즘도 나는 지하집모기와의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 메탄가스가 가득 찬 정화조 지하실을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11.15 510호 (p40~47)

신이현/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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