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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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학로’ 꿈이 현실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10-08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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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대학로’ 꿈이 현실로

    백암아트홀 개관기념 공연 ‘로맨틱 트리오’ 콘서트에서 이사오 사사키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강남을 ‘문화 불모지’라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게 들린다. 하지만 최첨단 유행과 소비의 공간 강남은 꽤 오랫동안 문화 예술인들에게 ‘미개발 지역’으로 여겨졌다. 골목 하나에도 소극장이 서너 개씩 자리잡고 있는 대학로나 홍대 앞 같은 ‘문화 벨트’는커녕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소극장의 상징이던 신사동 ‘실험극장’마저 1996년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뒤 강남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소비와 향락’의 도시로 남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강남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상업지구 곳곳에서 작지만 알찬 공연장들이 움트고 있는 것. 99년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서 문을 연 청담동 ‘유씨어터’가 ‘살아남은’ 후 올 5월 역삼동 ‘동영아트홀’, 9월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 10월 삼성동 ‘백암아트홀’까지 내실 있는 공연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LG 아트센터’류의 대형 공연장과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극장 하나 없던 이 지역이 순식간에 ‘제2의 대학로’를 넘볼 만큼 문화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강남의 소극장은 망한다’는 불문율을 깨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공연장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소극장 규모에 ‘세련’과 ‘고급’을 더한 ‘얼터너티브 대학로’ 컨셉트의 극장이라는 것.

    10월1일 오후 7시30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개관 기념 공연 ‘로맨틱 트리오-이사오 사사키, 마사추구 시노자키, 김애라’ 콘서트는 ‘강남형 소극장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제2의 대학로’ 꿈이 현실로

    코엑스아트홀 개관 기념작 ‘손숙의 어머니’.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는 99년 발매한 한국에서의 첫 앨범 ‘Missing you’의 수록곡 ‘Sky Walker’로 이름을 알린 뒤 ‘Moon river’, ‘Princess of Flowers’ 등이 잇따라 TV 광고음악으로 사용되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은 연주자.



    그와 함께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추구 시노자키도 영화 ‘러브 레터’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고,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음악에서 얼후(二胡, 중국 현악기)를 연주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로맨틱 트리오의 또 다른 멤버인 김애라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해금 수석 연주자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장길산’, 뮤지컬 ‘장준하’ 등의 OST 작업에 참여했다.

    음악적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연주를 펼쳐온 이들은 이날 콘서트에서 이사오 사사키의 대표곡들을 피아노와 바이올린, 해금과 베이스, 얼후를 이용해 다양하게 편곡한 음악을 ‘따로 또 같이’ 연주하며 ‘젊고 세련된’ 공연장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제2의 대학로’ 꿈이 현실로

    올 10월 강남지역에 문을 연 백암아트홀.

    4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면서도 높은 천장의 로비와 편안한 객석 등 대규모 공연장의 분위기를 풍기는 백암아트홀은 음향 조명 등 무대시설 면에서도 연극, 뮤지컬, 국악 공연까지 커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개관기념 공연으로 ‘손숙의 어머니’를 올린 250석 규모의 코엑스 아트홀 역시 ‘순수예술 극장’이면서 동시에 최첨단 시설의 복합공연장. ‘예술의 전당’과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만든 김석철씨가 설계 감수한 이 극장은 한쪽 벽을 투명 유리로 만들어 세련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공연 때는 암막을 내리지만, 평소에는 누구나 유리를 통해 극장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기존의 ‘계몽아트홀’ 내부를 새단장해 ‘가족 극장’을 내세우며 문을 연 ‘동영아트홀’ 역시 대학로에서 젊고 색다른 컨셉트의 연극으로 화제를 모은 극단 ‘여행자’의 레퍼토리 ‘한여름밤의 꿈’으로 극장의 출발을 알렸다.

    ‘백암아트홀’ 송혁규 기획실장은 “대학로는 현재 젊고 실험적인 공연의 산실로서 충분한 구실을 해내고 있다. 강남은 그보다 질 높고 검증된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새로운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담동의 유씨어터, 방배동 모짜르트홀 등까지 더하면 이제 강남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문화 벨트를 구축할 만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제2의 대학로’ 꿈이 현실로

    엑스아트홀 전경.

    청담동 학동사거리의 ‘청담우림시어터’와 ‘동영아트홀’을 운영하고 있는 ㈜PMC도 ‘이 지역에 강남, 잠실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대학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의 공연장들이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얼터너티브 대학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문화계의 관심이 강남을 향하고 있다.



    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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