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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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부국 러시아 바로 알기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4-10-08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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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 부국 러시아 바로 알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에 있는 144개의 분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삼손분수.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인심이 살아 있고 평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78배, 미국의 1.8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우리와 국경이 인접해 있다. 국제무대의 경제교류에서 우리와 경쟁국이 아닌 상호 보완국이 될 수 있는 나라다.”

    러시아연방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객원연구원인 신현동씨와 대한불교 조계종 통도사 인천분원 보명사 주지인 장연수씨가 자신들의 저서 ‘러시아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를 통해 밝힌 러시아 예찬론이다. 그러나 두 필자가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예찬론자는 아니다. 비교적 객관적 시각으로 러시아를 소개했고, 기대 이상으로 폭넓게 해부했다. 러시아인들의 생활 모습을 비롯해 정치,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했다. 특히 러시아의 각종 자원과 한·러 간 자원협력 현황에 대한 소개는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 처지에서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석유생산국이며, 석유 수출량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제2위다. 또한 천연가스는 생산량과 수출량 모두 세계 최대다. 그러나 러시아는 열악한 기후 조건과 자본 부족으로 에너지 개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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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새 펴냄/ 453쪽/ 1만8000원

    우리나라는 석유ㆍ천연가스는 물론 해양ㆍ농업 분야에서도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수년 내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1995년부터 투자해온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최근 가스관 경로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다툼이 변수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되건 우리나라의 안정적 천연가스 확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문학과 음악 분야에서 수많은 인물과 업적을 낳았다. 푸슈킨·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19세기에 활약했다면, 20세기 러시아 문학에서는 단연 솔제니친이 돋보인다. 솔제니친은 수용소 수감, 중앙아시아로의 종신 유형, 국외 추방 등의 시련을 겪으면서 숱한 명작을 남겼다. 이밖에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등 대표적 음악가들, 볼쇼이와 키로프로 대변되는 발레는 찬란한 러시아 문화 예술을 상징하고 있다.



    얼마 전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에서는 체첸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인질극과 러시아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같은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문제는 러시아가 150여개의 다민족 국가인 것에서 비롯한다. 러시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자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때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증진 공동노력을 비롯해 우주기술 협력, 동시베리아 극동지역 유전 공동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서의 윈-윈이 기대된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해방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남·북 분단의 주범이기도 한 나라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세계 질서의 규칙에서 본다면 지금의 한·러 관계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러시아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는 러시아의 어느 한 분야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해 폭넓게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교과서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가 왜 러시아를 친구로 삼아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를 더 이상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이다.

    Tips

    솔제니친(1918~ ) 1945년 포병 대위로 근무하던 중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스탈린을 비판한 글이 적발되면서 시련은 시작됐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마트료나의 집’ ‘수용소 군도’ 등의 작품을 남겼고, 197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94년 20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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