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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방공미사일 ‘PAC-3’ 안 사나 못 사나

구형 ‘나이키’는 오작동·추진체 화재 등 ‘사고뭉치’ 일본·대만은 PAC-3 선택, 한국은 중고 타령만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방공미사일 ‘PAC-3’ 안 사나 못 사나

방공미사일 ‘PAC-3’ 안 사나 못 사나
1998년 12월4일 장비 오작동으로 발사돼(공중에서 자폭함) 많은 국민을 놀라게 했던 나이키가 또 사고를 일으켰다. 11월1일 구마고속도로 달성2터널을 지나던 차량에서 화재가 일어나 이 트럭에 실려 있던 나이키 미사일 추진체(미사일을 날려 보내는 연료가 들어 있는 부분)가 타면서 대형 화재사고가 일어난 것. 나이키 자체의 사고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이키는 이래저래 골치가 아픈 대상이다.

이 나이키 추진체는 전남 벌교에 있던 것으로 해체되기 위해 대구에 있는 11전투비행단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왜 공군은 벌교에 있던 나이키를 해체하려고 한 것일까. 이유는 이 미사일이 낡을 대로 낡았기 때문. 정식 이름이 나이키 허큘리스인 이 미사일에는 지대공으로만 쓰이는 것과 지대공-지대지 겸용으로 쓸 수 있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이중 더 오래된 것이 이번에 사고를 낸 지대공형이다.

지대공형에는 핵탄두를 실을 수 없지만, 지대공-지대지 겸용은 가능하다. 유사시 적 공군이 대규모 공격편대를 구성해 쳐들어오면, 아군의 방공미사일은 선두에 있는 적기 몇 대에 대해 중복 사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후미에 있던 다수의 적기는 방공망을 뚫고 들어와 종심 폭격을 하게 된다. 적 공군도 중복 사격 가능성을 알기 때문에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하는 것인데, 바로 이때 사용하는 것이 핵탄두를 탑재한 나이키였다(지대공· 防空·對空 미사일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나이키는 목표물 근처에 다가가면 근접신관이 작동해 탄두가 터지고 이때 생긴 파편으로 적기를 파괴한다. 재래식 탄두가 탑재된 나이키라면 화력이 약해 적기 한 대만 격추시킨다. 그러나 핵탄두를 탑재한 것이라면 강한 화력 덕분에 일대에 있던 적 편대를 몰살시킬 수 있다. 대규모 공격 편대 요격에 효과적인 것이다. 이러한 나이키는 지상에 도달했을 때 터뜨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강한 화력이 지상을 덮는 지대지 미사일 기능을 한다.

1960년대 미 육군으로부터 나이키 넘겨받아



냉전이 첨예하던 1959년 미 육군은 한국에 제4미사일사령부(그 후 38방공여단으로 개편)를 만들어 나이키를 배치했다. 그런데 이보다 나은 대공미사일인 패트리어트가 개발되자 60년대 핵탄두를 뺀 나이키를 한국 육군에 넘겨주었다. 한국 육군은 재래식 탄두만 가진 지대공형과 지대공-지대지 겸용 나이키를 갖게 된 것이다.

휴전선에는 여러 부대가 밀집해 있어 ‘쥐도 새도 모르게’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공군이 대규모 공격 편대를 구성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초저공비행으로 서해를 디귿(ㄷ)자로 돌아 침투시킨다면 서해안에 가까운 서울 등 대도시는 한순간에 불바다가 될 수 있어 한국 육군은 이 미사일을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 배치했다. 북한 공군의 침투를 막는 나이키 부대는 1991년 육군에서 공군으로 소속이 바뀌었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전군(轉軍)’이라고 한다. 공군 방공포병사령부에 육사 출신 장교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방공미사일 ‘PAC-3’ 안 사나 못 사나

11월1일 달성2터널에서 화재사고가 난 나이키 추진체.

10월 열린 서울에어쇼의 최고 스타는 F-15K였다. 그러나 F-15K 외에 또 다른 빅 카드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물이 아닌 모형이긴 했지만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세계 최고의 방공미사일 PAC-3가 전시된 것이다. 이 미사일은 한때 ‘패트리어트 PAC-3’ 또는 ‘ERINT (Extended Range Interceptor·사거리 연장 요격탄)’ 등으로 불리다 미 육군에 의해 최종적으로 PAC-3로 명명되었다.

