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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

서울 소재 시민•사회단체 ‘의외의 침묵’ … 내부적 찬반 양론 실익 없는 정쟁 피해가기 차원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단일한 입장은 없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그것이 정해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더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이대영 사무처장의 말이다.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천도론과 국민투표 실시 등의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을 때 서울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경실련뿐 아니라 참여연대, YMCA,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 등 서울 소재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식 논평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동안 주요 정치 경제 사회 논쟁에 대해 나름대로 방향을 정하고 공론화를 주도해왔던 이들이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왜 한 발짝 물러서 있을까.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이들의 침묵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단체 대부분은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쓸데없는 정쟁에 휘말려들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 가운데 하나인 충남 연기군 남면.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내부 영역이 없어서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의 질 향상 차원에선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이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 복잡해 공식 논평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YMCA 심상용 시민사업팀장) “수도권 과밀 해소 차원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지지한다는 원칙은 갖고 있습니다. 다만 정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신행정수도 논란에 정치적으로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에서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환경련 서주원 사무총장)

수도권 인구 분산 균형발전엔 공감

물론 이 단체들 대부분은 신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주요 단체 간부들의 개인적 의견을 들어봤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 취지에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 좋은 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논란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신행정수도 이전을 왜 하는지, 이전 효과와 건설 기간•예산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과정이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는 과정에서 국론이 통합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습니다.”(이대영 사무처장) “전국 균형발전과 지방 분산원칙에는 지지합니다. 다만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너무 빨리 전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부치자거나 천도라는 주장에 대해선 정치공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김기식 사무처장) “신행정수도 이전은 20년 넘게 검토돼온 사안이고,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의 질 향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당리당략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심상용 팀장)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성명 발표나 연구 진행, 물리적 행동 돌입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전국본부 노승조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공감은 하겠지만 그것이 국가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는 인식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가 충청권으로 이동한다는 물리적 의미보다 국가의 균형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큰 틀에서 조망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적 인식에서 지방과 수도권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도 이전 문제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그나마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방송균형발전연대 등이 지방분권국민운동, 지역경실련협의회, 지역언론개혁연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과 손잡고 6월24일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방을 차분하게 짚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토론회에서 그간 정쟁을 부추겨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을 국회를 중심으로 연구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대립 갈등의 골 깊어가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은 △국민 합의를 거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천도다 △통일 후에 수도를 옮겨야 한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공약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수도 이전 비용을 다른 데로 돌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등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진 이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할 뿐 조금도 진전되고 있지 않다. 예컨대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이 6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구속력 있는 의결로 (국민투표를) 결정하라”고 국회로 공을 넘기자 한나라당 측에선 “국민투표를 국회로 떠넘기지 말고 국민투표 약속을 지켜라”라고 되받았다.

여야 정치권의 다툼,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지만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그것은 정부가 현재 논란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양문석 정책위원은 토론회에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싸우는 형국이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국민들은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

6월24일 열린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긴급 토론회’ 모습.

양문석 정책위원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합의의 과정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김민남 상임의장(동아대 교수)은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 문제, 수도권의 집중 해소와 지역의 균형발전이 과연 가능한지 좀더 분석적으로 따져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해야 할 몫은 적지 않다. 이제까지 해온 정권 감시 및 비판 기능을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에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는 결국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향한 논의와 연결돼 있다. 지방분권국민운동충북본부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축구공만을 뒤쫓아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는 골목축구를 계속할 것인지, 축구장 전체를 골고루 활용하는 프로축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442호 (p50~51)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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