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2

..

박양수 前 의원이 ‘광진공’으로 간 이유는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9-09 18:0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양수 前 의원이 ‘광진공’으로 간 이유는

    9월 1일 박양수 신임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인사 특징은 ‘CEO형’ 발탁과 투명성 제고로 대별된다.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영남 측근으로 알려진 한이헌 전 대통령 경제수석이 한전 사장직을 향해 ‘올인’했다가 실패한 것이나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장 한행수 전 삼성 라이온즈 대표가 한국도로공사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것은 참여정부 인사의 투명성을 설명하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들의 낙마로 “실세라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위기가 퍼졌고, 공기업 주변에서는 “새로운 인사원칙이 정립되고 있다”며 반기기도 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박양수 전 의원(열린우리당)의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 사장 입성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 박사장의 이력서에는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인사원칙 및 기준 등을 충족할 만한 경륜이나 자격,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에는 정통 당료 출신답게 독재에 대한 투쟁 경력으로 즐비하다. 그의 발탁 배경을 두고 정치적 해석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뒷얘기도 뒤따른다. 박사장의 발탁 배경은 무엇일까.

    박 신임사장은 공모로 발탁됐다. 광진공 강천구 공보실장은 “37년 광진공 역사에서 공모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실장에 따르면 광진공이 신문지상을 통해 공모 공고를 했고, 이를 보고 찾아온 사장 후보는 13명. 강실장은 “13명의 이력서를 놓고 비상임 이사 5명과 외부인사 3명이 면접 및 서류전형을 실시해 5명으로 최종후보를 압축했다”고 인사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유력한 경쟁자는 8월 말 물러난 박춘택 당시 사장과 정장섭 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등이었다. 5명의 명단은 산업자원부 장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고 이후 박사장으로 낙점됐다는 것. 표면적으로 보면 공모를 통한 투명한 인사원칙이 적용된, 흠 잡을 데 없는 인사였다.

    그러나 공모 절차를 거쳤다는 광진공의 해명에도 그를 ‘낙하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권 인사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과정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는 광진공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성 부문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강실장은 “광진공 사장을 역임한 인사 80%가 군 출신”이라며 “(박 신임사장은) 1000여명이 넘는 정치조직의 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광진공사장추천위원회(위원장 김정원) 주변에서는 박사장의 선택 이면에는 일정 부분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는다. 김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광업법 개정을 비롯해 갈수록 축소되는 광진공의 사업 범위나 수익 등 광진공은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문제를 풀어줄 추진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사장이 정치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은 것. 광진공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운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하고 박사장의 활동에 대해 깊은 기대감을 표했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