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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 ‘자동차보험료’ 수리할까

‘차종별 차등화’론 잇단 제기 … 도입 땐 수리비 적게 드는 쏘렌토·마티즈 등 보험료 낮아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불공평 ‘자동차보험료’ 수리할까

불공평 ‘자동차보험료’ 수리할까

이상경 의원(오른쪽) 주최로 열린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세미나.

마티즈II 쏘렌토(보험료↓), 아반떼XD 코란도(보험료↑)

보험개발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충돌사고 발생 시 수리비가 적게 드는 자동차와 많이 드는 자동차의 자동차보험료가 차등화될 경우 마티즈 에쿠스 쏘렌토의 보험료는 낮아지고, 아반떼XD 코란도 포텐샤 등은 높아진다(표1 참조). 한국은 배기량과 가격이 같으면 충돌 시 운전자 안전성, 자동차 손상 정도 및 수리 용이성을 고려치 않고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간동아’는 한국에서 보험에 가입된 전 차종의 메이커별, 모델별 수리비 부담 순위와 미국과 유럽에서 모델별로 다른 보험료를 책정하는 데 이용되는 손해율 및 운전자 상해율 지수 등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455호 커버스토리 ‘한국차 아직 멀었다’ 참조). 자동차 선진국 중 보험료 차등화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차등화 땐 포텐샤 티뷰론 보험료 올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와 지역별 차등화를 추진해오다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관련 제도 도입을 무기한 유보한 상태. ‘주간동아’ 보도 이후,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차량별로 수리비가 달라 보험금 지급 규모가 다른 만큼 손상성(충돌 시 손상 정도)과 수리 용이성(수리하기 쉬운 정도)을 반영해서 모델별로 서로 다른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0월20일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보험 제도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동의대 정중영 교수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차등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충분한 만큼 질적인 보험료 자유화가 시행돼야 한다”면서 “메이커별, 모델별로 보험료를 다르게 하면 자동차 회사들이 사고 시 손상이 덜 가고, 수리하기 쉬운 자동차를 만들고자 노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불공평 ‘자동차보험료’ 수리할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보험료 제도는 자동차 업계가 끌어안아야 할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앞 범퍼의 경우 제작사의 편의를 위해 일체형으로 제작한 A차는 경미한 충돌 시 14만5000원의 수리비가 든다. 그러나 분할형으로 제작한 B차는 비슷한 사고 시 6만3000원이면 수리할 수 있다. 수리비 지출이 큰 A차가 보험료 인상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수리비 차이에 따라 A차는 더 많은 보험료를, B차는 더욱 저렴한 보험료를 내게 하자는 게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의 요지다. 차등화 제도는 자동차 업계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는 지적이다. 손해보험협회 서병식 상무는 공청회에서 “제작사들이 수리성이 용이한 자동차를 개발하면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개발원은 이와 관련해 1등급 차량은 보험료가 25% 줄고 11등급은 보험료를 25% 더 내는 차등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6등급을 기준으로 해 1등급 오르고 내릴 때마다 5%씩 격차를 두자는 것. 마티즈나 투스카니 쏘렌토를 가진 오너는 보험료를 덜 내고, 비스토 카렌스 아반떼XD를 가진 차주는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를 볼 때 차등화 제도 도입은 장기적으로 보험료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가 차량 안전도에 대한 소비자의 혼동을 일으키고 등급 평가 산정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차한영 이사는 공청회에서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현 시점에서 도입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소비자, 자동차 제작사, 보험업계 등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청회에선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교수는 “주요 국가에서 보험료율 세분화의 1차적 요소로 사용되는 지역 변수가 도입되지 않음으로써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높은 지자체가 교통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보험회사는 해당 지역 계약자에 대한 계약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보험료를 지역별로 차등화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3회계연도(2003.4~2004.3) 기준으로 손해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80), 가장 높은 곳은 경남(112)으로 격차가 32포인트나 된다.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제도가 도입되면 손해율이 낮은 제주 울산 부산 거주자는 보험료를 지금보다 적게 내고, 경남 전북 전남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표2 참조). 일시적으로 일부 지역 거주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신호체계 및 도로체계가 개선되면 보험료 수준은 다시 낮아진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역별 차등화 방안도 논의돼

그럼에도 제도 도입 논의는 지역 갈등 양상을 띠고 이뤄진다. 지자체들은 손해율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제주도 경제담당 강성후 사무관은 “차등화 제도가 도입되면 교통사고가 적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음으로써 보험료가 공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화 제도 도입은 지역 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며 “도로 여건과 투자 재원이 차이 나는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화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는 보험 가입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보험료율 개선 방안을 마련키 위해 열렸다. 공청회에 참여한 학계, 시민단체, 보험 및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각각 보험료 차등화의 장점과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청회를 주최한 이의원은 “개인적으로 찬반 소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공청회를 마련했다”면서 “지역별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는 민생과 직결되는 주요 사안으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불공평 ‘자동차보험료’ 수리할까






주간동아 458호 (p42~43)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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