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위대한 한국 산악인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전국 유명 산악회 5곳 … 안전 도모에 등반 기술 습득 프로 못지않은 열정

  • 장옥경/ 자유기고가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맑은 공기 마시고 흙 밟으며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등산은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함께 받는 최적의 운동. 하지만 ‘나 홀로’ 등산은 뭔가 부족하고 멋쩍다. 산악회에 가입하면 안전 도모는 물론 등반 기술 습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라고는 하나 산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은, 또 그에 버금가는 등반 기술을 갖춘 전국의 유명 산악회 다섯 곳을 소개한다.

● 검악산악회 ㅣ 남성으로만 구성, 최다 해외원정 성공 기록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2002년 10월 히말라야 시샤팡마 등정에 나선 검악산악회 회원들.

“시속 200km가 넘는 바람이 부는데, 어찌나 센지 몸을 가누려면 안간힘을 써야 했고 목에 걸린 호루라기에서 절로 소리가 날 정도였어요. 바람이 멈춘 틈을 타 재빨리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기에 잠도 안 자고 꼬박 36시간을 등반했지요.”

검악(劍岳)산악회의 ‘영원한 행동대장’으로 꼽히는 최정희 씨는 1991년 남미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 산을 등반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고 한다. 낼모레가 오십인 나이지만,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의 팔팔한 젊음으로 거의 날마다 북한산 인수봉을 누비고 다녀, ‘북한산 빨간 바지’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며 허허 웃는다.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 중 가장 낮은 산이라고는 하나 걷고 또 걸어도 끝이 없었어요. 눈길에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고 손발의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그만 탈진해서 예정에 없던 노숙을 했지요.”



도봉산에서 등산장비점을 운영하는 권순재 씨는 2000년 히말라야 시샤팡마 남서벽을 등반한 뒤 동상으로 왼쪽 발가락 두 개를 절단했다며 발을 가리킨다. 결혼 직후 떠난 원정에서 당한 부상이라 새색시 볼 낯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산이 좋고 모험이 좋아 또다시 등반 떠날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한다.

검악산악회에는 이렇듯 골수 산악인들만 모여 있다. 암벽과 빙벽 등반을 주로 하며, 단일 산악회로는 해외 원정을 가장 많이 간 곳으로 손꼽힌다. 68년 초 한국체육대학 펜싱 코치였던 이근배(펜싱협회 부회장) 씨가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한 산악인 김정명 씨에게 후배들의 체력 훈련 요청을 한 것이 동기가 돼 탄생한 산악회. 처음에는 펜싱의 프랑스어 표현인 ‘에스크림 알파인 클럽’이란 이름을 쓰다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검악산악회의 주요 회원은 35명이다. 한번 입회하면 탈퇴는 없다. 1988년 뉴질랜드 마운트 쿡 캐럴라인 남벽 등반을 비롯, 89년에는 국내 최초로 동계 아이거, 마터호른 북벽 등반을 하는 등 10여 차례 굵직굵직한 해외 원정을 다녀왔다. 올해는 2년 전부터 준비한 동계 그랑조라스 빙벽 등반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랑조라스는 아이거, 마터호른과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으로 통한다. 초창기에 여성 회원이 한 명 있었으나 인수봉에서 불의의 추락사를 한 뒤 ‘남자들만의 산악회’를 고집하고 있다.

회원모집/ 수시. 회비/ 직장인만 1만5000원. 문의/ 02)747-4091

● 한국알프스산악회 ㅣ 전문·워킹·근거리 등반 등 정통 클라이밍 추구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2월 13일 원주 칠봉 빙벽장을 오르고 있는 한국알프스산악회 회원들.

“설악산의 십이선녀탕으로 동계훈련을 갔는데 7박8일 동안 눈이 쉬지 않고 내렸어요. 처음엔 빙벽 훈련에 도움이 되겠다고 좋아했는데, 사람 키에 이를 정도로 눈이 쌓이자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웃음)

한국알프스산악회 총무 최한석 씨는 그때 매바위에서 남교리까지 전 회원이 합심해 설국이 된 심산유곡을 헤쳐나오며 자신의 정신세계가 한층 넓어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극적 상황에서 나보다 회원들의 안위를 먼저 챙기고 자신을 이겨내는 일은 산악회가 아닌 다른 곳에선 결코 접할 수 없는 체험이라고도 했다.

