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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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 강행하면 黨 깨진다”

안개모 대표 유재건 의원 “정치인 위한 개혁은 안 돼 … 요즘 공격 많이 받아 미운 오리 된 느낌”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1-12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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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법 폐지 강행하면 黨 깨진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의원총회장에서 ‘이게 아닌데’ 싶어도 꾹꾹 참고만 있었던 이들이 당의 무게중심이 되겠다며 한데 뭉쳤다. 11월1일 공식 출범한 우리당 내 중도보수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이하 안개모)을 두고 하는 얘기다.

    안개모의 미래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상대방의 정체성을 인정치 않는 ‘전시(戰時)’에 타협론자의 입지는 좁게 마련이다. “등 뒤에서 대통령에게 총질을 한다”(임종인 의원) “절이 싫으면 떠나라”(유시민 의원)는 험한 말도 들린다. 우리당 지지 성향 네티즌들의 비판은 수위가 더 높다.

    그러나 안개모 대표로 선출된 유재건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사진)은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 같다”면서도 웃었다. 안개모 출범 뒤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도 불편하지 않은 눈치다. 그러면서도 안개모와 당내 분열을 연결짓는 것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 여론은 소수의 강경파가 아니라 당내 과반수가 넘는 안정적 개혁론자들에게 있다”면서 “소수 강경론자들이 당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개혁은 소수의 정당 지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길을 닦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어도 무식하다는 소리 듣지 않는다”며 “양보해가면서 섭섭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는 게 최고 지도자의 덕목이다”고 조언했다. 11월5일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서프라이즈’ 같은 인터넷 사이트엔 가끔 들어가 보는가.

    “소수의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갈 협박적인 내용을 올리고 있다. 안개모 소속 의원들을 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두려움이나 섭섭함은 없다. 인신 공격적인 질타는 무시하기로 했다. 국민 여론이 아니라는 걸 확신한다. 다수의 국민이 우리를 지지한다. 전화와 팩스로 지지한다는 얘기가 쇄도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안정적인 개혁을 원한다. 성원과 긍정적인 평가가 훨씬 많다.”

    -안개모의 출범을 당내 분열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논어에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란 말이 나온다. 군자, 즉 세련된 신사는 자기와 타자(他者)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강조하건대 당론으로 정해진 사안은 따른다. 다만 한쪽으로 치우친 것처럼 비치는 당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다. 소수의 강경파들이 코끼리 꼬리를 잡고 끌고 가듯 국민을 이끌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보법 폐지 강행하면 黨 깨진다”

    11월1일 열린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 출범식.

    -‘안개처럼 사라질 모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당초 알려진 것보다 가입 의원 수가 훨씬 적다.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까지 다녀온 ‘안영근 의원이 개과천선한 모임’, ‘안개처럼 사라지는 모임’, ‘안에서 개판치는 모임’이란 말도 나왔다. 42명과 의논하고 연락했는데 정식으로 입회한 분은 28명이다. 가입하지 않은 분들도 심정적으로 안개모에 공감한다. 지하당원 비슷하게 보면 된다. 당내 이런저런 모임이 7개다. 연령층하고 출신 배경을 중심으로 모이는데 일토삼목회 같은 경우는 우리와 궤를 같이한다. 이렇게 저렇게 합치면 안개모와 궤를 같이하는 의원이 80명이 넘는다. 우리당 의석(152명)의 과반수가 넘는 수다. 국민 다수도 안정적 개혁을 지지한다고 본다.”

    -안개모를 ‘실용주의자들의 모임’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중도·보수 의원 모임’ 혹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의원들의 모임’이라고 불러야 하나.

    “우리는 실용주의자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라고 부르는 것도 맞는 것 같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국민을 제일 두려워했고, 여론에 관심이 많았다. 비서실장 하면서 DJ를 보고 배웠다. 지도자가 여론이나 국민보다 앞장서는 건 온당치 않다. 소수의 개혁을 주장하는 정의롭고 깨끗하다는 젊은 몇 사람이 끌고 가선 안 된다. 국민을 등에 업고, 국민한테서 칭찬받아야 당이 오래간다. 우리도 100년 넘는 역사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안개모가 국민을 업고 가는 데 견인차 노릇을 하겠다.

    -참여 의원들의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안영근 의원과 나를 빼면 모두 초선이고 행동력이 부족한 분들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의 포커스를 받는 것도 꺼려한다. 그러나 정치 행위를 해본 경험이 적을 뿐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 자리에까지 간, 염치 지킬 줄 알고 조직 생활을 아는 사람들이다. 정당에 가입하고 국회의원까지 하는데 답답해들 했다. 당의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친구들 만나면 불안하다는 얘기만 듣는다 한다. 정치 생리도 알아가고 있으며 필요한 때가 오면 일당백으로 할 사람들이다. 두고 보라.”

    -당내 일각에선 “그렇다면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성급하게 서둘러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하루가 늦더라도 국민과 함께 가야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그게 건강하고 온전한 개혁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한다. ‘언제 할 거냐, 지금이 기회다’라고도 한다. 타이밍은 소수의 정치인들이 정하는 게 아니다. 국민 다수가 이해하고 따라오는 게 타이밍이지, 아무도 정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 보완이 당론으로 정해졌다. 강행 처리에 나서면 당론에 따르겠는가.

    “강행처리 못하게 할 거다. 당도 강행처리 안 할 것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노동법 강행처리하고 깨지기 시작했다. 강행처리해서 될 게 없다.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과 토론 다 하고 표결해야 한다. 표결할 땐 일사분란하게 해야 하지만 공개된 토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법 논리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다. 실제로 형법 보완이나 대체입법이나 별 다른 차이가 없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도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형법 보완 대신 대체입법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가.

    “향후 야당과의 토론 과정에서 대체입법으로 결론이 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상징적 의미는 아이들이 담요나 젖병을 쥐고 있어야 쉽게 잠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현 국가보안법의 상직적 의미를 충족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4대개혁 입법’의 연내 처리 방침을 어떻게 보나.

    “4대 입법을 내년으로 넘기더라도 합리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중앙당에서 공격하고, 요샌 미운 오리새끼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개혁은 국민을 믿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하는 것이다. 당에서 조금 비판받더라도 당의 점수(지지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개혁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소수의 정당지도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과 함께 길 닦는 게 개혁이다. 국민과 같이 하는 개혁이 튼튼하고 건강하며 모두에게 유익한, 일부 사람을 섭섭하게 하지 않는 개혁이다. 이런 식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노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념의 과잉을 지적한 김부겸 의원의 대통령론에 동의하는가.

    “노대통령은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어도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아도 ‘시원찮아서 그런다’ ‘자질이 모자라서 그런다’는 비판을 받지 않는다. 양보해가면서 섭섭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는 게 최고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비주류로 성장한 대통령은 주류에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다. 주류보다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극을 받고 자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주류 중의 주류인데 주류같이 금방 생각은 못하게 마련이다. 한나라당과도 같이 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안개모 회원 | 유재건 안영근 조배숙 박상돈 신학용 심재덕 정의용 조성태 강길부 강성종 권선택 김명자 김성곤 변재일 서재관 신중식 안병엽 오제세 우제항 이계안 정장선 조성래 홍창선 오시덕 유필우 이근식 이시종 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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