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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중학생은 물론 초등생까지 관심과 준비 … 학원에서도 앞다퉈 ‘특목고 대비반’ 개설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특목고 준비는 학생들만 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한 학부모들의 노력 역시 눈물겨울 정도다.

10월2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초 종로엠학원’의 지하 대형 강의실에서 대원외고, 외대부속외고, 서울과학고, 한성과학고 등 서울·경기 지역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의 2006학년도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각 학교의 영어듣기시험과 구술면접 등의 출제 경향과 대비법, 특목고 진학을 위한 준비 전략 등을 소개한 이 설명회에는 학부모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양복을 입은 아버지들의 모습도 꽤 눈에 띄었다. 설명회 관계자가 “시간을 오후 7시로 잡은 것도 아버지들의 참여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

특목고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준말로 예술계 고교와 실업계 고교 등도 포함하지만 주로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등을 지칭한다.

“좋은 환경 훌륭한 인맥 매력적”

대학 진학 시 특목고 학생들은 내신 성적이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지난해엔 특목고 진학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특목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특목고 입시는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풍문’을 입증하듯, 참석자 중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30%나 됐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유모(서울 강남구 거주) 씨는 “요즘 초등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특목고 관련된 게 아니면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라며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킨다는 점과, 고교 시절 뛰어난 아이들과 사귀면 훗날 훌륭한 인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목고는 무척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설명회를 들으러 왔다는 자칭 ‘특목고 예찬론자’ 강모 씨도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학원에서 6시간씩 공부하고 내신 관리를 위해 학교 시험 때는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무척 대견하다”면서 “막상 시험에 떨어진다고 해도, 이런 준비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10월19일 2006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경기 지역 9개 외고의 특별전형에는 평균 3.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기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외대부속외고의 경우 8.51대 1이었는데 특히 ‘학교장 추천’과 ‘성적우수자’ 부문은 각각 27.78대 1, 13.93대 1이라는 높은 경쟁을 기록했다. 10월29일 마감한 일반전형은 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3.5대 1의 경쟁률보다 높아진 것이다.

11월4일(특별)과 10일(일반)에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서울 지역 6개 외고들의 경우 평균 경쟁률은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명문’이 많은 서울 지역 외고들이 신설 학교가 많은 경기 지역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

경기과학고, 의정부과학고 등 경기 지역 2개 과학고는 특별·일반전형 모두 10월20일 원서 접수를 마감했고, 평균 경쟁률은 2.78대 1을 기록했다. 서울과학고, 한성과학고 등 서울 지역 2개 과학고는 11월3일부터 5일 사이 원서를 접수한다. 이미 신입생을 선발한 자립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 상산고도 각각 3.78대 1과 3.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서울 강남 한 학원에서 열린 특목고 입시설명회. 2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특목고 입시설명회를 개최한 ‘하늘교육’의 임성호 기획실장은 “올해 특목고 경쟁률 자체는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전형은 내신 비중이 낮아지고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높아지며,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과 다양한 특기자 전형을 하기 때문에 심층학습을 해온 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내신 문제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특목고,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서울·경기 지역의 특목고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학원들은 앞다퉈 특목고 대비반을 증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학원들이 ‘특목고 전문’을 내세우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 배달해오는 학원 전단지 중 상당수는 특목고 학원들의 것이다. 특목고 입시철인 요즘은 학원마다 ‘특목고 쫛쫛명 합격’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영재사관학원은 아예 대입은 하지 않고 민사고나 특목고를 가려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목고 전문’을 내세우고 있는 서초 종로엠학원의 안병철 원장은 “학교에서는 그냥 공부 잘한다는 소리만 들은 학생들이 학원에 와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과 경쟁하다 보면 자신의 정확한 실력을 알 수 있게 된다”며 “여기에 맞춰 가고자 하는 특목고를 정하고 필요한 공부를 하도록 맞춤 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별 입시설명회를 진행하고, 합격한 선배 학생들을 초대해 학교 소개를 하도록 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역시 학원이 해야 할 일이다.

