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8

2004.11.04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외교·통일 ‘제자리’, 정치·행정 ‘소폭 진전’, 문화·여성 ‘가시적 성과’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사진·동아일보

    입력2004-10-29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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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코드 인사’는 국민 일반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행정개혁시민연합이 각계 전문가 3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적절히 배치했느냐’는 질문에 6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8월10일 서울 도심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치며 시위 중인 민주노총 노조원들.

    8월 초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형 국정 운영 시스템’을 제안했다. 대통령은 장기 국가전략 과제와 혁신 과제를, 총리는 일상적 국정 운영을 맡는 게 내용의 핵심이다. ‘노무현 프로젝트’라 명명할 수 있는 전략·혁신 과제란 곧 ‘12대 국정과제’를 뜻한다.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분야별로 12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2월20일에는 그에 따른 ‘105대 국정과제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올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 20개도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행정수도 입지 및 주요 국가기관 이전 계획 확정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인해 계획은 백지화됐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 또한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 ‘노무현 프로젝트’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외교·통일·국방

    참여정부가 내세운 대주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불안정한 정전상태 종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고, 동북아 중심 국가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표. 정부는 이를 위해 3단계 추진 전략을 구상했다. 그중 1단계의 핵심 내용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기 마련’과 ‘남북정상회담’, 그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합의’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중 현실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2, 3단계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참여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 북한의 책임이 더 크다. 문제는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봐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 대한 별도 로드맵을 만들지 않은 점”이라고 꼬집었다. 남·북 해군 간 북방한계선(NLL) 무선 교신, 개성공단 사업 진척 등을 공으로 들지만, 실상은 그때그때 터지는 현안을 따라잡기에도 바빴다는 평가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핵심은 안보 문제와 경제 협력을 연계할 것이냐 하는 점. 한 북한전문가는 “참여정부는 분리도 연계도 아닌 ‘선(先)북핵 해결, 후(後)경협’이라는 플랜을 짰으나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사실상 두 주제를 분리하는 형태가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이전 정권보다 보수적 색채를 띠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6월30일 있었던 개성공단 준공식 모습.

    정치·행정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의 세 축은 부정부패 척결과 검찰 개혁, 공직자 인사 시스템 개혁, 예산 개혁 등이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전진한 간사는 “정보 공개를 확대한 점, 권력형 대형비리 사건이 줄어든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참여정부다운 색깔을 띠는 부패방지 정책이 선명하지 않다. 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만 해도 법은 바뀌었으나 국회, 대법원, 감사원 등 헌법 규정 기관들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공익제보자 보호 보상 또한 부패방지위원회의 소극적 활동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궁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인사개혁전문위원(서울시립대 교수)은 “공무원 인사 시스템만큼은 확실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이 생기고 부처 자율권도 눈에 띄게 강화됐다. 여성, 장애인, 지방 출신 등 채용 다양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목표를 반 이상 성취했다고 본다. 이해관계 대립이 크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대통령 특유의 ‘코드 인사’는 국민 일반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이 각계 전문가 3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적절히 배치했느냐’는 질문에 6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참여정부의 색깔과 지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주제다. 이중 ‘지방분권’은 ‘행정개혁’과 더불어 그간의 각종 국정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지방환경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통·폐합도 추진되고 있다. 자치경찰제, 주민투표제 및 주민소환제도 도입된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그러나 아직 멀었다. 로드맵 자체가 노대통령 임기 중 해결 가능한 주제들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행정자치권 외 입법자치권, 사법자치권, 예산 활용 등 핵심 권한 이양에 대한 계획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한 인사 또한 “중앙정부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다. 중앙정부는 (예산을) 뿌리고, 지방은 중앙이 제시하는 아우트라인에 따라 이를 집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겉으로 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그간 대단한 성과를 올린 듯하다. 245개 정부 기관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대구 구상’, 최대 20개의 행정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6개 혁신 클러스터(Cluster,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 및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 지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3대 특별법 제정 등.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2003년 3월9일, 검찰개혁을 주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토론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오히려 속도가 너무 빨라 문제다. 각종 국토개발안의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토론이나 여론 수렴이 너무 부족하다. 중복 투자의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또 “신행정수도 문제만 해도 노대통령 임기 중에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도로만 갔으면 될 것을 ‘꼭 2007년 첫 삽을 떠야겠다’는 식으로 덤비다 사단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사업 발굴, 혁신주체 간 네트워킹 촉진 등을 위해 설립할 예정이었던 ‘지역개발기구’는 지역 유지들의 모임에 가까운 ‘지역혁신협의회’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애초 기대했던 독자적 정책생산 기능을 거의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

