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7

2005.01.04

획일 교육은 가라! … ‘입시 명문’ 넘어서는 매력

  • 입력2004-12-31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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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방학을 맞아 각 가정에 배달되는 학원 전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 입시 완벽 대비’를 내세우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립고)의 인기도 뜨거워서, 각 학교가 마련하는 입시 설명회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학부모들로 성황을 이룬다. 바야흐로 특목고 자립고 입시 열풍이 불고 있는 느낌이다.

    특목고와 자립고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은 이 학교들이 명문대 입시의 사관학교로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대원외고의 경우 2004년 졸업생 가운데 66명이 해외 명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서울대 70명, 연세대 143명, 고려대 137명이 합격했을 정도로 진학 실적이 뛰어나다. 우등생만 모이는 과학고나 자립고의 실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많은 학부모들은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 좋은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특목고·자립고에 자녀들을 진학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입만을 위해 특목고·자립고를 지원한다면 이제 그것은 꼭 바른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교육부가 나날이 새로운 특목고 정책을 발표하며 이러한 이상 열기를 꺾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 교육부는 ‘설치학과 이외의 별도 과정 개설 금지’‘동일계 특별 전형’ 등의 정책을 통해 특목고 운용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다른 특목고의 경우 오히려 대입에서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외고는 자연계열을 개설할 수 없으며, 외고와 과학고 학생들은 의대·법대에 진학하는 데 일반고 출신들보다 불리해질 것이다. 자립고 졸업생들 역시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하느라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에 비해 내신성적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대입에 유리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특목고, 자립고는 더 이상 아무 매력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입시 명문’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왜 이 학교가 생겨났는가’ 하는 본질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조언한다. 특목고와 자립고가 생긴 이유는 고교 평준화 아래서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 영재 교육, 특성화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특목고·자립고다. 여전히 ‘내 아이를 특목고로!’를 외치고 있는 많은 학부모들은 바로 이 점이 특목고·자립고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말한다.

    우선 특목고·자립고는 입학 시험을 통해 기본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도를 얻은 학생들만 선발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 비해 양질의 교과과정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깊이 있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기회를 얻으며, 지적으로 많은 자극을 받는다. 심화학습, 탐구학습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과 비교할 때 훨씬 더 살아 있는 지식을 얻는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도 학생의 인생에 큰 혜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많은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목고·자립고가 그 꿈을 향해 가는데 유용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 요즘 대부분의 특목고·자립고는 해외 유학 전문반을 운영하면서 외국 대학 진학을 돕고 있다. 각종 특별활동과 심화학습을 마련해두고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 학교들의 특징이다. 게다가 특목고·자립고에는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재학생들이 일반 학교에 비해 많다. 이런 학생들과 교류하며 생활하는 것은 학생들의 ‘세계화 지수’를 높여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교평준화 시대에 특목고·자립고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구심점이 된다는 강점이 있다. 지역 명문고들의 명맥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대원외국어고, 한일고 등을 위시한 신흥 명문고들. 이 학교 출신들은 매년 사법시험이나 의사고시 등에서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한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후배 사이의 유대가 남다른 것도 이 학교들의 특징이다. 학부모 처지에서는 자녀들에게 평생 든든한 ‘배경’이 될 ‘학맥’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아무리 입시 제도가 바뀐다 해도 특목고·자립고의 인기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대학 입시를 위한 주입식 암기 교육에 실망한 이들, 집단 따돌림(왕따)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인성교육이 땅에 떨어진 일반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 실망한 이들에게 특목고·자립고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자립고·특목고의 학교 소개와 전형 요강을 담은 ‘자립고·특목고 길라잡이’, 자립고·특목고 진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입시전문가와 졸업생들의 조언을 다룬 ‘전문가 상담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자립고·특목고 현황과 모집 인원, 입시 경쟁률 등을 소개한 ‘전국 자립고·특목고 일람’이다.

    이 책이 자립고·특목고 진학을 바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고, 교육 개혁과 학교 현실 개선에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일러두기

    - 전국의 특목고·자립고를 정리하고, 그 가운데 특히 두드러지는 학교를 선정해 모두(冒頭)에 소개했다.

    - 2005학년도에 개교하는 의정부과학고, 동두천외국어고는 학교 소개에서 제외하는 대신, ‘전국 자립고·특목고 일람’ 페이지를 통해 모집 인원과 전형 비율을 소개했다.

    - 모든 학교는 자립고, 과학고, 외고의 범주 안에서 특별시, 광역시, 도의 순서로 배열했다.

    - 2005학년도 입시요강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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