PAC-3는 마하 10 이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마하 2~3의 속도로 날아가 정확히 들이 받는 미사일로 유명하다. 그래서 영어로는 Hit-to-Kill, 우리말로는 직격(直擊) 미사일로 불리는데, 이 미사일엔 탄두가 없다. 탄두가 있어야 할 노즈(nose·뾰족하게 생긴 앞머리)부에 시커(seeker·탐색장비)라고 하는 소형 레이더와 컴퓨터가 들어 있다.

방공미사일 ‘PAC-3’ 안 사나 못 사나

궤적 수정을 통해 적 탄두에 직접 총돌하는 PAC-3

PAC-3는 지상에 있는 대형 레이더의 통제를 받으며 발사된다. 그러다 날아오는 적 미사일에 접근하면 내장돼 있는 시커가 작동한다. 길이가 20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그 직경은 채 1m가 안 된다. 마하 10~13으로 날아오는 직경 1m 이하의 표적을 30~40km 밖에 있는 지상 레이더가 포착해 명중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PAC-3 안에 시커를 탑재해놓은 것이다.

방공미사일 ‘뒷전’ 항공기에만 ‘관심’

시커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포착했으나 PAC-3의 궤적이 이 미사일을 ‘도저히’ 맞힐 수 없다고 판단되면, PAC-3에 탑재된 컴퓨터가 바로 궤적 수정 명령을 하달한다. PAC-3 미사일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노즈 바로 아랫부분이 180개의 작은 모터(엔진)로 둘러싸여 있고 PAC-3의 꼬리날개는 자유자재로 꺾여질 수가 있다는 점이다(사진 참조).

컴퓨터는 PAC-3의 궤적을 바꾸려면 어느 모터를 작동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해 지시하고 동시에 꼬리날개의 각도를 바꿔주는데, 이렇게 되면 PAC-3는 꽁무니에 있는 대형 모터에 의한 추력 외에 또 다른 추력을 받아 급격히 궤적 수정을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꽁무니에서 대형 모터가 작동하고 있는데도 꽁무니 쪽으로 날아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궤적 수정을 통해 PAC-3는 상식적으로는 맞힐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적 미사일과 충돌한다. PAC-3는 탄두가 없는 관계로 운동에너지만으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이때 생기는 충격으로 적 미사일에 있던 탄두가 폭발해 더욱 큰 폭발이 일어난다.

공중 ‘박치기’를 감행하는 PAC-3 미사일은 핵탄두나 화학탄두 또는 생물무기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요격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PAC-3 미사일이 가한 운동에너지에 적 미사일에 실려 있던 탄두가 폭발하면서 생긴 에너지가 보태지면서 생긴 폭발력이 핵물질이나 화학물질, 세균을 소진시켜 아군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방공미사일은 이렇게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사일은커녕 전투기 요격도 자신하지 못하는 나이키 미사일을 갖고 영공을 지키고 있다. 반면 일본은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PAC-3를 면허생산하려고 한다. 대만도 PAC-3 도입을 서둘고 있다. 그러나 스커드-B를 비롯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놓여 있는 한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은 PAC-3보다 훨씬 구형인 패트리어트를 독일에서 도입하려고 한다. 이 패트리어트는 신제품이 아니고 통일(1990년) 전 독일 공군이 사용해오던 ‘중고품’이다. 이 미사일은 록히드 마틴사가 아닌 레이시온사가 제작한 것인데, 레이시온사는 패트리어트 생산라인을 폐쇄한 지 오래다. 또다시 중고를 도입하려고 하는 한국의 선택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공군은 항공기만 최우선으로 친다. FX(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이나 EX(경보기 도입) 사업에만 주력하고 한국 방어에 가장 절실한 방공 미사일 도입에는 관심이 없다. 일각에서는 방공포병이 육군에 있다 공군으로 전군돼온 ‘의붓자식’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영공 방어를 허술히 열어둘 것이냐?”



주간동아 2005.11.15 510호 (p26~2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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