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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을 ‘2등 국민’ 취급 말라”

한통련 재평가 방한 후 환대 불편한 심기 표출 … “조국발전 기여, 국보법 피해자는 우리”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민단을 ‘2등 국민’ 취급 말라”

“민단을 ‘2등 국민’ 취급 말라”

‘어린이, 서울 잼버리’ 행사를 위해 서울에 온 민단계 어린이들.

우리는 2등 국민입니까. 10월유신이나 군부독재 따위에 협조한 수구세력에 불과하다는 말입니까?”

10월10일 곽동의씨(74)를 비롯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회원 146명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한국을 방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환대를 받고 돌아가자 재일동포 조직인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한통련은 태극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다는 점에서 인공기를 향해 경례하는 재일조선인총연맹(조총련)과 확연히 구분된다. 하지만 한통련과 민단은 노선이 다르다. 민단은 ‘대한민국의 국시를 따른다’는 강령을 갖고 있어 한국의 정치 현실에 관여하지 않으나, 한통련은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다.

1973년 한통련은 민단에서 ‘제명’, 그들 스스로 ‘발족’이라는 용어를 써 탄생된 뒤 10월유신 반대, 김대중 납치 규명 등의 운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한통련은 78년 대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로 규정됐으나, 이 판례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여권을 받아 고국 여행을 하고 돌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민단 관계자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재평가할 것은 한통련만이 아니다. 민단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를 해줘야 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국시를 따랐는데…



조총련과 한통련은 오래 전부터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해왔고, 민단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민단 측은 “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대상이 된 적도 없다. 국보법 피해자는 오히려 민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민단 측은 왜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일까.

“민단을 ‘2등 국민’ 취급 말라”

재일학도의용군 기념비.

75년 박정희 정부는 한국에 연고가 있는 조총련 소속 동포의 모국 방문을 추진했는데, 30여년이 다 된 지금도 이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조총련 소속 동포가 주일 한국 공관을 찾아가 “다가오는 추석에 고국에 가고 싶다”고 하면 주일 공관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여행증명서를 발부해주는데, 이 여행증명서만 있으면 자유롭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다.

민단 관계자는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 영토이므로 북한 국적을 가진 조총련 사람도 국보법의 적용 대상인 우리 국민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을 찾아온 이들은 국보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발부된 여행증명서가 신변안전 보장각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통련 관계자에게 발부된 대한민국 여권도 같은 구실을 했다. 허구한 날 국보법을 의식하며 고향을 찾은 것은 우리였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민단을 ‘2등 국민’ 취급 말라”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한국을 방문한 한통련 회원들.

“지난 50여년간 고향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외사과와 대공과(지금의 보안과) 형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민단 사람이 북한에 포섭돼 공작을 하기 위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단과 조총련계 사람이 부부가 될 정도로 어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경찰은 ‘왜 일본에서 조총련계와 어울렸느냐’며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향을 찾은 우리는 형사들에게 막걸리 값이라도 쥐어줘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항상 국보법을 의식하며 고향을 찾았다.”

그는 또 “보안법을 의식하며 힘들게 고향을 찾아간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사실상 ‘신변안전 보장각서’를 들고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왜 국보법 철폐를 외치는가.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해온 사람은 높게 평가하고, 조국의 현실을 직시해 불편함을 감수해온 우리에게는 왜 수구세력이라는 모자를 씌우려고 하는가”라고 항의했다.

‘서울, 어린이 잼버리’ 행사로 조국애 심어

또 다른 관계자는 민단과 한통련 중에서 누가 조국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펼치던 70년대 민단 사람들은 고향을 위해 다리나 마을회관을 지어주고 성금을 기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일본에서 파친코 등 괄세받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기에 번듯하게 써보고 싶어 적잖은 돈을 희사했던 것이다. 지난해 해외동포가 고국에 송금한 돈이 51억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도 조국은 우리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민단에서는 한국 태생인 1세의 비중이 5% 이하로 줄어들고,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3~5세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혼 등을 이유로 일본에 귀화하는 사람도 늘어나 민단 세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조국애를 심어주는 것은 민단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민단은 해마다 300~400여명의 어린이를 닷새간 한국에 보내는 ‘서울, 어린이 잼버리’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에 온 민단 어린이들은 서울이 도쿄나 오사카 못지않은 대도시고,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도쿄의 디즈니랜드나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만큼 재미있으며, 한국어만으로 소통하는 활기찬 사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당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한 민단 관계자는 “누가 한국의 발전에 더 기여했고, 누가 한국의 얼을 잇는 데 더 노력해왔는가. 조국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를 2등 국민으로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458호 (p50~5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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