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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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시청률 지상주의 ‘“드라마 꿇어!”

  • 용원중/ 메트로신문 대중문화팀 차장 goolis@hotmail.com

    입력2004-08-27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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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많고 탈 많은 시청률 지상주의  ‘“드라마 꿇어!”
    화제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사진 위)과 ‘황태자의 첫사랑’이 말 많고 탈 많은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두 드라마는 같은 핏줄인 두 형제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사랑의 줄타기를 하는 씩씩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풍광이 수려한 해외 로케이션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어 맸고, 지나친 협찬사 간접광고로 물의를 일으킨 점도 똑같았다.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식상한 이야기였는데도 SBS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은 주연급 연기자들(박신양 김정은 이동건)의 탁월한 연기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시청률 57%를 웃도는 폭발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8월15일 최종회에서 작가의 소신과 네티즌의 격렬한 요구가 ‘절충’되는 애매모호한 결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황태자의 첫사랑’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구태의연한 구도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 탓에 KBS2 ‘풀하우스’에까지 밀리면서 시청률이 13.5%까지 떨어져 조기종영(8월26일)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기대치 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파리의 연인’이나 기대를 철저히 배신한 ‘황태자의 첫사랑’이나 뒤틀린 결말에는 엔딩 강박증에 사로잡힌 작가와 열성팬,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방송사가 도사리고 있다.



    ‘파리의 연인’은 원래 서너 가지 결말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 많고 탈 많은 시청률 지상주의  ‘“드라마 꿇어!”
    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고 신선한 엔딩 카드가 ‘모든 것은 강태영의 시나리오’였다. 이런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노출되면서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작가와 연출진은 심하게 흔들렸고, 수정작업을 하느라 밤을 하얗게 지샜다. 나름대로 작가의 소신을 지키면서 네티즌의 허탈감을 무마할 수 있는 고육지책이 바로 스포츠신문 1면 ‘신데렐라는 있다’는 기사 장면을 이용해 극중 한기주, 강태영의 사랑이 현실이었음을 못박고, 시나리오에 존재하던 사랑이 현실과 고리를 이루며 또다시 진행된다는 내용을 제2의 한기주 강태영을 등장시켜 복잡하게 보여줬다. 이번 ‘파리 사태’를 보노라면 과거 드라마 ‘다모’와 ‘발리에서 생긴 일’에 쏟아졌던 네티즌의 애원과 항의는 애교 수준일 정도다. 광적일 만큼 드라마의 팬터지에 빠져 해피엔딩에 집착한 팬들의 대척점에는 반전에 대한 암시나 복선도 없이 ‘신선한’ 엔딩만을 꿈꾸다 무릎 꿇은 작가가 있다.

    반면 ‘황태자의 첫사랑’은 방송사 측의 “올림픽 중계 편성으로 인해 2회를 줄인다”는 해명에도 설득력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만약 ‘황태자의 첫사랑’이 ‘파리의 연인’처럼 시청률이 높았다면 올림픽 방송 중계를 들어 조기종영을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건전한 비판과 애정 어린 충고의 도를 넘어 드라마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는 왜곡된 팬덤 현상에 갇혀버린 ‘출구 잃은 파리’와 시청률의 덫에 걸려 요절하게 된 ‘비운의 황태자’는 여러 모로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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