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2

2004.07.08

한여름 밤 쾌락 여성 건강 위협

  • 입력2004-07-01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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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밤 쾌락 여성 건강 위협
    절친한 산부인과 의사 동료가 어느 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사후피임약이 시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19살 동갑내기 커플에게 처방을 해줬다는 것이다. 둘이서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들어와 진료와 처방을 부탁해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둘이 벌인 사랑의 결과에 대해 서로 책임지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모습이 우리 세대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결혼을 앞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전 성관계를 맺었다’는 응답이 40.3%를 차지했고, 76%가 혼전 성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의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이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임에 대한 상식과 서로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여름 휴가철은 미혼여성의 임신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신세대뿐 아니라 요즘은 기혼자들까지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아닌 또 다른 이성과의 비밀스러운 로맨스 여행을 꿈꾸고 계획한다고 하니, 낯선 곳에서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바캉스 시즌에는 뜨거운 태양과 푸른 해변가의 낭만이 ‘성적 욕구’를 높이는 데 비해, 피임에 대한 대비와 사후 처리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해마다 휴가철이 끝나면 ‘바캉스 베이비’로 산부인과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여름 밤 쾌락 여성 건강 위협
    사랑한다면 섹스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지만, 거기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섹스는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탄생하게 할 수도 있는 일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에 남성도 더 이상 피임에 대해서 무책임하고 무지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순간의 실수는 괴로움과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남자들이여, 여자의 옷을 벗기는 순간부터 생각하라. 찰나의 쾌락과 사랑하는 여자의 건강을 맞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김인규/ 울산 탑비뇨기과 원장 www.ulsant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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