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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백옥생’ 뭐가 들었기에

자체 개발한 ‘전단물질’ 피부건강에 효과 만점 … 입소문 타고 ‘한방 화장품’ 신화 창조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불황 모르는 ‘백옥생’ 뭐가 들었기에

불황 모르는 ‘백옥생’ 뭐가 들었기에

‘백옥생’을 개발한 정산생명공학 김성녕 회장.

최근 우리 화장품 업계는 깊은 불황에 빠져 있다. 수입 명품과 초저가 브랜드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상당수 중견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한때 성업했던 화장품 직판 대리점들도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불황 속에서 ‘독야청청’인 중소 브랜드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방 명품 화장품 ‘백옥생’. 특별한 광고 없이 ‘입소문’과 방문 판매만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온 ‘백옥생’은 최근 중국, 미국에 현지법인까지 설립하며 국제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방 화장품’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1980년, 세계 최초로 한방 기술을 도입한 ‘백옥생’을 개발하고 24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김성녕 정산생명공학 회장(55)은 “‘백옥생’의 성공은 위기일수록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라며 “한방 화장품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이 선 만큼 ‘백옥생’을 미국 상류층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세계적 명품으로 육성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학 졸업(성균관대) 후 공무원 생활을 하던 김회장이 한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4년 심한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으면서부터. 외출이 곤란할 정도로 심한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실패한 김회장은 한방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병원 치료를 포기한 뒤 궁중 비방부터 전주 이씨, 강릉 최씨같이 유서 깊은 가문의 치료법까지 갖가지 한방 비법을 연구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한방이 얼마나 신비롭고 훌륭한 ‘과학’인지에 눈을 떴지요.”



‘우리 선조들이 후손을 위해 남겨준 가장 위대한 기술 자산은 바로 한방’이라고 믿는 김회장은 공직에 사표를 낸 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주저 없이 ‘한방 화장품’을 선택했다.

광고비 줄이고 연구비 팍팍 ‘드디어 결실’

당시만 해도 ‘우리 것’이라면 ‘촌스럽다’며 천대받던 시절이었지만, 김회장은 한 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대신 ‘한방이야말로 과학적이고 선진적이며,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회사 부설로 정산생명공학연구소를 세웠다. 그리고 다른 화장품 회사들이 유명 모델을 앞세워 매출의 10~20%씩을 광고비에 쏟아붓는 동안, 묵묵히 연구소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정산생명공학의 광고비는 매년 매출의 2%선에 지나지 않지만, 지난해 정산생명공학연구소에 투입된 액수는 매출의 10%에 달한다. 그런데도 김회장은 “더 필요하다고 하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연구 비용은 아무리 많이 써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으로 화장품 시장이 5% 감소세를 보인 지난해 정산생명공학이 10% 성장을 기록한 것은 모두 이 연구소 덕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불황 모르는 ‘백옥생’ 뭐가 들었기에

충남 아산 본사에 세워진 ‘백옥생’ 역사관. 지금까지 시판된 백옥생 제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단물질’이 들어 있는 ‘화용’ ‘허브’ 등 ‘백옥생’ 화장품들(왼쪽부터).

이처럼 과감한 지원 속에 운영되는 정산생명공학연구소가 거둔 최대의 성과는 ‘전단물질’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한방 물질을 개발해낸 것. 김회장이 ‘한방 화장품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전단물질’은 그가 세계 최초로 사용한 개념이다.

김회장에 따르면 “‘최적의’ 생육지에서 자라난 한약재를 ‘최적의’ 채취 시기에 뜯어내 ‘최적으로’ 건조한 뒤 ‘최적의’ 열과 시간, 압력으로 가공해 생성되는 새로운 물질”이 바로 ‘전단물질’이다.

