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7

2005.01.04

전 과목 영어 강의 … 과학 천재 -양성소 자부심

  • 입력2004-12-31 10: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과학영재학교 ●www.bsa.hs.kr ●051-897-0006

    ‘학급 정원 18명. 전 과목 영어 강의. 1년 예산 60억원. 1학년생 전원 국비 해외연수. 교사의 44%가 박사 학위 소지자.’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있는 과학영재학교는 ‘과학고 위의 과학고’라고 불릴 만한 시설과 인재를 갖추고 있다.

    2003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해마다 전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144명씩(8개 학급) 신입생을 뽑는데, 2005년의 경우 231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6대 1에 달했다. 학생들의 평균 지능지수는 140.2. 말 그대로 ‘영재’들이 모였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2003년 입학한 신입생(03학번) 가운데에는 중학교 1학년만 마치고 들어온 학생이 3명, 2학년을 마치고 들어온 학생이 10여명이나 됐다.

    ‘영재’를 뽑기 위한 이 학교의 신입생 선발 방식도 남다르다. 1단계는 학교장, 교육기관의 추천에 따른 서류전형. 여기서 먼저 1500명을 뽑는다. 2단계는 수학·과학 분야의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는 시험과 과학영재판별 검사로, 여기서 대상을 216명으로 줄인다. 3단계에는 3박4일 동안 이어지는 과학창의력 캠프다. 평가단이 학생들을 면접 관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잠재력과 창의성에서 천재적인 학생을 뽑기 위한 장치다.



    학생들이 푸는 시험 문제도 대학 수준이다. ‘신의 입장에서 주어진 수치의 별 4개로 새로운 태양계를 구성하라’ ‘물을 주제로 새로운 이론의 과학논문을 작성하라’ 등.

    이러한 문제를 풀고 입학한 수학, 과학 분야의 영재들은 매일 오전 9시 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유롭게 구성돼 있는 수업 시간에 맞게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체력단련실과 전자정보실, 도서관 등을 찾아 운동이나 과제, 취미 생활을 한다.

    현재 과학영재학교는 부산교육청 소속의 공립학교. 하지만 운영 형태는 독특하다.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부가 지정한 영재학교를 부산교육청과 과학기술부가 협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에 속하는 교육 시설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은 과기부에서 지원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교육부 산하에 있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자유로운 실험과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한 학년 2학기제를 원칙으로 하되 무학년 졸업학점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년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03학번, 04학번과 같이 학번으로 구분된다.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과학 등 7개 필수 과목에 대해서는 PT(학급배치시험)제를 시행해 성적이 좋을 경우 해당 과목 학점을 인정해주고-이 경우 수업을 듣지 않고도 과정을 이수하는 셈이 된다, AP(심화배치)제를 통해 상급 학교 과목을 조기 이수하면 대학에 진학해서도 관련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있다.

    2003년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영재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해 최연소 기록(14세 입학)을 세운 03학번 박영수군은 학교에서 PT, AP 제도 등을 이용해 조기졸업 요건을 갖춰 16세가 되는 2005년 졸업한다. 그는 학교생활 동안 유학 준비도 마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여러 곳에 지원서를 내놓고 현재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독특하게 운영되는 과학영재학교의 특징은 과학 분야에 평생을 걸 인재를 길러낸다는 점. ‘입시 명문학교’로 기능하고 있는 과학고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능시험에 포함되는 필수 교과목 가운데 일부는 아예 배우지도 않는다. 신입생 시절부터 전공을 택해 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다. 의대, 법대 등으로 진학할 길이 애초부터 막혀 있는 셈이다. 대신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등과 협약을 맺어 평균 B학점 이상인 학생은 무시험 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다. 서울대 연세대 등 명문대와도 수시 전형을 통한 진학 문제를 협의 중이다.

    인건비를 제외한 학교의 운영 예산은 일반 과학고(10억원 안팎)의 6배인 60여억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첨단시설을 갖춰놓은 것은 이 학교의 최고 자랑거리다. 과학기술부가 120억원을 들여 세운 지상 9층의 첨단과학관에는 대형 천체망원경, 핵자기공명(NMR)·주사형 전자현미경(SEM) 등 대학 실험실 수준을 뛰어넘는 장비들이 있다.

    교직원은 모두 110명인데 이 가운데 44%가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KAIST 교수 10명이 수학 과학 전담교사로 참여하는 등 대학 교수들의 강의도 많이 개설돼 있다.

    이처럼 우수한 교육 여건을 누리는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의 연 수업료는 153만원으로 일반 과학고와 같다. 하지만 부산 지역 상공인들의 도움으로 전교생이 100만∼30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다. 신입생들은 모두 여름방학 때 3주간 해외 영재학교로 국비연수를 떠나는 혜택도 누리고 있다.



    전 과목 영어 강의 … 과학 천재 -양성소 자부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