알프스산악회는 62년 4월19일 서울역 앞 한 제과점에서 회원 15명을 발기인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산악회의 원조 격으로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근거리 등반에서부터 워킹(걷기 위주)등반, 전문등반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으며 정통 클라이밍에 도전한다. 회장 강성태 씨는 “43년 동안 등반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철저한 기술 연마와 안전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

이 산악회의 두 번째 자랑은 기초부터 전문등반까지 훈련과정을 거치며 회원들 모두 피를 나눈 사이처럼 끈끈한 가족애를 갖게 됐다는 것. 60명의 회원이 서로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 정도로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 한다. 조원길 씨, 이병구 씨처럼 산악회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경우도 있다. 이들 부부는 지금도 함께 산에 오르며 남다른 금실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등반이 많아 남녀 회원 비율은 9대 1 정도. 휴일이면 산을 찾느라 가족들에게서 원성이 자자한 회원들의 사정을 감안해 75년부터는 매년 봄 ‘가족등반’을 시행하고 있다. 회원 가족들에게 바른 산악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산행 동참 기회도 주기 위해서라 한다. 산행은 월간 계획에 따라 매주 이루어지며 하계, 동계 두 차례 장기등반을 한다. 매주 목요일 정례 모임도 갖는데, 전 회원이 참석해 지난 주 산행에 대한 경과 및 다음 주 산행 준비를 토론한다.

북한산 코끼리바위 부근의 일명 알봉에 암벽등반 연습장, 야영장 및 샘터를 운영해 산악인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2년, 2004년 각 모범 산악회상(서울시산악연맹)과 우수 산악단체상(대한산악연맹)을 받았다.

회원모집/ 수시. 회비/ 1만원. 문의/ 017-264-0811, 홈페이지 alpsclub.com

● 록파티산악회 ㅣ 순수 알피니즘 추구, 여성 산악인 남난희 씨 유명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2004년 6월 설악산 울산바위 입구에 선 록파티산악회 회원들.

록파티산악회는 우수한 여성 산악인을 여럿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80년대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의 대명사였던 남난희 씨가 창립 회원.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를 역임한 정명숙 씨 또한 93년 한국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 부대장으로 활동했다.

정찬민 회장은 “부총무나 등반부대장도 여성회원이다. 능력만 있으면 여성에게도 적극적으로 임원을 맡겨 산악회를 이끌어가도록 한다”고 말했다. 회원의 30%가 여성일 만큼 록파티산악회는 ‘열린 문화’를 지향한다.

록파티산악회라는 이름은 ‘바위 모임’ 혹은 ‘바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82년 5월 북한산 상장봉에서 대회장인 백영웅 씨를 리더로 한국등산학교 3기생인 김기철·안일수, 4회 김태선, 7회 전종윤, 16회 남난희·박희선 등 12명의 회원이 모여 창립했다. 현재 서울본부에 50명, 부산지부에 20명의 회원이 있다. 대부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다.

박성용 총무는 “회원 대부분이 암벽등반 100∼300회, 빙벽등반 50∼100회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등반 경력이 20년이 넘는 회원들은 대부분 500회 이상의 기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안전 등반을 위해 신참이든 고참이든 헬멧 착용을 필수로 한다. 산행 당일 깜빡 잊고 헬멧을 안 가져오면 일명 ‘멍멍이’로 불리며 짐을 지키는 신세가 되고 만단다.

89~93년에는 전 회원이 참여해, 설악산에 ‘동양에서 가장 길고 험한 리지 등반 코스’로 불리는 ‘돌잔치길’ ‘하나 되는 길’ ‘나드리길’ 등 3개 코스를 개척했다. 92년에는 서울 용산에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공암장 ‘록파티 월’(높이 6m, 폭 21m)을 설계 시공했다. 2002년에는 안나푸르나 3봉(7555m) 원정도 다녀왔다. 매 주말 서울과 부산 근교 산에서 각각 정기 산행을, 연휴에는 장거리산행을 한다.

회원모집/ 수시. 회비/ 1만3000원. 문의/ 016-386-7992, 홈페이지 www.rockparty.or.kr

● 대구 YMCA산악회 ㅣ 신입회원 까다로운 검증, 화기애애한 분위기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2001년 5월 매킨리 정상에 우뚝 선 대구 YMCA산악회 손장하, 윤두환, 노성우 회원(왼쪽부터)

“어떤 이들은 ‘왜 힘들게 산에 오르느냐, 곧 내려올 텐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산 아래를 굽어보는 경험을 한 사람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할 겁니다.”