특목고 준비하는 초중생 급증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하려면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내신 성적이나 경시대회 수상경력 등 각 학교에서 원하는 지원 조건을 맞춰야 한다. 특목고에 가려는 학생들은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특목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물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특목고 반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똑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학습의 개념이 강하다.

학원에 등록하면 우선 반 배정을 위해 영어와 수학 중심의 시험을 본다. 영재사관학원의 박교선 부원장은 “수학은 주로 1년 정도의 선행학습과 현행 학습에서의 심화과정에 대한 문제를 출제한다. 영어는 토플 형태로 출제하는데, 민사고반의 경우 중학교 1학년 입학생의 시험문제가 중3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주3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 종합반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네 과목 또는 사회를 포함해 다섯 과목을 가르친다. 수업시간은 공식적으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지만, 질문과 자습 시간을 포함하면 자정에서 새벽 1~2시까지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수업 내용은 보통 1~2년 정도 선행학습과 현행에서의 심화과정이 중심이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특목고 입시 시험을 한두 달 앞둔 시점에서는 지원하는 학교별로 수업을 한다. 외고반의 경우에는 주로 구술면접에 초점을 맞춘다. 학원 관계자들은 “이제 학원의 중심이 대입에서 특목고 중심의 고입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학일 경우 중학교 2학년을 마칠 때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인 공통수학 과정을 끝내고, 경시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올림피아드 기출 문제 등을 풀어보게 한다. 안병철 원장은 “일반반 수업이 약간의 선행을 하는 ‘수평라인’이라면, 특목고반은 여기에 더해 현행에서의 난이도를 높인 ‘수직라인’”이라며 “중3반에서는 수학능력시험 문제보다도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는데, 아이들이 척척 풀어낸다”고 말했다.

영어 실력은 학생이 중학교 2학년만 되도 특목고 입시 대비용을 넘어선다는 게 특목고 학원 관계자들의 전언. 임성호 실장은 “종로엠학원 특목고반에 다니는 중3 학생 545명을 대상으로 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 영역 시험을 보게 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88점이 나왔다”며 “듣기 시험은 대다수 만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고교 입학 후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거나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데 필요한 수준까지 학습을 시킨다.

본격적인 특목고 입시 준비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한다. 시험의 형식이나 내용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특목고반’을 ‘자립형사립고반’ ‘과학고반’ ‘서울지역 외고반’ ‘경기지역 외고반’ 등으로 나눈다. 시험을 한두 달 앞둔 시점에서는 ‘대원외고 특강’ ‘한성과학고 특강’ 등 아예 그 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만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특목고 전문 학원인 ‘힘수학’의 김민환 원장, 영재사관학원의 박교선 부원장, 서초 종로엠학원의 안병철 원장(왼쪽부터).

민사고 입시 시험인 ‘수학경시대회’와 ‘영재판별검사’ 그리고 대다수 특목고에서 시행하는 구술면접 등은 난이도가 높아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외고의 경우 영어시험도 함께 보지만 앞서 말했듯 대다수 응시생들이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성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므로 사고력과 창의력 등을 측정하는 구술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면접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자기 소개’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10~20문항 정도 제시된 문제들을 읽은 뒤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답을 논리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이중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30~50% 정도 된다.

