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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6월 내놓은 개정안 담배부담금만 인상 … 지방세수 등 제외 ‘제 주머니 챙기기’ 비난 고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한 애연가 포털 사이트가 담뱃값 인상을 규탄하며 만든 영화 포스터 패러디물. 패러디에 등장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한테서 거둔 돈을 왜 다른 데 쓰지요?”

올 하반기로 예정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을 놓고 사이버 공간이 뜨겁다. 최근 ‘담배에 매겨진 건강부담금이 3배 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한 일간지의 보도에는 1000여개의 찬반 리플(답글)이 달릴 정도였다. 또 담뱃값 인상에 대비한 담배 소매인들의 사재기가 극성을 부려 일부 지역에서는 담배 품절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연가 포털사이트 아이러브스모킹(www. ilovesmoking.co.kr)의 운영자인 이연익씨(35)는 “이는 전초전일 뿐”이라며 “정식으로 입법예고를 하면 네티즌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핑계로 흡연자의 주머니만 털어간다는 공감대가 흡연자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여기에 애연가 단체들도 “체감경기가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이은 담뱃값 인상은 ‘제2의 국민연금 사태’를 빚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들의 주장을 일부 ‘과격 골초들’의 엄포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금연단체, 애연가 사이에 심각한 공방전이 있었고 올해는 그 연장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매인들 사재기 일부선 품절 사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담뱃값 인상 찬성 측이었다. 지난해 10월, 복지부는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 조성준 의원의 대표발의로 담뱃값 10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에 맞춰 대한노인회, 범국민금연운동본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11개 시민·의료단체가 담뱃값 대폭 인상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여야 의원 154명과 서울지역 구청장 25명 중 24명, 지방자치단체장 63명 등 총 103만여명이 참여해 연내 담뱃값 인상은 기정 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대 측의 반격도 뜨거웠다. 반대 측은 200만명이 넘는 애연가 및 담배산업 종사자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항의집회를 여는 등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국회·복지부·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한 사이버 시위도 끊이지 않았다. 재경부도 물가상승을 이유로 들어 담뱃값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담뱃값 인상에 대한 판정은 유보됐고, 17대 국회로 배턴이 넘어갔다.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명쾌하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인 담뱃값을 대폭 올리면 국민건강과 의료비에 막대한 부담을 불러일으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특히 청소년 흡연에 대한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궁극적 목적’에 비판의 화살을 겨눈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을 빌미로 부처예산을 챙기기 위한 복지부의 음모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종 통계를 조작하는 등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반대 측의 논리다. 과연 이 주장엔 어떤 근거가 있을까. 일단 복지부가 내놓은 논리를 따져보자.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명분은 크게 세 가지.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 ‘선진국의 20~30%에 그치는 국내 담배가격’,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 등이 그것이다.

먼저 흡연율.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정확한 표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인 흡연율’이다. 흡연율이 높다는 사실을 과장하기 위해 ‘성인 흡연율’을 ‘흡연율’로 바꿔친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많은 흡연율 항목 가운데 왜 성인 흡연율을 선택했으며, 세계 여러 나라 중 하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을 비교대상으로 선택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흡연율은 세계에서 ‘대단히’ 낮은 수준인 반면,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OECD 회원국)일수록 성인 흡연율이 급격히 낮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인 흡연율이 이들 나라들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담뱃값 인상=흡연율 저하'는 복지부만의 생각이라는 게 애연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인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다.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29.2%로 복지부가 법 제정 때 인용한 2000년 자료(30.4%)를 기준으로 해도 성인 흡연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그룹인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10위에 그친다(표1 참조).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흡연율 감소 추세다. 성인 남녀 및 청소년 남녀 흡연율 모두 1999년을 정점으로 최근 5년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성인 흡연율은 99년 35.1%에서 2003년 29.2%로 4년 사이에 5.9%포인트 줄었으며, 같은 기간 청소년 흡연율 감소폭은 더욱 크다. 최근 연세대 상담센터가 올해 신입생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흡연율은 7.5%(남학생 11%, 여학생 2.2%)로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 같은 조사에서는 흡연율이 남학생 33.1%, 여학생 5%였다.

‘성인 흡연율’ 세계 최고 수준?

다음은 담뱃값. 복지부가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갑당 평균가격은 디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1500원(담배 제조사 측 주장 2000원, 에세 라이트 기준, 시장점유율 60%)이다. 복지부가 주로 비교대상으로 삼는 영국의 담뱃값은 6.93달러. 노르웨이를 제외하곤 세계 최고며, 우리 담뱃값의 4~5배에 달한다. OECD 회원국 중 담뱃값이 상위권에 해당하는 미국은 4.08달러, 중하위권에 해당하는 일본이 2.16달러다. 복지부의 주장대로 상당수 선진국의 담뱃값이 우리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민소득과 물가의 차이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국의 GNI(국민순소득)는 9930달러. 영국 2만5250달러, 미국 3만5060달러, 일본 3만3550달러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영국 일본 등의 살인적인 물가는 감안조차 되지 않았다. 때문에 담뱃값을 선진국과 비교해 높다, 낮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표2 참조).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논리에서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담뱃값 인상정책이 가장 효율적인 금연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1997년 이후 국내 담뱃값은 물가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4차례나 인상(12~17%)됐으나, 담배 판매량은 인상 2~4개월 후 인상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연구원이 펴낸 ‘담배관련 기금 및 세제개편 방안’에는 “담배는 중독성이 있는 기호품으로 수요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므로 담배 소비를 크게 감축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밀수를 초래해 본 취지와 달리 세수 손실만 입을 뿐 소비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돼 있다. KT&G 경영연구소의 주섭종 박사도 “최근의 급격한 흡연율 감소는 가격인상보다 건강을 염려하는 추세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웰빙 붐’ 때문이라는 것. 지난해 한 글로벌 리서치 기업이 발표한 자료(NFO)에도 한국인이 금연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에 대한 염려(75.1%)며, 경제적인 사유는 2.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복지부는 이에 대해 “어쨌든 담뱃값을 올려서 한 명이라도 금연하면 좋지 않은가”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가장 큰 문제가 ‘물가인상’.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면 물가는 0.39% 올라간다. 올해 우리나라 물가 목표가 3%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 때문에 최근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복지부와 이에 제동을 거는 재경부의 갈등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담뱃값 동결해야’라는 보도가 재경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되면, “뛰는 물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부처에 부담을 줘 정책 분위기를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재경부의 전형적 전략”이라는 복지부 관리의 코멘트를 통한 반박 보도가 이어졌다.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출입처 공무원의 입을 빌려 대리전을 치른 형국이다.

