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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단지도체제 성공할까

사시 17회 대거 잔류 ‘총장 1인 체제’ 탈피 시도 … “권한 이양 가능할까” 회의적 시각도

  • 조수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in0619@donga.com

검찰 집단지도체제 성공할까

검찰 집단지도체제 성공할까

안대희, 이종백

정치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집단지도체제’가 검찰에도 등장했다.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가 자신의 사법시험(17회) 및 사법연수원(7기) 동기인 임승관 부산고검장을 대검 차장에,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방안을 인사권자인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협의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총재직 대신 공동 합의체를 가동 중인 정치권처럼, 검찰도 검찰총장 혼자 모든 중요 사안을 보고 받고 결정하는 ‘1인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1인 체제는 ‘검사동일체’ 및 ‘상명하복’ 원칙을 토대로 광복 이후 60년간 이어져온 검찰의 의사결정과 조직운영 원리였다는 점에서 ‘집단지도체제’의 시도는 주목을 끈다. 정 내정자의 구상이 실현되면 사시 17회 동기생들이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의 핵심 포스트를 모두 차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정 내정자의 구상은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미래 상 제시 등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수사 지휘와 조직 운영 권한은 대검 차장과 일선 검사장에게 대폭 이양하겠다는 것. 정 내정자는 최근 “대검 차장 등에게 권한을 대폭 넘겨 결정권을 주고 총장은 사후보고를 받고 최종 책임만 지겠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 동기들보다 나이 많아 어색하진 않을 것”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집단지도체제’는 ‘검찰총장-대검 차장-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사건 수사지휘 체계가 17회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서울·인천과 경기·강원의 9개 지방검찰청을 관할하는 서울고검장도 가세한 형국이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선 검찰권의 중심이 지나치게 17회를 중심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재임시절 일선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두드러진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됐다고는 하지만 검찰 조직은 여전히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단일지도체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명분은 좋지만 검찰총장 권한이란 게 말처럼 나눌 수 있는 것이냐”라며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반면 한 중견 검사는 “동기들끼리 총장과 대검 차장 등을 동시에 맡더라도 정 내정자의 나이가 동기들보다 많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집단지도체제’가 정 내정자의 구상대로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 내정자 ‘동기생’들이 잔류를 선택했지만 그 잔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동기생들의 잔류엔 복잡한 속내가 작용했다. 이종백 지검장은 당장 사퇴할 수 없는 처지다.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사건,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 등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령관’의 교체는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는 물론 본인에게도 몹시 부담스럽다.

안대희 고검장은 2003년 10월부터 2004년 5월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수사 일선을 떠났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동기생 가운데 최연소(만 50세)란 점이 ‘걸림돌’이다. 그가 사표를 내면 나머지 동기생들도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안 고검장은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일단 남기로 했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이긴 싫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총장을 배출한 사시 17회가 계속 검찰 상층부에 눌러 있는 것은 18·19회는 물론 검사장 입성을 눈앞에 둔 23회에도 미안한 일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 내정자의 동기생들은 새 총장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내년 2월 정기인사 때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의 한 중견 간부는 “‘집단지도체제’의 수명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최초의 시도’란 점에서 정 내정자는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주간동아 2005.11.15 510호 (p24~24)

조수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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