    조교수는 “클러스터라는 것도 자생적일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중앙정부가 마치 특혜를 주듯 특정 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이는 현 정부의 ‘얕은 진보주의’의 결과다. 소수파 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지지 획득을 위해 주류 이념에 영합해 가는 과정에서 국정 운영의 정책기조가 애초 분배·안정에서 성장·개발로 변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결과가 ‘무늬만 분권, 이벤트형 균형발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사회학) 역시 “현 정부의 분권, 균형, 지방발전 등의 핵심 개념은 ‘참여’가 아니라 ‘개발’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구상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치·행정 분야의 마지막 국정과제는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이다. 국민참여, 국민통합, 청정정치, 수평적 협력, 디지털정치 등이 5대 목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치개혁연구실장으로 활동한 고려대 임혁백 교수(정치학)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국회의원 수가 늘었고, 정당 투표를 통한 비례대표 선출도 이루어졌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이러한 제도 개혁에 힘입은 바 크다. 계보정치도 막을 내렸으며, 정치자금 조성 과정도 매우 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주의 병폐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치자금도 투명성 확보를 넘어 국회의원이 ‘정치’를 직업 삼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도 있다. 이화여대 김수진 교수(정치학)은 “국회 개혁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회 내 각급 회의와 표결을 전면 공개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채택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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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8일 열린 LG필립스 LCD 파주공장 준공식.

    경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란 경제 제1 국정과제의 두 축은 규제완화와 공정경쟁 체제 구축이다. 이중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논란이 돼온 이슈가 공정경쟁이다. 금융회사 계열분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재벌 개혁,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사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가 미흡하다며 줄곧 “노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해왔다. 반대로 재벌그룹들은 “공정경쟁 관련 규제가 너무 강해 투자를 할 수 없다, 경영권을 외국 자본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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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방송통신대 이기원 교수(경제학)는 “성과라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 신설,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공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상태인데도 재벌들의 파상공세 속에 여전히 ‘검토 중’이며,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활성화나 소액 소비자를 위한 공익소송제 도입도 지지부진하다. 법인세 인하로 시작한 정권답게 기대한 만큼의 개혁적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특히 삼성그룹과 부딪히는 부분에서 후퇴가 도드라진다. 보수 세력의 저항이 워낙 센 탓도 있지만, 정부 내에 처음 그린 (개혁적) 그림을 실행해낼 만한 전문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노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말이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은 가장 쓰디쓴 좌절을 맛본 이슈라 할 수 있다. 추진 주체의 이름마저 애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이하 동북아위)로 바뀌었다. 혁신 클러스터 추진을 포함, 동북아 금융허브·물류허브 구축, 남북경제협력 촉진 등 거창했던 밑그림 또한 흐려졌다.