김회장은 영어로도, 한자로도 딱 맞는 표현을 찾을 수 없는 한방 고유의 이 물질이야말로 피부 건강을 되찾게 해주는 ‘백옥생’ 화장품만의 ‘비법’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반 화장품은 화학적 합성물로 만들어요. 처음 잠깐은 피부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독성에 의해 시커멓게 죽고 말지요. ‘전단물질’이 들어 있는 화장품은 다릅니다. 이 물질은 피부가 숨을 쉬도록 스스로의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피부에 무엇인가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좋은 물질이 피부에 잘 전달돼 저절로 좋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 효과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김회장은 이 차이에 대해 병을 ‘일시적으로 죽이는 양방’과 ‘스스로 낫게 하는 한방’의 차이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화학 성분을 주요 원료로 해 화장품을 만든 뒤 한방물질 몇 가지를 첨가해 ‘한방 화장품’이라고 광고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비판한다. ‘전단물질’이 함유된 화장품만 ‘한방’이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으며, 현재 ‘전단물질’이 들어간 화장품은 세계에서 ‘백옥생’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할 때 김회장은 시종 거침이 없었다. 세계 어느 명품 화장품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이 ‘백옥생’의 자랑이라고 그는 수차례 힘주어 말했다.

먹어도 될 정도로 인체 무해 ‘자신’

김회장이 강조하는 ‘백옥생’의 또 다른 장점은 ‘인체에 무해한, 심지어 먹을 수도 있는 화장품’이라는 점. 주요 원료의 대부분을 야생에서 채취해 사용하고, 화장품 제조 과정에 인공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광고에 화장품을 먹고 있는 아이를 등장시켰을 만큼 ‘백옥생’이 자랑스러워하는 이 기술력은 오랜 시행 착오 끝에 나왔다.

“지금이야 장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초기에는 물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없고, 방부 처리가 안 된 화장품이 쉽게 썩어버리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대중화하는 데 큰 장애 요소였지요. 하지만 피부에 나쁜 화장품을 만들 수는 없다는 고집으로 계속 버텼습니다. 지금은 천연 방부물질을 개발해 유통기간을 늘렸고, 1회 생산물량도 초기보다는 많이 늘어났습니다.”

불황 모르는 ‘백옥생’ 뭐가 들었기에

정산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새로운 한방 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김회장의 고집은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을 움직였다. 설립 초기 사채를 끌어다 쓰며 하루하루 버텨나가던 회사는 화장품 생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자체 조사한 ‘백옥생’ 재구매율은 65%를 넘는다. 한번 ‘백옥생’을 쓴 사람 열 중에 여섯은 다시 ‘백옥생’을 쓰게 만드는, ‘믿음직한 기술력’의 회사가 된 것이다.

24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최초의 브랜드 ‘백옥생’은 성분에 따라 ‘명경지수’ ‘화용’ ‘퓨어 스노이’ 등 다양한 이름을 달게 됐고, 한약재를 원료로 만든 미용 다이어트 음료 ‘앵두슬림’, 건강보조식품 ‘명가 생식’, 변비개선 한방차 ‘퓨어티’ 등 다른 분야의 상품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백옥생’에 대한, 그리고 이 제품을 생산하는 정산생명공학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 ‘단골’들의 지지와 격려가 김회장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불황에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를 시작한 김회장은 콧대 높고 까다로운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도 이 ‘입소문’ 전법을 쓸 계획이란다. 광고를 통해 그들을 공략하기보다는 ‘맨투맨’으로 접근해 품질에 감동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장 속도는 더디겠지만, 일정 궤도에 오르면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김회장의 설명이다.

“벌써부터 ‘백옥생’을 써본 현지인들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 화장품보다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고 있는데 말이죠. 현재는 미국의 최상류층에게 ‘백옥생’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품질이 뛰어난 만큼 머지않아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방 물질’을 개발해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김회장은 “우리 소비자들도 ‘소비 사대주의’를 버리고 정말 좋은 제품을 골라 쓰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460호 (p58~5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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