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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부자들, 짭짤한 돈 몰이

마사회 ‘2002~2004년 6월 경주상금 현황’… 마주 72명 평균 1억 넘게 벌어

  • 김시관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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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에서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기수와 경주마.

말’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한국마사회(회장 박창정·이하 마사회)가 작성한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6월) 마주별 경주상금 수득(受得)현황’을 보면 “예”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마공원(경기 과천)에 등록된 482명 마주 가운데 72명 이상이 이 기간 동안 평균 1억원이 넘는 수득 상금(2003년 기준)을 받았다. 또 152명은 평균 5000만원이 넘는 수득 상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EtN TV 윤흥렬 회장(전 스포츠서울21 사장)은 이 기간 동안 무려 10억2900만원을 배당받아 최고를 기록했다.

윤흥렬 EtN TV 회장 10억여원 ‘최고’

마사회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이 자료는 경제적 여유와 주 5일제 근무 등의 여파로 말에 대한 관심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몽구 현대차, 김승연 한화, 박용오 두산,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재벌 총수 상당수가 애마클럽인 서울마주협회(회장 정진태·이하 마주협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변웅전, 지대섭, 신영균 전 의원 등 22명의 정계 인사들도 마주로 활동하고 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와 오경의 전 마사회 회장, 영화배우 김지미 김희라, 탤런트 김영철씨 등도 마주협회 회원이며 MBC 엄기영 앵커도 최근 애마클럽 일원이 됐다. 변호사도 14명이나 되고, 전·현직 언론인도 17명이다. 조흥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풀무원, 신라명과 등 법인들도 한때 마주로 등록했거나 현재까지 마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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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작성한 마주 명단 및 마주별 수득 상금 현황.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마주들의 연평균 수득 금액은 6300만원. 웬만한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이다. 그 가운데 1억원이 넘는 고액 수득자는 20여명선. 윤흥렬 회장이 1억9000만원으로 고액 수득자 3위를 차지했고, 지대섭(1억4600만원), 김채겸 전 의원(1억1700만원)도 상위에 올랐다. 오경의 전 마사회 회장(4200만원)과 구천서 전 의원(4300만원)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인물들. 마주들의 수득금은 경주마의 산지(국산·외산)와 소속군(1군·2군), 그리고 경주거리(1000m·2000m) 등에 따라 정해지며, 마사회는 여기에 경기 성적 등을 감안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수득금을 집행한다.

소문난 말 마니아로 7두의 경주마를 키우고 있는 윤회장은 아무래도 고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다. 1대 마주로 등록한 그는 9월3일 전화통화에서 “말의 눈을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특한 애마론을 공개했다. 윤회장은 10억원의 수득 상금과 관련 “상금을 소득으로 보면 난센스”라며 “대부분은 다시 경마 발전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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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장은 7두의 경주마 외에 10여두의 ‘씨암말’을 키우고 있다.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경주마를 통해 고소득을 올린 인사들 30여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순서만 바뀔 뿐 항상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주협회 한 관계자는 “개인 마주의 경우 10두까지 말을 소유할 수 있어 말을 많이 가진 마주들의 상금배당률이 높고, 그들이 항상 고소득자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상금랭킹 상위에 자리한 인사는 지대섭 전 의원을 비롯해 김채겸 전 의원 등이다.

재벌총수들 상금 성적은 ‘별로’

마주협회 회원인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03년 2월 2억5967만원의 재산 증가 내용을 신고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경주마 2마리가 서울경마공원에서 4230만원을 벌어주었다”는 내역을 공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반면 재벌 총수들의 성적은 변변찮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 관계자는 “총수들의 경우 마방을 찾는 등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런 분위기가 경기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마주들은 경마대회를 앞두고 수시로 마방을 드나들며 경주마들의 컨디션 등을 챙기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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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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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렬 EtN 회장

마주들은 배당받은 수득 상금을 혼자 챙기지 않는다. 마주협회 이진환 총무계장은 “수득금 가운데 보통 마주가 챙기는 금액은 75% 전후”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말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조교사나 경기를 뛰는 기수 등에게 일정 비율로 나눠준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마주들의 실제 소득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주협회 관계자는 “겉으론 남고 속으론 밑지는 경우가 많다”며 “482명의 마주 가운데 절반이 안 되는 수가 흑자를 내고, 나머지는 만성적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금의 편중 현상도 심해 좋은 말을 보유한 마주 10%가 전체 상금의 70% 정도를 가져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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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전 제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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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MBC 앵커

마주들은 통상 사회적 신분이 높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영국에서는 마주가 곧 귀족으로 통한다. 한국도 초기에는 마주 등록이 곧 상류사회로 가는 통로로 통했다. 마주들은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6층 마주전용실에서 경마를 즐긴다. 전용실 출입시 정장 차림을 요구하는 등 고급 사교클럽을 지향했다. 마주협회 관계자는 “마주협회가 구성될 당시(90년대 초) 사회 상류층이 친목을 도모하고 교류하는 수단으로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 사실”이라며 재벌총수나 정치인, 유명 연예인, 변호사, 언론인 등이 마주협회의 주요 멤버로 활동한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바깥에서는 한동안 ‘그들만의 리그’란 지적을 하며 시샘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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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영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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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문표 의원

그러나 최근 마주 사회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친목 도모와 교류 등의 목적 외에 ‘말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중산층이 경마에 관심을 보이면서 마주 가입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웬만한 경주마의 가격이 6000만원 내외로 그들의 경제 상황으론 경주마 구입에 큰 부담이 없는 점도 마주에 대한 이들의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 마주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즈니스 개념이 없었지만 지금은 순익을 남기는 마주들이 생기면서 사업이나 투자 개념으로 말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주들의 순익 내용을 전해들은 공직 퇴직자들이 노후 보장 차원에서 말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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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업 개념으로 경주마를 살 경우 보이지 않는 투자비 등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진환 총무계장은 이와 관련 “최소한 한 달에 77만원의 관리비가 필요한데 특식을 먹이거나 치료를 할 경우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감가삼각비 등을 감안할 경우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을 했다. 경우에 따라 은행이자보다도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경마는 본질적으로 도박의 성격이 있다”며 “구입한 경주마의 성적이 좋을 경우 경기 수입은 물론 경주마가 은퇴한 뒤에도 씨수마(종마)로 인기를 끌어 돈을 벌 수 있다”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경주마가 명마 반열에 오를 경우 번식용으로 또다시 마주에게 큰돈을 안긴다는 것(상자기사 참조).





주간동아 452호 (p42~44)

김시관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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