500원 올리면 물가 0.39% 상승

급기야 재경부의 담뱃값 인상 반대에 화가 치민 복지부는 6월12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새로운 개정안을 공고하니 관련부처는 검토의견 및 사유를 6월22일까지 회신하기 바라며, 회신이 없는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했다. 재경부에 대한 ‘협의 요청’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이 공고가 부처간 불협화음의 산물이라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했다. 복지부의 공고는 사실 아무런 법적 지위도 없는 ‘화풀이성’ 대응이었다.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담뱃값 인상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애연가 단체.

문제는 물가뿐만이 아니다.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을 늘리는 소득 역진성 심화문제와 중국으로부터의 담배 밀수와 청소년 범죄 증가 등 다양한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복지부가 무리수를 써가며 담뱃값 인상에 목을 메는 이유는 과연 뭘까? 복지부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계속되자 부처 주변에서는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지부가 ‘금연 확대’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날 국민건강증진기금(이하 건강기금)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 한마디로 제사보다는 잿밥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건강기금의 성격과 사용처가 담뱃값 인상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애초 담배부담금(건강기금)을 유일한 재원으로 하는 건강기금은 담배 한 갑에 2원씩 부과돼 연간 100억원 규모가 조성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2002년 2월 의약분업으로 파탄 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목적으로 담배부담금을 150원으로 75배나 대폭 인상했다. 복지부는 당시 흡연예방과 건강증진 사업 등 목적사업 이외의 용도로 전용할 수 없는 담배부담금을 전체 기금의 97% 이내에서 목적사업 이외의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부칙을 수정했다(2006년까지 한시적 허용). 복지부는 이 규정에 따라 2002년 5640억원, 2003년 6645억원을 각각 징수해 이중 대부분인 97%를 건강보험급여로 전용했으며, 기금 목적사업인 흡연예방 사업과 건강증진 사업에는 거의 쓰지 않았다(표3 참조).

‘담배가격 인상이 금연 확산에 얼마나 유용한가’라는 논의와 별도로 ‘방법이 정당한가’라는 논쟁이 시작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담배부담금, 즉 건강기금 부과에 대한 법적 타당성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한 바 있으며, 기획예산처 부담금운용평가단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건강보험 전용 마감 시한인 2006년이 지나면 폐지 또는 조세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세대 법학부 김성수 교수는 “지난해 말 유사 기금인 문예진흥기금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된 것을 고려할 때 건강기금의 대폭 인상은 특별부담금의 정당화 요건,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이미 위헌적 기금인 담배부담금의 위헌성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담뱃값은 복지부 재정독립 빨대?
하지만 복지부는 올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 담뱃값 대폭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복지부가 원하는 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이 150원에서 558원으로 무려 3.72배 올라가게 돼 복지부는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2003년 전체 보건의료 예산이 404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따로 차게 될 ‘뒷주머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건강기금 확충이 진짜 목적 아닌가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6월12일 복지부가 새롭게 제안한 개정안. 개정안은 올 10월1일과 내년 7월1일에 각각 500원씩 담뱃값을 인상하기로 돼 있던 기존 안을 각각 204원씩의 담배부담금만 인상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이는 담배부담금 외에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지방세수 및 엽연초 재배농가 손실 보전분 204원, 부가가치세, 담배 판매인 이익분 등을 합친 총 500원 인상요인 중에서 복지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담배부담금 부분만을 따로 챙기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물가상승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재경부와의 알력싸움 속에서 등장한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동으로 부가되는 10%의 부가가치세와 담배 판매인 수수료를 포함해 실제 담배가격은 250원 인상될 뿐이다. 당초 인상안의 절반만 오르는 셈. 하지만 이는 심각한 지방세수 손실 등으로 연결돼 결국 담뱃값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이 지방자치단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담배 소매인들의 사재기 바람만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율적인 금연정책이라고 믿고 있다면, ‘부처예산 증대’나 ‘재정독립’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는 의혹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담배부담금을 차라리 국고로 귀속시키는 조세인 담배소비세로 전환해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투명하다는 이야기죠. 그래야 최소한 국가의 재정 효율성을 파괴하면서까지 위헌적 기금을 늘려 ‘부처 이기주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인천대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담뱃값 인상=흡연율 감소’라는 정책을 위해 거의 대다수 흡연자의 주머니에서 막대한 간접세를 거둬가는 게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442호 (p46~4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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