    클러스터 건은 아예 국가균형발전위로 넘어갔으며, 금융허브·물류허브 구축 또한 진행 속도가 매우 늦다. 동북아위의 한 실무진 말대로 “북한과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미국·일본이 이해해주고, 중국이 도와주고, 유럽까지 관심을 보여야만 뭔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서울대 민상기 교수(경영학)는 금융허브 계획에 대해 “조직과 자금 지원이 불충분해 정부가 과연 사업 추진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에 비하면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은 나름의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한국산업기술협회 허영섭 회장은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로 개별 부처 중심으로 이뤄져온 인력·산업·지역 혁신정책 조정과 국가 연구개발 사업 평가, 예산 배분·조정 기능 등을 통합 관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오세정 교수(물리학)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신설도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과 계열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아직 미흡하며, 연구비도 너무 대형화·집중화돼 있다. 창의적 연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 연구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관리 방식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대학에 대한 지원은 교육부가 맡게 된다는데 아직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교수는 “좋은 제도가 과연 본래 의도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정책은 공무원들의 반발로 시행 방안이 축소 왜곡됐고, 연구개발 예산을 사이에 둔 부처별 업무 조정도 힘겨루기로 변질돼 과학자들에게 환멸을 안겨주었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4월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 회동 모습.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은 참여정부의 농어업·농어촌 정책을 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종호 연구위원은 “소득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참여정부 농정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만의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이 눈에 안 띄는 것은 “농업농촌종합대책이 이미 수립된 상태였던 데다 쌀 협상이라는 큰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참여정부 농어촌 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농민단체 등에 대한 설득 부족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지연돼 대외신인도가 하락 등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도·농 교류는 이용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이 없고 민박업·숙박업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농·경제 분야의 한 대학교수는 “직접지불제도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말의 성찬일 뿐 얼마를 줄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없다. 또 직불제의 경우 물가연동이 되지 않는다. 부채경감정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수매제도를 없앤다 해놓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쌀 협상 때문이라지만 농민들도 뭔가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농정에 문외한인 인물이 농림부 장관과 몇몇 부처 국장, 청와대 파견 비서관 등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농업은 알지만 정책을 모르는 사람들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디테일’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8월10일 노동자파견법 철폐 요구 집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

    사회·문화·여성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담겨 있는 ‘참여복지’란 무엇일까. 경희사이버대 염규숙 교수(사회복지학)는 “우선 참여복지라 부를 만한 특징적 제도나 굵직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대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는 “노대통령을 처음 도와줬던 그룹들이 지금은 곁에 없다. 처음의 생각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단계에서 복지 확대는 경제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라 본다. 하지만 이것이 각 부처를 통해 실제 정책화하면서 허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경제부처와 보수 세력의 ‘힘’에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잘한 것으로는 보육 예산, 노인복지 서비스 예산 증가를 들 수 있다. 대통령 직속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한 일이다. ‘빈부격차·차별시정팀’이 내놓은 공공주택 비율 7% 상향 정책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건강보험, 국민연금은 문제가 많다. 포괄수가제가 연기됐으며, 연금은 급여 수준을 60%에서 50%로 낮추겠다고 하고 있다. 현 세대가 자신은 물론 전세대, 후세대까지 책임지라는 식이다. 또 연금 수령자 간 빈부격차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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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2일 전국교직원노조원들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염교수는 “참여복지 5개년 계획 자체에 의지와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구체적 재정계획이 빠져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사회보장 장치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없다. 복지를 포함, 경제 정책 전반의 코디네이션에 문제가 있다. 과연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힘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의 두 핵심은 빈부격차 완화와 성·학벌·장애인·비정규직·외국인근로자 등 5대 차별 해소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발의한 점, 성매매 근절에 적극 뛰어든 점,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 20% 할당제를 실시한 점 등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약 사항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는 뜻이다. ‘학벌주의 극복 기획단’의 활동도 도드라진다. 빈부격차 완화에 있어서는 ‘10·29 종합대책’ 등 일련의 부동산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냉-온탕’을 드나듦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 사회안전망 강화 등과 연결돼 있는 타 분야는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과제가 표류하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노총 측은 “참여정부를 ‘좌파’라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이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미 기대를 접었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노동개혁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았던 산업연구원 박태주 연구위원 역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연대 또한 각 주체 간 고통 분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안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과 노-사의 신뢰를 잃은 것도 문제다. 박연구위원은 “보수 기득권층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고, 경제 상황도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 필요하고, 그를 달성하려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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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14일 박근혜 대표 패러디물 관련 여성의원 간담회 모습.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 과제에서도 참여정부의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전국교직원노조 송원재 대변인은 “격돌이 일상화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송대변인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시장논리에 입각한 교육 개혁, 그리고 교육 주체의 참여를 통한 교육 자율화다. 시장논리에서는 전교조의 공격을 받고 있고, 교육 주체 참여 문제는 사학재단의 파상 공세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일관된 교육 철학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육학 전공 대학교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대학입시제도 개선안, 교원평가제도 도입 등 논의는 많은데 가시적 성과가 별로 없다. 너무 급하게 서둔 탓일 수도 있다. 어느 한편의 비난을 받더라도 갈팡질팡하지 말고 일관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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