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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기자의 禪 이야기

‘좌선’ 실천항목 제시한 도신

  •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좌선’ 실천항목 제시한 도신

중국 선종의 제4조는 도신(道信, 580∼651) 스님이다. 스님의 속성은 사마(司馬)이고, 태어난 곳은 하노이(河內·지금의 허난성 심양현)다. 스님은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그러나 늘 배움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열네 살 되던 해 어린 사미(沙彌·출가는 했으나 아직 비구계를 받지 못한 승려)의 몸으로 당시 여든두 살이던 제3조 승찬을 만난다.

열네 살이라고는 하나 도신의 눈매는 형형했다. 그는 승찬의 법문이 끝나자 별안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승찬 앞으로 다가가 예를 올리며 대뜸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불심(佛心)입니까?”

어린 사미의 당돌한 물음에 노승은 깜짝 놀랐다. 잠시 후 승찬은 그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지금 네 마음은 어떠냐?”



어린 도신은 스승의 물음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이렇게 받아쳤다.

“저는 지금 마음이 없습니다.”

“네가 마음이 없는데, 어찌 부처님에게 마음(佛心)이 있겠느냐?”

도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해탈(解脫)할 수 있는 법문을 일러주소서.”

“해탈이라니, 누가 너를 묶었더냐?”

“… 아무도 묶지 않았습니다.”

“묶은 이가 아무도 없는데,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해탈인이다. 어찌하여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

승찬의 말을 듣고 있던 어린 도신의 가슴속에서 환희가 피어올랐다. 마치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듯 크게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승찬의 이 법문은 후대에 의해 해탈법문으로 일컬어졌다.

이 해탈법문은 자신의 마음을 ‘묶은 자’는 다름 아닌 자신, 자기의 마음임을 정곡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불편한 마음’ ‘죄의식에 사로잡힌 마음’의 예와 일맥상통한다.

도신은 이후 승찬의 문하로 들어가 그를 9년간 보필한다. 승찬은 이런 도신을 4대 조사로 삼아 옷과 발우를 전해주었다. 스승의 의발을 전해 받은 도신은 양쯔강과 인접한 기주 쌍봉산(雙峯山)에서 30여년간 머물며 중생교화에 힘썼다. 그의 문하에는 500여명의 제자들이 함께 공부했다. 잦은 전란으로 민심이 황폐해진 수(隨)나라 말엽에 500여명 수도자가 한 스승 밑에서 수행생활을 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라 할 수 없다. 이렇게 도신은 당시 폐불과 전란으로 인해 명맥이 쇠약해진 선종 교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인물이었다.

도신이 중국 선종사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그는 특히 ‘수일불이(守一不移)’를 강조해 좌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항목들을 제시함으로써 선종이 비로소 중국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수일불이란 훤하고 깨끗한 눈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한 물건을 들여다보고 밤낮의 구별 없이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여 언제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대 마음이 흩어질 듯할 때는 지체 없이 다시 가다듬어서 마치 발이 묶인 새가 날아가려 해도 도로 제자리로 잡아당겨지듯 온종일 지켜보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저절로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도신의 법문 중)



주간동아 2005.10.25 507호 (p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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