이왕이면 체계적으로 등반 기술을 익히고 싶어 2년 전 대구YMCA산악회에 가입한 소명주 씨. 한 달에 서너 차례 산행을 즐길 만큼 산에 푹 빠져 산다는 그녀는 어쩌다 결혼식 등의 행사로 산행을 거른 주는 몸이 뒤틀릴 정도라고 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 산악회 중 하나인 이 산악회는 69년 5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현재 회원수는 70여명. 남녀 회원의 비율이 50대 50으로, 다른 산악회에 비해 여성회원 비율이 높아 내부에서 맺어진 커플만 14쌍에 이른다. 20, 30대 비중도 높아 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전문등반과 일반등반 모두를 즐기며, 특히 신입회원에 대한 훈련이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배낭 꾸리는 방법부터 암벽, 빙벽타기 등 전문적 기술까지 두루 교육합니다. 등산학교 수준의 5주 교육이 필수고요. 또 매달 첫째 주 정기산행과 셋째 주 훈련 산행, 월 2회 이상의 자유산행에 꼭 참가해야 합니다.”

산악회 남부지역 회장 이재구 씨의 설명이다. 신입회원 활동은 모두 점수로 환산되며, 1년 동안 120점 이상을 획득해야 임원회의 의결을 거쳐 비로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2년 전 정회원이 된 김상해 씨는 “고되고 철저한 훈련을 통해 산에 대한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96~98년 백두대간 종주, 99~2000년 낙동정맥 종주를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에베레스트, 2001년 매킨리, 2002년 다시 에베레스트, 2003년 로체를 등정했다. 장애우와 합동등반도 한다.

회원모집/ 수시. 회비/ 8000원. 문의/ 010-4509-7925, 홈페이지 www.yaac.or.kr

● 광주우암산악회 ㅣ 암벽,빙벽등반 위주, 등산학교도 개설



초보자 산행길 듬직한 가이드

2002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로지 코스를 등반하고 있는 우암산악회 회원들.

“하이킹만 하다 처음 암벽 등반을 시도했을 때는 너무 무서워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떨어지지 않으려 오직 로프에만 집중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겨, 주위 경관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됐습니다.”

5년 전 직장상사 권유로 광주우암산악회에 가입한 총무 김용애 씨의 말이다. 처음에는 산행을 하고 오면 끙끙 앓기가 일쑤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월요일에 더욱 가뿐한 기분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암산악회는 82년 6월 광주 지역 산악인 16명이 모여 만든 전문산악회다. 주요 회원은 50여명. 주부 2명을 포함한 3명의 여성회원이 있다.

대표인 조주익 씨는 “남도의 대표 산인 월출산, 무등산은 매달 서너 차례 올라 매우 친숙하다. 월출산의 사자봉, 시루봉, 매봉, 연실봉을 비롯해 무등산 새인봉, 공전길, 설릉길, 직벽 코스는 눈 감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월 1회 전남 광주 지역이 아닌 타지 원정훈련도 간다.

산행 계획은 1년 단위로 짜는데, 주말 산행의 경우 토요일 오후에 모여 친목을 다진 뒤 다음날 새벽 6시에 출발해 오후 4, 5시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전 대표인 배록현 씨는 “산악회 기질이란 것이 대체로 술을 즐기는 편이나, 다음날 산행을 위해 바른 주도를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원칙”이라고 말했다.

85년 토왕성 폭포 호남 지역 초등을 시작으로 다수의 전남 지역 암장 코스를 개척했다. 해외 원정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 92년 8125m인 낭가파르바트봉 한국인 초등등반, 95년 8047m인 브로드피크봉 초등등반을 했다. 96년에는 북아메리카 최고봉인 매킨리를, 99년에는 남아메리카 최고봉 아콩카구아를 올랐다. 2001~2003년에는 요세미티 북코스를 등반했으며 2002년에는 엘브루스를 찾기도 했다. 해마다 8월15일을 전후해 암벽·빙벽 등반에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4박5일간의 우암등산학교도 개설한다.

회원모집/ 수시. 회비/ 연 10만원. 문의/ 019-573-9391, 홈페이지 http://kjwooam.com





주간동아 2005.05.17 485호 (p32~34)

장옥경/ 자유기고가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