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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대한민국 최고 입담 11인에게 배우는 최강화술’

맛깔 나는 말솜씨를 알려주마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맛깔 나는 말솜씨를 알려주마

맛깔 나는 말솜씨를 알려주마

오익재 지음/ 좋은책 만들기 펴냄/ 272쪽/ 1만2000원

‘말짱’이 각광받는 시대다. 똑같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라도 발표자의 말솜씨에 따라 기획안은 뜰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실력이 비슷한 학원 강사라도 말솜씨에 따라 스타 강사가 되고 별 볼일 없는 강사가 된다. 말을 잘하면 협상에서도 단연 유리하다. 또한 말 잘하는 재능 덕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이 어디 한둘인가? 말을 잘하는 것은 ‘얼굴짱’, ‘몸짱’ 못지않게 현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경쟁력인 셈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뛰어난 입담꾼들을 자주 접한다. 시사토론이나 토크쇼를 보다 보면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잘할까?’ 감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커뮤니케이션연구소 오익재 소장은 유명 입담꾼들의 말솜씨에 어떤 비법이 숨어 있는지, 이들의 화법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주목했고 이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대한민국 최고 입담 11인에게 배우는 최강화술’은 제목 그대로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유명인사 11인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의 화술을 통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말 잘하는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KBS1 TV ‘아침마당’의 최장수 진행자였던 이상벽 씨는 ‘뱃심화법’으로 통한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짧게 되묻는 그의 화법은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저자는 이 씨가 ‘달변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입증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뛰어난 입담꾼이기 이전에 듣기의 달인이다. 상대의 말을 끈기 있게 경청하는 것이 훌륭한 화술을 구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임을 알려준다.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는 구수한 입담으로 시청자와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 씨의 해설이 돋보이는 것은 생방송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점이다. 순간의 실수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때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위기를 극복한다. 그런 이유로 하 씨에게는 ‘애드리브 화법’의 대가란 말이 따라다닌다. 하 씨가 야구 중계를 하면서 자주 쓰는 말을 살펴보면 그의 자연스러운 ‘언어 순발력’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이 투수 바꿀 타이밍인데요. 아… 그냥 가나요?”



“아… 정말 야구 모르겠네요…. 야구 몰라요.”

“저 수비 하나가 팀을 살렸네요. 경기 흐름상 1점만 쫓아가면 오늘 경기 몰라요.”

노회찬 의원은 단연 2004년 총선이 낳은 최고 스타다. TV 토론에서 ‘삼겹살 판 교체론’ 발언으로 단번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 발언 이후 사람들은 노 의원의 입에서 또 어떤 개그(?)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웠고, 노 의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탄핵정국을 초래해 지지율이 급락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겨냥해 “한국의 야당은 다 죽었습니다. 누가 죽인 게 아니라 자살했습니다”라고 했다. 또 탄핵안이 가결된 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등하자 “열린우리당은 길 가다가 지갑 주웠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돼요”라고 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해박한 지식과 거침없는 달변, 독특한 복장, 어눌한 듯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동양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물론 그의 강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 내용을 떠나 그의 강의는 항상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오 소장은 김 교수에 대해 ‘상황화법’을 구사한다고 했다. 사회적 역할, 장소, 시간, 상대에 따라 화술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스펀지 화법’의 이금희 아나운서, ‘눈높이화법’의 구성애 씨, ‘순발화법’의 손석희 아나운서, ‘냉정화법’의 백지연 씨, ‘논리화법’의 유시민 의원, ‘비유화법’의 황우석 교수, ‘품격화법’의 이어령 교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화술은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그런 만큼 배우고 익히면 더 잘할 수 있다. 말하는 데 자신 없는 사람이라도 낙심할 이유가 없다. 우선 이 책에 소개된 언어마술사 11인의 화법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 언젠가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뛰어난 말솜씨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2005.10.25 507호 (p84~85)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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