2005학년도 전형에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바로 구술면접이다. 경기 지역 외고의 구술면접은 합격생들도 절반 이상 맞추지 못했고, 서울대 수학교육과 학생들도 60% 이상을 풀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따라서 입시를 1년여 앞둔 시기부터는 민사고반은 영재판별검사에, 외고반의 경우 구술면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중2 여름방학 본격 입시 준비

또 대다수 특목고 전문 학원들은 ‘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므로 학생 관리가 수업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결과 숙제, 성적 관리를 하고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아이의 현재 상태에 대해 학부모와 상담을 한다. 한 특목고 학원 관계자는 “매일 주어지는 숙제를 학생이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학생 관리는 더욱 엄격해진다. 특목고 시험은 부산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민사고를 비롯한 자립형사립고, 지역별 특목고 순으로 진행되는데, 특목고 지망생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취재 중에 만난 정모(15) 양은 민사고와 외대부속외고 특별전형에 불합격하고 외대부속외고 일반전형에 도전했다. 그는 여기서도 실패하면 서울 명덕외고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경기 안양시 평촌에 위치한 학원가.

박교선 부원장은 “특목고 입시는 대입 못지않게 복잡하므로 학교가 인정하는 경시대회 등 입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진로 지도를 해주는 컨설팅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내용뿐 아니라 진로 컨설팅이야말로 학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 이는 평준화를 지향하는 중학교 공교육에서는 할 수가 없다. 즉 특목고를 대비하는 학생의 수가 많아야 10명 미만인 학교에서는 소수의 똑똑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심층 수업과 진로 컨설팅 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역할을 특목고 학원이 대신하고 있는 것.

‘학원 1번지’인 대치동에서는 특목고 입시 ‘종합학원’이 아닌 이른바 과목별 ‘전문학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민사고·특목고 대비반이 전체 학원생 수의 90%를 차지한다는 수학전문학원 ‘힘수학’은 올해 민사고 입시에서 32명을 합격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 학원의 김민환 원장은 “수업 하나를 기본 및 발전 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눠 두 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교재 역시 학원 연구진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사용한다. 역량을 결집해 민사고의 입시 경향과 외고의 구술면접 등을 분석해 예상문제를 도출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에 대한 전문성만큼은 종합학원을 능가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된 고등학교 입시 시대

“특목고 입시가 수학이나 영어 등 한 과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만큼 종합적으로 공부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원장은 “대치동에 위치한 국어전문학원 및 영어전문학원과 연계해 함께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즉 세 개 학원은 수업시간을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짜 학생들이 과목별 전문학원에서 수준 높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한다”며 “이는 대치동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문학원의 수강료는 주3회, 2시간 30분 수업에 월 20만원 선. 과목별로 수업을 다 듣는다면 최소 60만원은 넘어서는 것이다. ‘종합학원’의 수강료가 월 30~40만원 선인 것에 비해 비싼 편이다.

특목고 입시가 코앞에 다가온 10월27일, 자정이 넘어서자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한 특목고 대비 학원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발길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대원외고를 준비한다는 한 남학생은 “3학년이 된 후 늘 12시까지, 두세 달 전부터는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솔직히 특목고 시험 준비를 한 적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특목고 학원 관계자들은 “민사고나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3 아이들은 고3보다도 더 공부를 많이, 더 열정적으로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명문대를 가려는 고3의 열정보다 민사고나 특목고를 선택한 중3의 열정이 더 강렬하다는 것. 대원외고를 준비하는 김진영(15) 군은 “공부욕이 있는 편이라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무척 좋다”며 “당락을 떠나 고등학교 입시를 겪어보면 대학입시를 치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목고가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기준은 없다. 특목고 대비 학원을 다니는 게 유리하냐, 그렇지 않냐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취재 중 만난 몇몇 아이들은 고3보다도 더 빡빡한 준비과정에 힘들어했지만,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다고도 했다. 많은 학생들은 학원을 통해 입시 정보를 많이 얻고 시험 유형을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분명한 것은 고등학교 입시 시대가 다시 열렸다는 점이다. 과학고, 외고 등 특목고는 월등히 높은 명문대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증가할 것이며 이에 발맞춰 학원가도 번성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학원 관계자들은 모두 “서서히 학원의 중심이 대입에서 특목고 중심의 고입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화에 중학교 공교육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특목고 입시 열기 장난 아니네




주간동아 2005.11.15 510호 (p34~37)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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